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로 다른 성질의 공기층이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아침 볕에 데워진 반도 주변으로 성질이 급한 해풍과 느긋한 해풍이 전진하다가 서로 충돌하면 1,000m가 넘는 긴 띠구름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모닝글로리 구름’이라고 부른대요. 평화로운 이름과 달리 엄청난 기류의 힘으로 인해 ‘난류’에 속한다고 합니다. 위험한 구름인 거죠.
2.
-핸들 더 꺾을까?
-감.
-차 모서리가 주차 라인이랑 일직선이 되면 정지하라든지… 그런 팁 없습니까?
-가암.
3.
아부지는 그렇게 주차 강습 내내 감만 찾았다. 물론 나도 감 찾으려 무진장 애썼지만 모두 수포가 되었다. 그는 무질서가 가장 질서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 나는 엑스는이에이분에마이너스비플러스마이너스루트비제곱마이나스사에이씨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었으니 강습이 원활하게 진행될 리가 없긴 했다.
4.
-아부지, 곧 환갑인데 근사한 식당 예약해둘게요.
-동태찌개로 해.
-어제 저녁에 뭐 드셨어?
-동태에 소주.
5.
가족 여행 중 흥이 올라 30만 원짜리 보트를 끊는 아빠에게 사치가 지나치다며 무안 주지 말걸. 뭉친 이야기를 풀어내는 아빠 곁에서 술 한 잔 조용히 따라 드릴걸. 아침 일찍부터 구경하자고 서두르는 아빠에게 빼액하고 화내지 말걸. 나의 환갑 여행 제안과 아빠의 빠른 거절이 거듭될수록 후회가 깊어졌다.
6.
상아색 호텔 건물 사이로 우거진 풀잎과 모든 것들을 쓰다듬어 주는 태양, 느긋하게 유영하는 나의 손과 발의 감각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 순간! 오늘 서울 아침 기온 영하 18도, 현재 방콕 기온 영상 32도, 50도의 일교차를 빠르게 반복하는 전광판이 떠올랐다. 겨울이면 추운 밖에서 일하는 아부지를 둔 자식의 숙명인가… ‘나의 행복이 아빠에게 전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나의 이 약소하고 부진한 속도로는 아직 그에게 가닿지 못하겠지.’
7.
도쿄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는 3,000명이 한꺼번에 지나는 장관으로 유명합니다.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가는 보행자들 사이로 아빠와 내가 그곳 어딘가에 놓였다고 상상해봤어요. 그와 저는 서로를 찾을 수 있을까요? 마주 보고 웃을 수 있을까요? 올해 희망 사항 하나가 생겼는데요. 그가 칠순을 맞는 날 스크램블 교차로를 지나며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빠, 우리는 여기서 서로 잃어버려도, 잊어버려도 아마 꼭 찾을 거야. 감으로. 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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