새해를 맞이하며 잠언 읽기를 마무리 하기 위해 달리기 후 개운하게 성경책을 집어 들었다. 르무엘 왕에게 어머니가 훈계하는 잠언이 내 마음에 깊게 다가왔다. 르무엘의 어머니의 말씀이 마치 나에게 말하시는 우리 어머니의 말씀같이 느껴지고, 또 우리 어머니는 말씀하지 못하는 부분을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느낌이 든다.
그 말씀은 처음부터 모든 사랑이 응축된 듯이 들린다. 자신의 몸을, 자신의 온 마음과 기도를 바쳐 낳은 자식에게 전하는 말이라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간절하다.
어머니는 왕에게 쫓지 말아야할 것에 대해 얘기한다. 수많은 왕을 걸어 넘어트렸던 여자에 대하여, 그들을 취하게 해서 분별이 어렵게 했던 와인과 맥주에 대하여 훈계한다. 그 이유는 르무엘이 정말로 온 마음을 쏟아야할 곳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을 흔들고 그가 위치한 왕의 자리에 걸맞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대신 왕에 자리에 걸맞게 말할 힘이 없는 자들을 위해 말하고 그들을 위해 공정하게 심판하고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라고 훈계한다. 왕의 역할은 군림하는 것, 그에게 주어진 특권을 오롯히 홀로 누리는 것이 아닌, 그의 힘과 권위로 그러지 못하는 자들을 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하나님은 인간이 왕이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왜냐면 백성들이 압제당하며 자유를 빼앗길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왕이시기 때문에 그분의 통치를 경험하길 원하셨다.
하지만, 사사기 사람들은 왕을 원했다. 그들을 지켜줄 또다른 우상이 필요했다. 왕은 그렇게 생겨났고 힘을 가지게 되었다. 르무엘 왕의 어머니는 르무엘에게 압제의 왕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나님 앞에서 올바른 왕이 되기를 원한다. 왕의 자리 또한 하나님께 잠시 위탁받은 것이기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 가진 것으로 가지지 못한 자를 위해 살아가는 일을 하기를 원했다.
우리를 왕이라 부르시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원하는 것도 동일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가진 혈기와 특권과 힘을 스스로 즐겁게 하는데, 주어진 목적에서 벗어나는 데 쓰지 말고,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쓰는 것. 우리의 혈기와 특권과 힘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집중하는 것. 그것이 왕으로 부름받은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께서 온 마음으로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의무로서 우리에게 원하기보다, 어머니가 자식을 낳았을 때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간절히 간절히 아끼고 바라고 길렀던 마음으로 말이다.
2024년을 시작하면서 왕으로 부르신 하나님의 마음에 더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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