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not a bag… it’s a Birkin”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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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링 유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해외에서는 명품 백참의 판매 증가가 두드러집니다. 그 안에는 #JaneBirkinfy(제인버키파이)라는 태그가 한몫했다고 합니다.
- 키링을 활용한 패션은 실제 런웨이에서도 자주 등장했는데, 24시즌 패션쇼 전반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리뷰도 있었습니다. 또, Coach처럼 백참 판매를 통해 2025년 매출에서 재미를 본 브랜드도 있고요.
- 사실 키링은 오래전부터 자신을 꾸미는 수단 중 하나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말 그대로 열쇠를 반지로 만들어 착용했다고 하니깐요.
#JaneBirkinfy - 제인 버킨처럼
틱톡에 #JaneBirkinfy(제인버킨파이)라는 태그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아실 분은 알겠지만, 여기서 제인 버킨은 에르메스 버킨백의 주인공입니다. 모델 겸 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한 제인 버킨은 프랑스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던 것과 동시에 가방을 가장 열심히 꾸민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JaneBirkinfy는 제인 버킨처럼 가방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꾸미고 공유할 때 사용한 태그라는 거죠. 가방을 소중히 관리하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이런 태그가 유행했을까요?
별다꾸의 시대
별다꾸, 별걸 다 꾸민다는 말의 줄임말이죠.
과거에는 다이어리와 같은 특정한 물건만 꾸몄다면 요즘은 텀블러, 휴대폰 케이스, 신발, 사원증, 가방 등 말 그대로 별걸 다 꾸미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 꾸밈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소품을 꼽자면 키링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외에서는 키링이 아닌 키체인, 백참이라 부르지만 원활한 이해를 위해 키링으로 용어를 통일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가방 꾸미기는 꼭 명품백에만 제한되지 않습니다.
책가방에서도 그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가방에 인형 키링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학생들을 한 번쯤 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예전 폴더폰 느낌이 나도록 Z플립을 키링으로 꾸민 사례도 있으며, 스마트폰 케이스에 부착할 수 있는 키링 고리도 판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건을 꾸미는 유행은 예전부터 많았지만, 키링은 고리라는 형태만 공유할 뿐 특정 상품만 잘 나가는 것이 아닌 골고루 판매되고 있습니다. 뭐, 라부부라고 해서 전 세계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인형도 있다지만 꼭 모든 사람이 라부부를 들고 다니는 건 아닙니다. 유명한 키링을 나열해보면 참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헬로키티로 유명한 산리오,
블랙핑크 제니 인스타에서 자주 등장한 삐용이 키링.
여기에 젤리캣, 마지셔우드, 모남희.
명품도 참여한 키링
이런 인형 키링의 유행과 동시에 명품 브랜드에서도 키링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Bag Charm”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발렌시아가의 SS24 시즌을 살펴보면 가방에 다수의 키링을 달려 있습니다. 이 키링은 실제로 판매 중인데 체인에 열쇠, 에펠탑, 발렌시아가 로고 등 다양한 소품이 달려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에서 비슷하게 출시한 백참도 있는데 자사의 명품백을 미니 사이즈로 만든 백참이었습니다. 샤넬은 미니 하트백 참이 있으며, 발렌시아가도 자사 백을 작은 사이즈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키링은 명품 브랜드의 매출에도 크게 기여하는 중입니다.
2025년 기준으로 Coach에서는 체리 모양의 백참을 런칭했는데 이 백참이 25년 1분기의 매출을 견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백참과 같은 소형 럭셔리 아이템은 경기 불황과 상관없이 소비자 지출이 72%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소형 아이템을 좋아해서 선호한다기 보다는 핸드백이나 하이힐 같은 고가 제품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에서 럭셔리를 체험하기 위한 대용품으로 백참을 사용한다고 밝혔는데 이건 꼭 보고서를 보지 않더라도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키링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명품 브랜드까지 참여하게 됐는지 자세히 한 번 알아볼까 합니다.
키링, 유행은 맞죠?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먼저, 키링은 갑자기 유행한 물건이 아닙니다. 과거부터 열쇠나 핸드폰에 각종 물건을 매달고 다니던 패션은 존재했습니다. 2G 핸드폰 패션이라 검색하면 다수의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과거 핸드폰은 뭔가를 걸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는데 이 고리를 활용해 핸드폰을 꾸몄다는 거죠.
근데 최근 스마트폰에서는 그 고리를 찾아볼 수 없는데,
그래도 꾸미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해 고리가 부착된 케이스를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꾸미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도대체 왜 없는 고리까지 만드는 걸까요?
이런 행동은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외부의 간섭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가방을 꾸미기 위해서는 직접 키링을 선택하고 원하는 디자인을 구상해야 합니다.
내 물건을 꾸미고자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동할 수 밖에 없는데 이 행동은 자율성 충족 및 행복감을 제공합니다. 거기에 원하는 디자인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제공할 뿐더러, SNS에 공유함으로써 타인과의 유대감도 충족할 수 있게 됩니다.
매출과 관심은 상승 중
고작, 가방 꾸미기인데 너무 호들갑 떠는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장조사 기업 Trendalytics의 보고에 따르면 Tiktok 내 bag charm 관련 영상 조회수는 280% 증가했고 구글 검색은 전년 대비 최고 1,700%까지 급증했다고 합니다.
Coach에서 발매한 Cherry Bacg Charm이 25년 1분기 매출을 견인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최근 Coach의 새로운 고객 중 약 70%가 Z세대라고 합니다.
이런 관심세 증가는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기준 구글 검색어 트렌드를 보자면, 키링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산리오, 모남희 등 국내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인형 키링에 좀 더 관심이 많다는 정도입니다.
네이버 키워드 검색 데이터를 비교해도 인형 키링이 높은 검색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형태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립밥 키링, 화장품 키링, 틴트 키링, 쿠션 키링의 검색량이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거래도 폭증했는데 토니모리의 ‘치크톤 립앤치크 듀오밤’의 에이블리 거래액과 판매량은 전달 대비 9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굿즈 플랫폼으로 유명한 마플샵의 판매량 순위를 살펴보면 키링은 2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키링 패션 관련 매출 증가는 모든 플랫폼에서 비슷하게 관측되고 있습니다.
패션 플랫폼 W컨셉은 25년 6월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백팩, 키링의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10배 증가했다고 말했으며, 라부부로 유명한 팝마트의 키링 판매량은 월평균 53%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결국 키링은 과거부터 꾸준히 사용되어왔던 물건이었고 작금의 시대에서는 나를 드러내는 물건 중 하나로 잘 활용되고 있다는 거죠. 거기에 키링이라는 형태를 공유한 채 별별 소품이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겠네요.
명품 브랜드의 참여
2024 SS 시즌 돌아보기
이 키링 열풍에 럭셔리 브랜드도 자연스럽게 참여했습니다. 특히, 2024 SS 시즌을 통해 가방 꾸미기를 적극적인 스타일링 요소로 활용했습니다. 이건 실제 패션쇼를 이야기하는 것이 좋으니 크게 미우미우와 발렌시아가를 한 번 살펴볼까요?
미우미우의 2024 SS 시즌 콜렉션을 보면 개성을 드러내는 요소로 가방 꾸미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시즌을 소개한 글을 보더라도 생활 흔적이나 소지품을 통해 소유한 옷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개성을 드러낸다고 말했습니다.
발렌시아가의 2024 SS 시즌도 비슷하게 느껴졌는데요. 발렌시아가의 2024 SS 시즌 타이틀은 “삶과 커리어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의 모임.” 이었습니다.
발렌시아가의 아티스트 디렉터였던 뎀나의 주변 인물들이 런웨이에 등장한 것이 특징이었는데 키링을 사용한 스타일링이 유독 눈에 띕니다. 가방을 꾸미는 소품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나 생각을 드러낸다는 거죠.
백참은 상대적으로 저렴
두 브랜드의 패션쇼는 하나의 예시이며, SS24와 AW24 패션 런웨이를 요약한 기사에 따르면 기존 스타일에 브로치를 부착해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거나 백참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문화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기 위해 깃발 브로치를 부착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패션을 사용해 자신의 개성 또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방식이 늘어남과 동시에 명품 브랜드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에르메스나 샤넬과 같은 비싼 명품백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지불하거나 구매이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장식은 명품백에 비해 허들이 낮으며, 500~1000달러 정도 지불하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명품 브랜드의 온라인 백참 판매 건수가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고 밝힐 정도로 소비자 수요가 많아졌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한 개의 명품백에 다양한 백참을 붙이는 방식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런 행동은 꼭 명품백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스마트폰에 키링을 달거나, 백팩에 다양한 키링을 교체하는 것도 비슷한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거죠
명품 키링의 미래는?
"명품" 키링, 명품 "키링"
명품 브랜드의 가방 가격은 그 끝을 모르고 계속 오르는 중입니다.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처럼 가격 상승을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는 가방과는 별개로 스몰 럭셔리 제품군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백참, 향수, 선글라스를 전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데 그 이유로 높은 수익성과 접근성 덕분이라는 보그의 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Gen Z 세대가 스몰 럭셔리 아이템에 대한 구매 의향이 높고, 응답자 중 72%는 스몰 럭셔리에 대한 지출을 유지하거나 높이겠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35세 이하 기준 44%나 증가했으며 젊은 세대 중심으로 이런 사고방식은 점점 보편화되가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 처음부터 고가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감당 가능한 제품을 판매함으로서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 접근성을 높이고, 이후 고가 제품으로 이어지는 소비 여정의 입구 역할을 맡길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키링을 명품 브랜드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오해하면 안 될 것이 명품 가방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거지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최근 샤넬에서 미니 하트백 참을 런칭했습니다. 지퍼가 달려 안에 열쇠같은 작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이 백참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무려, 3153000원입니다.
브랜드 명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만들고, 재구매까지 유도할 수 있는 백참을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건 백참이나 키링이지 명품 브랜드의 아이템이 아니라는 겁니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영향력
가방 꾸미기와 SNS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가방 꾸미기와 함께 사용한 키워드 중 가장 많은 것이 키링(8332)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키링의 연관 키워드에 인형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네이버나 구글 검색을 보더라도 인형 키링의 검색 순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형 키링의 인기 요인은 굳이 따지자면 연예인 인스타그램의 영향이 크다고 관측됩니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라부부를 다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데 라부부는 홍콩 출신 아티스트 카싱 렁이 디자인한 캐릭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15년에 등장한 이 캐릭터는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 했습니다.
그러다 2019년 팝마트와의 협업을 통해 부각되기 시작했는데 2024년 4월 블랙핑크 멤버인 리사가 라부부 키링을 달고 있는 모습이 발견된 이후 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얻게 됐습니다. 이후 두아 리파, 리한나와 같은 셀럽들의 가방에 등장하면서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됐죠.
결국 나를 꾸미기 위한 수단으로 인형 키링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다른 이의 패션을 통해 구매한 이들도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의 백참 판매가 라부부와 같은 컬트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거죠.
고대 시절의 키링
키링을 찾으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열쇠는 사라졌지만, 열쇠고리는 영원하다.
잘 생각해보면 열쇠고리는 그 아주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습니다. 고대 이집트나 로마의 역사 유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고대 로마의 키링을 보면 진짜 반지입니다. 고대 로마인이 입었던 토가에는 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열쇠를 손가락에 차고 다니는 것이 가장 안전한 보관법이었다는거죠.
그런데 이 반지를 단순히 열쇠고리로 활용한 게 아니라 작금의 키링처럼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공했다는 겁니다.
열쇠고리를 꾸미는 행위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거죠. 키링에 달린 상품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키링이라는 구조 자체는 우리 삶에 있어 영원히 남지 않을까요?
Appendix
*참고 서적
논문 - 주나안. (2025). 소비자의 공예적 소비 탐색: 신발 및 가방 꾸미기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감정적 경험. 한국의류산업학회지, 27(2), 169-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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