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기준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늘은 5월 8일 어버이날이에요. 부모님께 전화 드리셨나요?🌹

어버이의 날에 어울리는 콘텐츠일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지난 달 2주간에 걸쳐 설문했던 '첫사랑의 기준'에 대한 내용을 들고 왔어요. 

 첫사랑 콘텐츠를 기획하게 된 건 순전히 친구들과의 농담 섞인 카톡에서 시작되었는데요.(소통왕 꿈나무 완중일기..) 

 사실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단어 그 자체로 설레는 말이어서, 함부로 건드리기 참 부담스럽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구독자분들께서 설문에 많이 참여해주셔서 함께 글을 써내려간다는 생각으로 이번 레터를 준비했어요.

사랑의 정의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당연히 사랑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겠다. 사랑은 감정이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글로 쓰는 것은 참 어렵고,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 차이는 존재하기에 어디까지나 재미로 보길 바란다. 

사랑의 인문학적 정의

플라톤과 소울메이트

 이런 플라톤의 접근처럼 유튜브 '충코의 철학'을 운영하는 철학자 이충현은 사랑을 다른 개인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각각의 원자적 개인이 '우리'라는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인데, 그렇기에 내가 바라는 것이 그(그녀) 자체에 있게 되는 현상이 생긴다.

 "사랑하는 내 모습이 좋았어."

 "그(그녀)가 행복하면 난 그걸로 됐어"

 이런 생각도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생긴다고 설명한다.

 태초부터 나는 사랑하기(받기)위해 태어났고, 사랑해야 숨어있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아름다운 접근이다.

사랑의 과학적 정의

 인문학적 사랑이 사랑을 하게 되는 원인으로 사랑을 설명했다면, 과학적 사랑은 사랑의 결과로 사랑을 설명할 수 있다. 

 YTN Science는 사랑하는 사람의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참고해 아래와 같은 사랑의 3단계를 정의했다.

①도파민 → ②페닐에틸아민 → ③옥시토신   

 사랑의 첫 단계는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폭발한다. 도파민은 대뇌의 미상핵에서 분비되는데,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난 사람들의 미상핵의 활성화가 발견된다고 한다. 

①도파민 → ②페닐에틸아민 → ③옥시토신  

 그리고,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이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이 폭발하게 되는데 이 호르몬은 충동 조절 능력을 저하시키는 등 '천연각성제'로 불리기도 한다.  (초콜릿을 먹으면 이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초콜릿 사러가자.)

 페닐에틸아민을 통해 연인에게 완전히 빠져들고, 불안과 두려움은 사라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호르몬은 영원하지 못하다. 일반적으로 2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권태기가 존재하는 이유다.

①도파민→ ②페닐에틸아민 → ③옥시토신

 연애 기간이 지속되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모성애와 관련된 호르몬이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연인은 이전의 설렘보단 편안함을 느낀다. 도파민과 페닐에틸아민과 같은 고자극은 없지만, 사랑의 다른 형태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첫사랑의 기준

 앞서 사랑의 정의를 인문학적 / 과학적으로 나누어 알아보았는데, 개인적으로 과학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공대생인 나에겐 더 친숙했다. 

 나의 첫사랑 기준은 사랑의 과학적 정의 3단계 중에서도 ②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되는 단계가 아닐까 싶다. 나의 첫사랑은 첫 페닐에틸아민 분비를 도와준 친구다.

 내 첫사랑은 18살 때 만난 친구였는데(기습 첫사랑 스토리...), 그 친구와 밤산책을 하던 도중 문득 모든 생각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그 친구에게 집중하는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그때 사랑이란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다.

 단순히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느꼈던 도파민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나의 구독자 설문에서도 '첫사랑은 사랑이란 감정을 알려준 사람'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는데,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처음 연애한 사람이 아닌 '사랑'이란 새로운 감정의 경험을 느꼈음을 알 수 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

회고절정(Reminiscence bump)

 크리스티나 스타이너(Kristina Steiner) 심리학 교수는 우리의 인생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시기가 있는데, 이것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이라고 말한다. 구독자 설문에서도 첫사랑을 하게 된 시기도 15살~25살 범위였다. 

 이 시기를 유독 잘 기억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과학적 이유에서도 알 수 있는데, 처음 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도파민네이션' 책에서도 다뤘듯이 우리의 뇌는 내성을 가지고 있기에 같은 자극에도 처음보다 적은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모든 처음은 나중보다 강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서툴렀던 첫사랑

 과학적 이유를 제껴놓고, 구독자와 나의 이야기 속에서 생각해보면 첫사랑은 참 서툴렀기 때문에 잊기 어려운게 아닌가 싶다. 처음이어서 도파민에 행복했지만, 처음이어서 서툴러 마음 고생도 하고 상처도 준 경험이 아닐까. 그렇기에 첫사랑은 안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는 것 같다.

 괴테는 우리는 사랑을 통해 배운다고 말했다. 한 구독자가 첫사랑에게 해주고 싶은 말에 대한 답변으로 "덕분에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됐어"라고 남겨주었는데, 사랑이 이런거지.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첫사랑의 기준'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사랑'이라는 감정에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랑의 기준은 과학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더 친숙했지만, 사랑의 인문학적 정의는 많은 울림을 주었다.

 요즘 결혼 적령기인 주변을 보면 가끔 사랑은 '결혼'하기 위한 수단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특히 개인의 가치를 최우선하는 현대사회에서 원자적 개인의 경계를 허물고, 사랑한다는 것은 더 어렵게 보이기만 한다. 마치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선이 정해져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나의 경계를 허물고 타인에게 스며드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비하될 감정이 아니라, 덜 계산적이기에 의미 있는 가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사랑하며 삽시다! 💕

(P.S) 댓글로 남겨준 한 구독자님의 사랑에 대한 생각(인상 깊어서 공유해요.)

 첫사랑, 사랑의 정의에 대해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다방면의 흥미로운 접근 너무 재밌게 봤어요. '결혼의 수단', '계산적', '개인의 경계' 여러 가지 키워드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사랑의 정도', '사랑의 기준'은 주관적인 가치와 소신으로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에게 ‘결혼은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누구도 제가 원하는 대답을 못 들어서 스스로 계속 물어보고 찾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여자친구와 제가 결혼을 주제로 대화가 잦아지면서, 대학생 때 데이트 통장을 쓰자고 했던 것이 남자인 저에게 무조건 좋은 제안일 텐데 '왜 거절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당시에 저는 "손익을 따지면 싸움이 된다, 내가 여유 있으면 더 내고 네가 더 여유 있을 때는 더 내면 되지."라고 거절했던 제가 정말 현명하다고 해줬습니다. 부끄럽지만, 사실 저도 연애하면서 속으로 계산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결혼에 대한 이득과 손해, 여자친구에게 운전을 배우라고 밀어붙이면서 차를 줬을 때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미래에 대한 보상. 그러나, 누구든지 ‘나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라는 태도를 받아들였습니다. ㅋㅋㅋ

 최근에 여자친구가 저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말했는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뭐 그럼 결혼을 좀 늦게 해야 하나?", "너의 선택이니까, 뭐 나는 존중해~" 이런 식으로 나와 분리(?)해서 말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런 말을 하는 저 자신이 여자친구를 배려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안했다고 생각하면서ㅎㅎ...

 그런데, 지금 저는 "어느 결정도 좋을 것 같아.", "나 믿고 시작해", "내가 열심히 벌면 돼, 나는 자신 있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누구나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계산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결혼에 대해서 여자친구가 ‘만약에’를 동반한 “그럼 네가 너무 손해 아니야?”라는 질문에는 항상 “그걸 따지면 결혼하면 안 되지.”라는 저의 대답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ㅋㅋ 내가 먼저 희생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둘 만의 ‘사랑의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예전에 생각했던 결혼은 희생과 배려로만 알았다면, 지금의 결혼은 희생과 배려로 또 다른 나의 행복을 얻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랑을 주는 것에 대한 기쁨, 성취를 넘어서 서로 의지할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존재의 가치를 알게 해준 사람이기에 결혼을 통해서 그 사람과 계속 사랑하고 싶은 것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