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곧 안식 후 첫날 저녁 때에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의 문들을 닫았더니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이 말씀을 하시고 손과 옆구리를 보이시니 제자들이 주를 보고 기뻐하더라” (요 20:19-20)
예수를 따르는 자들의 머리인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무력하게 돌아가신 후로 제자들은 함께 모여 두려움에 떨었다. 세상의 힘을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예수님을 따라왔을 제자들은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어두워진 세상을 이길 줄로 굳게 믿었을 텐데 이토록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며 제자들 안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있었을 것 같다.
누구는 여전히 소망을 붙들고 있었을 것 같고, 누구는 속은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 같고, 누구는 어떻게 권력에 저항해야할지 이성적인 계획을 짜고 있었을 것 같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예수님이 무참히 죽었다는 사실에 슬픔에 잠겨있었을 것 같다.
그 때, 예수님은 모인 곳으로 찾아오셨다. 분명 문을 굳게 잠가놓았다. 예수님이 온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일단 죽으신 예수님이 살아계신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평강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말 뿐이 아니라 으깨어진 손과 구멍난 옆구리를 보이시며 분명히 죽었다 살아나신 것을 보이시며 말하신다.
그들을 짓눌렀던 걱정들은 사라진다. 권력이 그들을 짓밟을까 두려웠던 것도 없어진다. 짓밟히는 것이 끝이 아님을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승리와 평강은 예수님께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유난히 무기력해질 때가 있다. 오늘도 그런 날들 중 하나다. 무기력의 이유는 내가 진심으로 믿고 살아온 삶이 소용 없다고 느껴질 때다. 일종의 배신감과 허탈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오늘 읽은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다. 끝끝내 세상의 무자비함에 무릎 꿇을 지라도 진정한 승리는 예수님 안에 있음을 다시 보고 느낀다. 나의 절망, 무력함, 패배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짓밟히게 될 때 대역전이 일어나는 것을 똑똑히 보리라. 주님만이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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