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사업을 시작할 때, B2B를 공략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능한 이야기인지 궁금했어요. 그러던 중 창업 3년 만에 44개의 회사들과 계약을 진행한 컨설팅 에이전시를 알게 되었어요. 창업가는 스타트업씬에서 PM, 마케팅, HR을 경험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였고요. 누군가는 꼬여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죠. 직장 경력을 살려 B2B 에이전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게 된 누틸드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했습니다.
💎 Highlights
"세일즈 미팅에 갈 때, 판매하러 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문성으로 압도하러 간다고 생각해요"
"B2B 비즈니스를 하면 할 수록 느끼는게 정말 이건 ‘신뢰 비즈니스’라는 거예요"
"컨설팅 업은 전문성을 증명해야만 해요. 저희는 시작할 때부터 그걸 컨텐츠를 통해 해야한다고 생각했죠"
"시장에서 아무도 나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없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내 욕구를 탐색하는 것보다 요구받아지는 일을 해내는게 쉽기 때문에 그렇게 길들여지기가 쉽죠"
📕 누틸드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Q.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
조직 매니지먼트를 도와주는 컨설팅 에이전시에요. 3년전, OPGG의 채용브랜딩 프로젝트를 맡으며 시작되었어요.
Q. 어떻게 돈을 버나요?
3년 동안 44개의 조직과 계약을 진행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한번 계약할 때 3개월 내외로 진행하며, 연장되기도 해요.
Q. 창업가는 누구인가요?
2014년부터 스타트업씬에서 다양한 포지션으로 일했어요. B2B SaaS 회사에서 PM을 하기도, 커뮤니티 매니저를 하기도, 조직 문화팀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 창업가 인터뷰
Q. 사업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퇴사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니까 OPGG에서 리드로 있었던 지인이 프로젝트를 제안해주셨어요. 웨딩북에서 문화에반젤리스트로 만들어낸 컨텐츠들을 계속 페이스북에 공유해왔어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알고 계셨거든요.
당시 OPGG 팀의 고민은 서비스는 유명한데, 커리어 시장에서는 직장으로서의 인지도가 적었던 거였어요. 본격적으로 경력직을 모셔야 하는데 어필하기가 너무 힘든거죠. 제가 웨딩북에서 해결해야 했던 상황과 똑같더라고요. 듣는 순간 “이건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내가 잘하는 일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프리랜서로 컨설팅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어떻게 퇴사하자마자 제안이 들어올 수 있었던 건가요?
처음 HR업을 시작하던 2019년 당시 HR업계에서는 마케팅과 PR 경력을 베이스로 HR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어요. 운이 좋게도 그때 채용 시장이 격화되면서 고용주 브랜딩에 대한 수요는 폭발했고요. 시장에서 아무도 나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없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생각해도 정말 행운이죠.
컨텐츠를 공개적으로 꾸준히 발행했던 것도 정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커리어적으로 평판을 쌓는데 컨텐츠만큼 효과적인게 없더라고요. 당시 HR 업계에서는 흔한 일은 아니였어요.
그리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라는 조직에서 일했던 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연차가 높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투자사 대표,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직접 일할 수 있었거든요. 8-9년차 정도 연차에도 불구하고 개인 전문성을 팔 수 있었던 건, 저를 아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지금도 감사함이 큰 직장 중 하나예요.
Q.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집중했던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요?
사실 마케팅은 우선이 아니라는 생각이었어요. 대신 브랜딩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죠. 누틸드를 떠올렸을 때 “얘네가 어떤 일을 하는 팀이야” 라는 게 처음부터 엄청 뾰족한 하나의 키워드로 떠올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작은 팀이 모든 걸 다 한다고 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없어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요. 시장의 인식이 제일 비싼 자산이기 때문에, 그 인식을 어지럽히고 포지셔닝을 약하게 만드는 액션은 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죠.
처음 시작할 때는 채용 브랜딩이 핵심 키워드 였어요. 이후 투자 시장이 얼어붙는 걸 보면서 비즈니스와 함께 키워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이후에는 조직 매니지먼트라는 조금 더 포괄적이고 생존 가능성이 높은 키워드로 바꾸려고 그 근거를 만들어내는 강의 코스에 집중했어요. 홈페이지도, 서비스 소개서도, 아티클과 SNS 채널에서도 똑같은 브랜드 메세지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두번째로 컨설팅 업은 전문성을 증명해야만 해요. 저희는 시작할 때부터 그걸 컨텐츠를 통해 해야한다고 생각했죠. 콘텐츠들이 고객사를 물어온 덕분에 아웃바운드 세일즈를 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었어요. 감사하게 지금도 그렇고요.
세번째로 B2B 비즈니스를 하면 할 수록 느끼는게 정말 이건 ‘신뢰 비즈니스’라는 거예요. 그래서 한 번 기회를 얻었을 때 끝장나게 잘해야 되는거죠. 아주 작은 일이라도 다른 사람이나 다른 팀에게는 맡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기깔나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와 비슷한 일을 이제 시작하는 팀이나 전문가분들이 이 점을 놓치시는 걸 많이 봤는데요. 어차피 우리가 전문가니까 고객사는 잘 모를거야라는 생각으로, 잡은 물고기는 내버려두고 새로운 고객 계약하는데만 집중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팀이 오래 가는 건 못 봤어요. 솔직히 주어진 일을 대충 해버리는 건 중학생도 느낄 수 있거든요. 결국 B2B는 레퓨테이션을 파는 업이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믿어주셨을 때 성공경험을 확실히 선사해야 한다’가 오히려 마케팅이자 세일즈 전략이 되는 것 같아요.
Q. B2B 세일즈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세일즈 미팅에 갈 때, 판매하러 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신 우리만 전달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뾰족하게 제공하면서, 전문성으로 압도하러 간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계약이 되지 않더라도 그들이 무언가를 배웠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해요. “함께 일해보고 싶은 전문가다. 쟤네 진짜 제대로 한다” 라는 기억을 제대로 남기는게 필수죠.
Q. B2B 컨텐츠는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요?
우선 어떤 플랫폼을 사용할 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SEO만 잘 걸리면 돼요. 그보다 꾸준하게 쓸 수 있는게 더 중요하답니다.
오히려 많이 놓치시는 건 작성한 콘텐츠를 홍보하는 거에요. 글을 썼다고 아무도 그냥 와서 보지 않거든요. 요즘은 링크드인이 제일 효과적인 것 같아요. 제가 한창 직장인으로 커리어를 쌓을 때는 페이스북이었고요. 콘텐츠를 유통할 SNS 플랫폼을 찾고 더 열심히 노출시키는게 중요해요.
어떤 컨텐츠를 써야하는지 물어보시는 대표님들도 많은데요. 정말 큰 비결이 없고 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글이면 된답니다. 물론 누가 봐도 자랑하고 영업하는 게 느껴지는 글은 좋지 않고요.
Q. 왜 1인 기업으로 운영하지 않고 팀원들을 모으셨나요?
저는 1인 기업을 아예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잠시 백수 생활을 했을 때 유튜브도 해보고, 인스타 툰도 그려봤었어요. 잠옷 브랜드를 만들 준비도 해봤고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저는 혼자 만드는 성과들에 전혀 동기부여가 안되는 사람이더라고요. 재미가 없었어요. 그리고 너무 평범한 인간이라서 혼자 무언가 하려고 하면 정말 그렇게 게으를 수가 없고요. 아무래도 책임감으로 움직이는 사람인가봐요.
누군가와 함께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같은 방향을 보며 과정을 만들고 공동의 결과를 달성하는게 좋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 이후로 제가 책임질 수 있는 정도의 작은 팀을 조금 조금씩 만들었어요. 이제는 풀 타임으로 일하는 두 분이 있고요. 결과적으로는 너무 잘했다고 생각해요. 다시 돌아가도 제 성향상 1인 기업은 절대 안 할 것 같아요.
Q.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다 지금에 닿으셨어요. 다른 직무를 할 때는 소명이 아니라는게 느껴졌나요?
이 분야에서 뛰어난 포지션을 가지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제 능력이 남들보다 부족했던 때도 있었고, 동기부여가 어려운 업인 경우도 있었죠.
예를 들어 마케팅을 했을 때, 스토리를 짜서 전달하는 건 재미있는데 숫자로 결과를 보는 것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못 찾겠더라고요.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 것에 대해 동기부여가 안되는 사람이란 걸 알았어요. 대신 가까운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일이 잘 맞는다는 걸 알았죠. 유사한 일을 하는데도 HR에서 훨씬 더 재밌었던 이유는 내가 매일 함께 일하고 나의 동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제가 바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어요.
Q. “좋아하는 일” 이 몰라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한 때 같은 고민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보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고, 꼭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신 나의 Why로 움직일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분이라면,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믿는 것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귀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한데요. 제 경험 상 그런 일과 만나야 아무리 일해도 힘들지 않고, 고통스러운 시간도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과정 자체가 즐겁기에 꼭 성공을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낼 때 만들어내는 몰입은 한계가 없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내기도 더 쉬워지는 것 같고요.
어쩌면 제 모든 커리어는 그런 일을 찾기 위한 방황의 여정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지난한 시간동안 “천직 같은 건 없어. 그냥 주어지는 일, 연봉이 높은 걸 선택하는거야” 라는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남들은 즐기지 않는 일인데 나에게는 하루종일 떠들 수 있는 덕질하는 분야나 확실히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쉽게 잘해내는 걸 인식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걸 직무로 한정지을 필요도 없답니다. 저는 지금도 미친듯이 좋아하는 일이 조직문화나 HR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암묵지와 포텐셜을 언어화시켜 인식시키는 것, 시스템으로 삶의 질을 자연스럽게 나아지게 만드는 것, 그리고 상대가 본인답게 사는 것에 도움이 되는 걸 너무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죠. 그런 속성이 있는 일이라면 HR이 아니라도 뭐든 즐거울거라고 생각해요.
조셉 캠벨은 ‘신화의 힘’ 이라는 책에서 나의 천복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건 스스로 갈고 닦아야 하는 기술이라고 했어요. 너무 공감되더라고요. 그 힘을 키우지 못하면 계속 사회적인 쓸모에 공급만 하다 시간이 다 지나버릴 수도 있고요. 사실 내 욕구를 탐색하는 것보다 요구받아지는 일을 해내는게 쉽기 때문에 그렇게 길들여지기가 쉽죠. 그래서 어렵겠지만,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고민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시면 좋겠어요. 그것도 훈련이 필요하더라고요. 답은 구하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문이니 그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거예요.
Q. 누틸드의 다음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다른 나라의 조직과 리더들에게도 누틸드의 방법이 통할 수 있을지 시도해 보려고 해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런칭할 예정이고요. 올해가 가장 큰 분기점이 될 것 같은데 그 과정을 유튜브에 담고 있어요. 어떤 제품/사업이 되든 앞으로도 누틸드는 ‘훌륭한 조직이 많아지면 세상이 더 나아질거야’라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 그 세상을 만드는 일에 기여할 것 같습니다.
✏️ 배운점을 정리해 보았어요.
01. B2B 마케팅의 핵심은 컨텐츠다.
B2B 비즈니스의 핵심은 신뢰를 얻는 것 같아요. 신뢰를 얻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컨텐츠로 드러내는 것이고요. 컨텐츠는 비용도 들지 않으니 더더욱 좋고요. 다만 꾸준히 해야 성과를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02. 세일즈 미팅을 갈 때, 판매하려고 조급해 하지 말자.
세일즈라고 하면, 듣는 사람을 현혹해서 바로 판매까지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판매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강하면 상대방도 알아차릴 거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세일즈 미팅에 갈 때, 전문성으로 압도하러 간다는 대표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03. 모든 사람에게 1인 기업이 잘 맞는 건 아니다.
1인 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요. 관계에 대한 고민 없이 큰 수익을 만드는 것이 좋아보이고는 합니다. 다만 그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선택지는 아닐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함께 일하는 것 자체로 동력을 얻기도 하니까요. 저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참고 자료
01. 누틸드 팀이 더 궁금하신 분은, 홈페이지나 유튜브 채널을 구경해주세요 🙂
홈페이지 : https://www.nutilde.com/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watch?v=Hs42Z_a0y2o
02. 전세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공부하는 언섹시 리서치 클럽 8기에 함께 하고 싶다면, 오픈 알림 신청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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