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마지막으로 대학 졸업식 연설을 들어보신 적이 언제인가요? 수많은 연설 중에서도 대학교 졸업식 연설은 단순한 의례 이상의 의미와 중요성을 지닙니다. 왜냐하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젊은이들에게 지혜와 통찰, 깊은 영감을 제공하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5월과 6월이 졸업 시즌입니다. 오늘 소개할 하버드대학교와 코넬대학교의 졸업 연설은 격변의 시대에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이들에게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졸업식 연설이 해당 대학의 졸업생들을 넘어 동시대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쳐왔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버드대학교의 2024년 졸업 연설로 초청된 연사는 필리핀의 저널리스트이자 온라인 뉴스플랫폼 랩플러(Rappler)의 CEO, 마리아 레사(Maria Ressa) 였습니다. 202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그녀는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꾸준히 투쟁해왔죠. 이번 연설에서도 그녀는 페이스북, X 등 플랫폼이 정보전쟁에 이용되며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7년 전, 자신이 서있는 같은 연단에서 뒤늦게 학위를 받고 자신의 삶의 목적이 전 세계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한 마크 저커버그를 직접 겨냥해 "정보를 통제하는 페이스북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마리아 레사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신만의 길 찾기
둘째,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셋째, 취약해지는 것
무엇보다 자신만의 길을 찾으라고 권면합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집중해야 하며, 자신이 수호할 가치관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스스로에게 '권력이 얼마나 중요한가?', '어느 정도의 부가 행복을 가져올까?' 등의 질문을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상황에 따라 자신을 합리화하며, 어려운 진실이나 추한 진실을 외면하기 때문에 세상이라는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격은 바로 내가 내리는 작은 선택의 총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의 가치관이 불분명하다면 어느 날 자신이 몹시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에요.
진정한 자아는 고난 없이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시련을 겪고 신념을 위해 싸우며 성장할 때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치열한 인생 여정이 여러분의 본 모습을 규정하고 정의할 것입니다.
마리아 레사는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 상황을 진단하며 '사실, 진실, 신뢰'가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사실이 없으면 진실을 말할 수 없고, 진실이 없다면 누구도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가 없다면 공유된 현실, 법치, 민주주의 또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죠. 아울러 그녀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상호 신뢰의 중요성을 설파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우분투(Ubuntu)' 개념을 소개합니다. 우분투는 "너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철학으로, 모든 인간은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 개개인의 존재 이유가 바로 '타인'에게서 비롯된다는 뜻이죠.
우분투 정신을 지닌 이는 열린 자세로 타인을 대하고 서로를 인정합니다. 남이 유능하고 뛰어나다고 해서 위협을 느끼지 않죠. 왜냐하면 자신도 더 큰 공동체의 일부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이 굴욕과 억압을 겪는다면 결국 나 자신도 그만큼 작아지고 말거든요.
우분투 사상의 핵심은 '너와 내가 하나'라는 상호 연대의식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분투를 실천하는 이들은 개인의 성장보다 공동체 전체의 발전을 중시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때로는 자신을 내려놓고 방어막을 치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먼저 자아를 내려놓을때 비로소 사람들간에 진정한 유대감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서로를 신뢰할 수 있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취약해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약해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관계와 협력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의미 있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목적이 있는 발견
코넬대학교 졸업식에서는 AI 전문가 마사 E. 폴락 총장님이 6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목적이 있는 발견 ▲자유로운 탐구와 표현 ▲소속감 있는 공동체 ▲경계를 넘는 탐험 ▲공적 참여를 통한 변화 ▲자연환경 존중이 그것입니다.
- 목적이 있는 발견: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는 행위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함이어야 한다.
- 자유로운 탐구와 표현: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소속감 있는 공동체: 우리 모두는 존중받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 경계를 넘는 탐험: 다양한 분야와 관점을 통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창출해야 한다.
- 공적 참여를 통한 변화: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
- 자연환경 존중: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폴락 총장님은 이러한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은 반드시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이때 균형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개인의 삶 에서나 조직에서, 상충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하나의 가치를 완전히 포기하기 보다는 두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며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구요.
그럼 어떻게 살 것인가
이번 졸업식 연설들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중요한 지침을 제시합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연설은 인간 관계의 힘과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사실에 근거한 진실, 진실에 의해 쌓인 신뢰, 그리고 사람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코넬대학교의 연설은 명확한 가치 설정과 그 가치들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 가치 중심의 삶을 살라고 권고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의 나침반이 되는 북극성으로 삼으라고 말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마치 디스토피아 과학 소설 속 세상과 닮아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격변기 중 하나이죠. 우리는 우리가 믿었던 기존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지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대안의 모색입니다. 저는 오늘 연설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가치 중심의 삶을 살라는 메시지와 '나'의 존재가 '너'로부터 비롯된다는 '우분투' 정신이었습니다. 이 격변기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바로 가치 중심의 삶을 추구하고 우분투 정신을 실천하는 이들의 용기와 상상력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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