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일 평생 하기 vs. 잘하는 일 평생 하기. 너무하다. 유용하고도 경제적인 것 두 가지를 붙여놓았으니 말이다. 뭘 골라도 평생 행복하지 않을까? 마치 개학식 날 뉴진스와 급식 먹기 vs. 아이브와 급식 먹기 느낌. 모름지기 밸런스 게임이란 토 맛 토마토 먹기 vs. 토마토 맛 토 먹기처럼 50대 50의 확률로 더 최악인 것을 고르며 상상하는 재미인데,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 고르라니 둘 다 최고라서 형편없는 선택지다. 더욱이 좋아하는 일도 잘하는 일도 없는 사람에게는..? 그건 바로 나?
싫진 않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다. ‘이 안에 너 있다.’ 혹은 ‘너라서 좋아.’ 정도 되는 남주 포지셔닝으로 교직을 대할 수는 없는 노릇. 뭐 이런 경험 때문에… 수업 공개, 운동회, 학예회, 현장체험학습, 졸업식 등등 행사마다 앞뒤로 협의회가 꼭 붙었던 학교였다. 전 직원 참석에 게다가 사전 협의회, 사후 협의회 총 두 번. 사실상 사전 지시회, 사후 지적회인 자리. 협력과 회의가 필수인 ‘협의’는 사라지고 바쁜 시간에 모였다가 상처만 안고 떠나는 ‘회’! 아등바등하며 목소리를 내어봐도 튕겨 나오기 일쑤였고, 이런저런 일로 5년을 시달리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군.”
교사로서 10년 차였던 작년에는 ‘10’이라는 숫자에 압도되어 지냈다. 50학급에서 지내는 최근의 몇 년이 참으로 안온하기는 했지만, 은폐엄폐로 점철되어 발언하지 않고 행동을 삼가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는 순간도 많았다. 어느 하루는 수업을 전부 녹음해보았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수업 중 딴소리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 그건 바로 나! 수학 가르치다가 갑자기 군대 이야기를 하고 하루에도 수십번 이랬다가 저랬다가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간 잘하는 척을 잘도 해오다가 스스로 까발리니 참담했다.
파스타로 치면 이제 겨우 면 삶은 방법 정도 배운 셈이다. 좋아하지도 않고 게다가 못하는 일을 왜 하냐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지난 일 년을 썼고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계속하고 싶은 일이니까.’ 억압적인 교직 문화나 매년 새로운 구성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일은 날 미치게 만들지만, 어린이날에 신나게 피구하고 물총 싸움하기, 아이들이 쓴 조각 글을 모아서 문집을 만들고 선물하는 일들은 평생 할 수 있다. Good만 외치기엔 복잡한 교직 생활이다. 어쩌면 경력이 더 쌓일수록 더 많은 일을 시킬 수도 있다. 에듀테크 어쩌고 저쩌고에 역습을 당할 수도 있지만 계속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쩌면 이러다 좋아하고 잘하게 될지도?
*Anyway 11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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