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모(청첩장 모임)에 대한 단상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오늘 집에서 잘 쉬고 계신가요? 이번 10월 초에는 휴일이 참 많았어요. 저도 하루 일하고, 하루 쉬고, 이틀 일하고 이틀 쉬니 아주 좋기는 한데.. 사람의 욕심이 정말 끝이 없다는 게 그 하루 나가는 것도 거슬리고 귀찮더라고요 ㅎㅎ(쉬게 해줘도 XX)

여하튼 덕분에 몸과 마음이 충전되는 시간들을 보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마 제 또래라면 관심이 많을 것 같은 주제를 들고 왔는데요. 바로 '청첩장 모임'에 대한 내용입니다.

나이가 서른이 되다 보니 주변에서 결혼 소식이 참 많은데요. 최근에는 친구한테 우스갯소리로 겨울에 청첩장 모임하고, 봄에 결혼식 다녀오고, 여름에 청첩장 모임하고, 가을에 결혼식 다녀오는 스케쥴이 완성된다고 말할 정도에요.

누군가 한 가정을 꾸린다는 소식을 들려주는 일은 당연히도 좋은 일이에요. 이런 기쁘고 좋은 소식과는 달리 청첩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들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소위 말하는 '청모'(청첩장 모임)에 대한 저의 생각을 구독자님과 나눠보려 이 레터를 준비했어요.

청첩장 모임...꼭 해야할까?

우선, 제가 이번 레터의 주제를 '청첩장 모임'로 잡은 것에 대해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나이가 서른인 저의 주변에서는 결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요즘엔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나눠주며 식사를 대접하는 소위 '청모(청첩장모임)'라는 문화가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결혼식에 초대 받는다는 사실과 식의 주인공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청첩장 모임을 굉장히 기쁘게 받아들였는데요. 몇몇 경우에는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어요.

예를 들면, 한 친구가 청첩장을 전달해준다며 식사 자리에 초대해주었는데, 그 모임에 제가 알지도 못하는 다른 분도 함께하게 된 거에요. 평소와 같은 약속이라면 불편하니 참석하지 않았겠지만, 중요한 자리이니 참석을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더라고요. 뭐랄까 밀린 숙제를 진행하는 느낌...?

그런데요. 또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또 이 과정도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요즘에는 청첩장을 주면서 식사 대접을 하지 않는 것을 매너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청첩장을 주기는 줘야 하는데, 청첩장만 주면 욕 먹을 것이고, 준비하는 시간은 부족하니 앞선 사례가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심지어는 결혼을 치른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청모의 메뉴 가지고도 말이 나왔다고 해요. 저 청모에서는 고기를 먹었는데, 왜 나의 청모에서는 그것보다 저렴한 메뉴를 먹냐고 볼멘소리를 한 지인이 있었다는 거에요.

이게 진짜 피곤한 거구나...싶었어요. 결혼을 하고, 이를 축하한다는 일은 분명 좋은 일인데, 이게 왜 이렇게 피곤하고 군소리가 많이 나올 일일까...

청첩장의 의미

요즘 들어 유독 말 많은 이 청첩장... 청첩장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요?

청첩장은 한자로 請牒狀인데요. 청할 청(請), 편지 첩(牒), 문서 장(狀)으로 직역하면 '남을 초청하는 편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어요.

당연하게도 결혼식을 초청하는 편지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 청첩장은 시대별 변해가는 결혼식의 문화를 반영하는데요.

그래서 청첩장을 통해 시대별 결혼에 대한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짐작해볼 수 있어요.

이걸 보면 시대가 흐르면서 결혼의 의미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라는 의미에서 점차 신랑/신부 주인공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위에는 2010년대까지의 청첩장만 예시로 나와 있어서 올 11월에 결혼하는 아는 동생의 청첩장을 하나 보여드리려고 하는데요.

클라이밍에서 처음 만나게 된 이 커플은 그들의 의미가 담긴 내용을 청첩장에 적으면서 기존에 딱딱한 문구에서 벗어나 본인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멘트 좋당)

그리고 부모님의 이름보다 신부/신랑의 이름이 먼저 나오는 것을 보면서도 부모님보다 신랑/신부가 중심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이렇듯 결혼식 문화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면서, 청첩장도 달라지고, 그에 따른 청첩장을 전달하는 문화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 레터를 쓰면서 어머니께 청첩장을 어떻게 돌리셨는지 물어봤는데요. 1989년에 결혼하신 저희 어머니께서는 대부분 우편을 통해 돌리셨다고 하더라고요. 청첩장을 돌리면서 식사를 대접하거나 등의 문화는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오히려 그것보단 예단(시댁 부모님/가족에게 예를 갖추어 보내는 선물)을 치르는게 훨씬 부담이었다고 하셨어요.

물론, 요즘도 신랑/신부 각자 부모님께 소정의 선물을 드리기는 하겠지만, 먼 친척들까지 챙기며 예단을 하는 경우는 많이 없을 거에요.

이런 점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이 '청모(청첩장모임)'도 이런 변화에서 시작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집안과 집안의 행사에서 신랑/신부 주인공 중심으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신랑/신부가 결혼식에 힘을 더 쏟게 되고, 하객들에게 신경을 쓰게 되면서 청모라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인 거죠.

추가로, 청첩장이 단순 결혼 소식을 전달하는 '정보 전달' 차원의 개념에서 귀한 하객을 초대한다는 의미가 부가된 영향도 있다고 생각해요.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결혼 소식을 전달한다는 것이 너무 쉬운 일이 되어버렸거든요. 어렸을 적에는 집에 우편으로 배달오는 청첩장을 봤던 기억도 있는데, 이제는 모바일 청첩장 하나면 결혼 소식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세상이 됐어요.

이런 세상에서 청첩장을 준다는 것은 어쩌면 정보전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죠. 그렇기에 청첩장의 커진 의미 만큼이나 청첩장을 전달하는 청모 역시 큰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청모의 흑과 백

사실 청모가 부정적인 의미만 갖고 있거나, 굳이 할 필요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신없이 진행되는 결혼식에서 귀한 시간을 내어 참석해준 지인들과 사전에 못 다한 이야기들을 하는 귀한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저도 여러 번 결혼식에 참석해봤지만, 신랑/신부와 짧은 인사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실제로 결혼 정보업체 가연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 10명 중 7명은 청첩장 모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모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청모라는 개념이 생긴 이유가 '신랑/신부 중심의 결혼식으로 변화'라면, 이 청모가 청첩장 전달의 필수조건이 된 이유는 결국엔 '돈'이지 않을까 싶어요.

똑같이 결혼식에 초대받았지만, 누구는 식사 대접을 받고, 누구는 대접을 받지 못하니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죠. '나는 밥도 안 사주고, 와서 돈만 내라는 얘기야?' 라는 식인 거에요.

이런 인식들이 자리잡다 보니 어느새 청모가 당연한 관습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 상황에서 예비 부부들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가연의 조사 결과처럼 청첩장 모임에 따른 비용도 1인당 4만원으로 무시 못하거든요. 게다가 천정부지로 솟은 결혼식 식대까지 고려한다면 결혼...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돈 뿐만 아니라 초대하는 하객들을 일일이 만나 대접해야 하니 체력적으로 매우 지친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도 결혼을 먼저 한 선배들과 이야기해보면 청모를 하는게 제일 피곤한 과정이었다고 했어요. 결혼식 전후로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는 말이 이런 과정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청모로 대접을 하는 사람이나 대접을 받는 사람이나 서로 피곤한 이 상황... 이게 맞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