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레터 NEWS LIST

1. 현재 정부의 파병 논의 진행 상황은?
정부가 이란 파병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중동에 현지 조사단을 파견하여 파병부대가 머물 군사 거점과 정비 · 보급 상황 등을 사전 조사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정찰을 위한 해상초계기 및 기뢰제거를 위한 폭발물 처리반 파병에 우선순위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렇게 준비는 준비대로 하면서도 파병 여부에 관해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파병 반대 여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총 601개의 각계 시민사회단체가 파병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게 파병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등 국내의 파병 반대 여론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하여, 이란은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직접 한글로 작성된 입장문을 올려 “미국의 압력과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파병 요청에 응하지 말라는 메세지를 보내어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말보다 행동입니다. 정부는 이런저런 방향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분명 파병 결정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2. 지금 이란의 상황은?
지난 6월 17일 체결한 이란과 미국의 종전 양해각서 협정은 열흘 만에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6월 26일부터 미국이 페르시아만 일대의 이란 군사시설을 공습했고, 이란 역시 28일 바레인의 미 해군 기지 등을 보복 공격했습니다. 최근에도 이란과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서로의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9월 5일, 이란 이슬람 혁명 수비대는 미 해군 군함 2척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군은 이에 대응하여 이란 유조선 3척을 격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미국 중간선거 직후에 끝날 것이고, 이 시점에 유가도 급락할 것’이라며 근거 없는 허세를 부리고 있습니다. 전황이 정말 안정적이고 곧 종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에 ‘군사적 기여’를 애초에 요구할 이유 자체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트럼프에게 동맹국의 파병이 간절한 이유는, 이 실패를 감추기 위해서입니다. 단순히 전쟁의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실패를 동맹국의 지지로 은폐하려는 것입니다. 트럼프에게는 자신의 명분 없는 도박을 진심으로 지지해 줄 우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3. 파병된 한국군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현재 거론되는 것은 전투병 파병이 아니라 P-8A 해상초계기, 폭발물처리반(기뢰 제거), 해군 군수지원함 등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임무는 전투만 직접 수행하지 않을 뿐, 전투와 매우 직접적으로 연결된 역할입니다. 더구나 공식적인 임무가 무엇이든, 해당 임무 수행 과정에서 이란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이미 미국의 거듭된 파병 요청을 겨냥해, 9월 4일 이란의 한 고위 안보·정치 당국자는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을 한다면, 이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침략전쟁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인 군사 참여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만일 이러한 현실에서 공격이 이뤄지면, 비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라 하더라도 응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군이 실제 작전에서 사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런 비극은 소수 사람들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한국군의 피해에 대한 보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이고, 미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군에 더더욱 직접적인 역할과 참여를 요구할 것입니다.
4. 이란 전쟁에 참가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 불가피하지 않을까?
파병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쟁은 끔찍한 일이지만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국익 = 한국인 모두의 공통 이익”이라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입니다.
이는 최근 경영성과급 논란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국가의 기업과 경제가 잘 되어야 노동자와 국민도 잘 산다더니, 정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엄청난 이윤을 거두자 정부와 기업은 이익을 배분할 것을 거부했습니다. ‘초과 이윤’ 얘기는 순식간에 허공으로 흩어졌고, 두 기업의 이익이 늘어 덩달아 늘어난 세금 수입도 모두 그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메가프로젝트’로 흘러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병이 결정되면, 그 위험천만한 지역으로 갈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란과 적대적 관계가 되면, 이라크 전쟁 때 그랬던 것처럼 군인들 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의 모든 한국인들도 덩달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과 희생의 대가로 얻는 경제적 이익은 결굴 대부분 대기업과 방산업계 주머니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 기업들이 얻은 이윤이 갑자기 노동자들이나 국민들에게 배분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비용(파병 군인의 생명, 전쟁에 사용될 세금)과 이익(재벌의 수주 · 수출 · 지위 상승)의 당사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분명한 현실입니다.
또, 설령 ‘국익’을 전제로 놓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두 가지 문제가 남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이란의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우리 군인의 목숨도 희생시켜도 되는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의 경제나 평화를 위해 이란의 삶의 터전과 평화를 해치는 일에 동참하자는 아이디어는 너무나 잔혹하고 끔찍합니다. 또, 이런 논리를 수용하기 시작한다면, 언젠가 다른 상황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국인들의 생명과 이익을 침해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할 때, 어떤 반박도 호소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5.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파병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면 미국이 경제보복을 해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역시 한국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미국 AI산업에 필수적인 초고성능 메모리(HBM)는 전적으로 한국(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기차 생산과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구축은 전적으로 한국 배터리 3사(LG, SK, 삼성)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병을 단지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가 마땅한 명분도 없이 대대적인 경제 불이익을 한국에 주는 것은 쉽사리 가능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파병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과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동맹국들도 아무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 때문에라도 미국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실패로 돌아간 “평화 교환론”(이라크 파병을 미국의 유연한 대북 정책과 맞바꾸겠다는 구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시 미 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파병과 북핵 문제의 연계를 단칼에 거부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전략은 자신들의 세계 패권 전략에 종속된 것이므로, 한국이 파병을 한다고 해서 단지 그 이유로 쉽게 한국 정부의 의사를 반영할 리 없습니다. 최근 북미관계 개선으로 인해 한국의 “패싱”이 심화되는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러시아 파병으로 경제 상황이 크게 나아진 지금의 북한에게 과연 무슨 대가를 주고 어떤 양보를 끌어낼 수 있을지 자체가 매우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대화를 공언했다고 해서, 당장 무슨 일이 날 것이고 한국 정부가 거기에 끼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습니다.
또한, 북한과의 군사적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한미동맹의 약화를 우려하는 보수적 입장도 있습니다. 한국이 이란 파병을 하지 않으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등으로 북한이 공격했을 때 외면할 것이라는 식의 논리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5, 6위권이며 대한민국의 연간 국방 예산은 약 60 ~ 65조 원 규모로 북한의 전체 경제규모인 43조원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으로도 북한의 위협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물론 북한 핵 위협의 경우, 동맹인 미국이 핵우산(적대국이 한국에 핵을 사용하면, 미국이 그 나라에 핵으로 보복할 수 있음을 천명하여 한국을 보호하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세계 모든 동맹국이 미국의 이란 전쟁에 파병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만 찍어서 파병 거부를 이유로 핵우산 제공을 중단하는 상황을 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이 동맹국이자 경제적 관계가 긴밀한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겠다고 하는데, 미국이 이란 파병의 원한 때문에 수수방관할 것이라는 것도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6. 미국 중간선거만 끝나면 전쟁이 끝나지 않을까?
오히려 현실은 반대가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11월 3일 중간선거 전까지는 확전을 억제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되, 선거 이후에는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다시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트럼프 지지율이 33%로 집권 2기 최저치를 기록하는 이유도,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미국 내 휘발유 가격 급등과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 때문입니다. 오히려 선거 이전에는 이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만, 선거가 끝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특히, 민주당이 이번 중간 선거에서 압승하더라도, 상하원 의석 수가 트럼프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할 수 있는 2/3에 미칠 가능성이 없습니다. 따라서 선거는 전쟁을 끝내는 계기가 아니라, 선거 전까지는 확전을 자제하다가 선거 후 재확전할 수 있는 정치적 타이밍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7.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본 것처럼, 현재 파병 반대 여론에 밀린 정부의 신중한 반응은 잠깐의 숨 고르기에 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파병 준비 절차에 나선 이상, 정부는 규모를 줄여서라도 호르무즈에 병력을 배치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언제든지 정부는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하는 등으로 기습적인 파병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운동 진영에서는 커지기 시작한 파병반대 여론을 모아내야 합니다. 계엄 · 탄핵 국면에서 했던 것처럼 파병에 반대하는 사람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연대체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생각과 문제의식을 모두 존중하면서도, 하나의 대중 집회를 개최하는 등 파병 반대 운동을 가능한 크게 조직하여야 합니다. 활동가들은 이 과정에서 파병하면 정부와 기업만 이익을 얻고 평범한 사람들은 오로지 전쟁의 참상만 경험할 것이라는 점도 폭로하여야 합니다. 정부가 어떠한 방식으로도 파병을 시도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대중 운동을 건설해야 합니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여러 관련 집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함께 참여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