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방학에도 변함없는 기상 시간. 간단한 토스트와 뜨끈한 커피로 속을 달랜 후 깨끗하게 씻고 매무새를 정리한다. ‘삐- 삐-’ 9시에 울리는 알람. 전기장판을 저온으로 맞추고 그대로 Love-dive. ‘자정까지 아무것도 읽지 않고 듣지 않겠다.’라고 마음먹는다. 단, 식사와 청결은 제외. 비로소 와식 인간이 될 결심인 셈이다. 불현듯 지난 학예회가 생각난다. ‘꿈꿔본 적도 없는 PD, 작가, 카메라맨 노릇해가며 음지에서 내 자식들 기특하네 박수치며 끝났었지. 음원료나 악보료라도 정당하게 챙겨주면 좋으련만…’ 아차! 나는 지금 식사 혹은 청결 이외의 것을 하고 말았다. 생각을 빼내야만 한다. 등을 대고 누워 발을 지긋이 잡아당겨 살짝살짝 몸을 굴려보자! 구들장 위에 살살 굴려 먹는 귤처럼. 굴릴수록 단맛이 강해지지만, 너무 세게 누르면 픽! 하고 터지니까 조심해야 한다. 삐그덕 거리는 내 몸은 흔들의자로 변신. 흔들흔들. 대놓고 흔들리니까 마음이 편하다. 꼬박꼬박 영양제, 가끔 보양식을 먹으며 몸은 챙겼어도 마음은 늘 불안한 잡음에 시달렸었다. 예상 불가한 일들은 부지기수고 마음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렸으니까. 저온 전기장판에서 행복한 아기 자세 중인 나는 어쩌면 해독 중인지도 모르겠다. 아아. 그래 자정까지 이렇게. “행복하다.”
*코앞으로 다가온 방콕 여행도 전기장판 위에서. 현재 서울 기온 0도, 현재 방콕 기온 32도이니까 미리 전기장판 위에서 현지 적응 훈련 중인 셈이죠.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전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처럼, 메인 디쉬가 나오기 전에 침샘을 자극하는 에피타이저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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