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일 하는 사람들

잘하고, 좋아하는 걸 계속 하고 싶어요.

지니뮤직 황한슬을 소개합니다.

2024.12.09 | 조회 908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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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준마니
워터스 오브 마치의 프로필 이미지

워터스 오브 마치

음악 일 하는 사람들의 불안, 실패, 그리고 문득문득 찾아오는 성공의 기쁨, 그런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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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댄스로 지니뮤직 워크숍을 매번 뒤집어 놓는다는 한슬을 ‘유니크루’로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때 저는 유니버설 뮤직 대리였고, 한슬은 ‘유니크루’에 지원한 대학생이었습니다. 

대리와 대학생은 시간이 한참 흘러 음악 업계 동료가 됐죠. 종종 만나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지만, 어떤 문제도 해결해 주진 못해요. 그치만 한슬이가 춤추고 노래 부르는 모습에 저는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그러고는 “네가 지니뮤직의 미래다”며 장난을 칩니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무사히 출근할 힘을 내봅니다.


01. 자기소개 해주세요.

황한슬입니다. 지니뮤직에서 국내 노출과 해외 프로모션을 맡고 있어요. 6년 차 직장인이고, 춤추고 노래하며 즐겁게 직장생활하고 있어요.

 

02. 국내 노출/해외 프로모션은 어떤 일이에요?

먼저 '국내 노출'은 국내 디지털 스트리밍 플랫폼(이하 DSP) 1면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일이에요. 웹/앱 첫 화면에 ‘최신 앨범’이라고 뜨잖아요. 이게 중요 프로모션 수단 중 하나인데, 지니뮤직 유통 음원이 1면에 잘 노출됐는지, 또 어떤 회사의 음원이 1면에 걸렸는지 확인하고, 기록하고 있어요.

지니뮤직 웹 1면은 총 12장의 최신 앨범을 소개해요
지니뮤직 웹 1면은 총 12장의 최신 앨범을 소개해요

 

'해외 프로모션'은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등 글로벌 DSP의 여러 프로모션 구좌에 지니뮤직 음원을 거는 일이에요. DSP마다 프로모션 구좌가 모두 다른데, 이것들을 모두 꿰차고 있어야 해요. 구좌는 얼마 없고, 음원을 걸고 싶은 회사/아티스트가 많아서 협상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애플뮤직 메인 배너에 에픽하이(지니뮤직 발매)가 소개됐어요
애플뮤직 메인 배너에 에픽하이(지니뮤직 발매)가 소개됐어요

 

스포티파이 메인 배너에 이즈나(지니뮤직 발매)가 소개됐어요
스포티파이 메인 배너에 이즈나(지니뮤직 발매)가 소개됐어요

 

DSP는 물론, 소셜 미디어, 국내/외 옥외 광고, 각종 디지털 구좌에 음원 발매 소식을 알리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을까 생각하면 동업자 정신에 뭉클할 때도 있어요. 아티스트 소속사, DSP 담당자와  “이거 가능할까요?”,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수없이 확인하고, 조율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제로베이스원이 스포티파이의 각종 소셜미디어에 소개됐어요
제로베이스원이 스포티파이의 각종 소셜미디어에 소개됐어요

 

03. 1면 노출, 그렇게 중요한 거예요?

글쎄요. 음원이 1면 노출됐다고 차트에 오른다거나,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1면 노출은 여전히 중요해요. 유통사 입장에선 중요 앨범이 발매될 때 챙겨야 할 기본 옵션이고, 매년 음원 유통 계약을 맺을 때 유통사 - 음반 제작사 간의 정치-외교 수단으로 작동하거든요. DSP마다 매대(1면 노출 구좌)는 한정되어 있지만, “우리는 1면 노출을 이만큼~ 기필코 잡아주겠다”고 딜을 치는 거죠.

 

04. 반복되는 업무라 일의 보람이 적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실제론 어때요?

일견 동의해요. 발매사에겐 중요한 앨범이지만, DSP 입장은 다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1면 노출에 실패한 중요 앨범도 있어요. 노력과 성과가 정비례하는 일은 아니기에 무기력해질 때도 있고요.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잖아요. 아티스트의 성공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신나고, 즐겁습니다. 뉴욕, LA, 서울 한복판에 저희 음원이 소개될 때면 짜릿하기도 하고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인정받고, 승승장구하길 원하잖아요. 근데,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려면 허무하고, 무기력한 시간을 견뎌내야 해요. 직장인에겐 그런 감각이 필요해요.

뉴욕 타임스퀘어에 옥외광고판에 소개된 제로베이스원
뉴욕 타임스퀘어에 옥외광고판에 소개된 제로베이스원
강남역 옥외광고판에 소개된 헤이즈
강남역 옥외광고판에 소개된 헤이즈

 

05. 어쩌다 음악 업계에서 일하게 되셨어요?

대학 시절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어요. 새벽엔 기내식 공장에서, 오후엔 배스킨라빈스에서 일했고, 밤엔 유니버설 뮤직 시드니에서 청소 일을 했어요.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의 한슬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의 한슬

 

하루는 유니버설 뮤직 오피스 청소를 하다가 야근하는 한 직원분께 용기 내서 말을 붙였어요. 왜 매일 야근하시냐고. 그랬더니 책상 위에 놓인 액자를 가리키셨어요. “do what you love, love what you do.” 그 표정을 잊을 수 없어요.

그땐 유니버설 뮤직이 뭔지도 몰랐어요. 그냥 건물이 근사하고, 직원들이 멋지다고만 생각했거든요. 아마 그때부터 음악 회사에서 일해 보고 싶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는 대학 졸업하고 뮤직 카로마에 입사했어요.

 

06. 이후 커리어도 궁금한데요?

뮤직 카로마는 뷰티크 유통사고, 거기서 2년 반 정도 일했어요. 언론 홍보, 음원 전송, 영상 기획, 편집, 소셜 미디어 운영도 했어요.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쓸모없는 일은 하나도 없었어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대도 기꺼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후엔 벅스에 입사해서 국내 노출 업무를 배웠고, 국내 가요 기획사랑 소통하는 일도 많아졌죠. 벅스는 1년 정도 다녔고, 이후엔 지니뮤직으로 이직했어요. 가만 보니 점점 큰 회사로 이직했네요. 아무튼, 지니뮤직은 기획사 투자도 하고 있어서 어깨 넘어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07. 한슬의 직장 생활은 참 즐거워 보여요. 회사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고, 동료와 여행도 자주 다니잖아요.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나쁜 건 흘려보내요. 물론 상처받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부끄럽게 살지 말자고, 도덕적으로 살자고 되뇌며 잘 버티고 있어요. 

어릴 적부터 춤추는 걸 좋아했어요. 회사 워크숍 아니면 제가 춤추는 걸 어디서 보여드리겠어요. 세 회사 전부 운 좋게 낄낄메이트(좋은 사람들)를 많이 만나서, 직장 생활에 큰 힘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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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뮤직 슈퍼스타 황한슬
지니뮤직 슈퍼스타 황한슬

 

08. 쭈욱~ 음악 회사만 다니셨어요. 음악 업계 어떤 게 좋나요?

오래 고민해 봤는데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좋아요. 여기서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좋아하는 걸 하니까 긴장하지 않고, 즐기면서 일할 수 있어요. 그럼 된 거죠. 엄마가 라인 댄스 강사인데요. 유사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는 묘한 동료애(?)도 느껴요. 알맞은 음악도 추천해 줄 수 있어서 쏠쏠한 재미도 있고요.

요즘엔 해외 프로모션 업무 잘하고 싶어서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가끔 놀래요. 내가 온 노력과 시간을 들여 잘하고 싶은 걸 지금 하고 있구나, 하면서요. 행운이죠. 

 

09. 사실 음악 업계 급여가 짜잖아요. 고민도 많으실 텐데요.

저는 큰 거 안 바래요. 멋지게 늙어갈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 같거든요. 공공장소에서 민폐 안 끼치고. 나이 어린 사람한테 반말하지 않고. 가족, 친구 잘 챙기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만약 회사에서 리더십 포지션에 오른다면 어떤 이야기든 잘 들어주고 싶고요. 그래도… 급여가 높을수록 제 춤사위는 더 화려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0. 지난 커리어를 돌아본다면 내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고생 많았다 한슬아. 회사 다니면서 대학원도 졸업하고, 이직도 하고, 바쁘게 살았구나. 뮤직 카로마, 벅스, 지니뮤직, 잘 선택했고, 잘 버텼고, 수고했다. 직급이 더 높아져도, 일이 더 많아져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니 걱정 말거라. 실수했다고 자책하지 말아라,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 오늘의 추천 음악 

오늘도 무사히 출근하셨나요? 

저는 얼마 전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어요. 더 늦기 전에 홀로서기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렇게 결정하는 데 꼬박 10년 걸렸네요. 

참 많이 되돌아보게 됩디다. 회사에서 증명해야 할 것들은 왜 그토록 많았는지. 동료를 질투하며 왜 그렇게 헛된 시간을 보냈는지. 매일 아침 지친 마음을 어르고 달래가며 회사에 도착했던 지난 10년 간의 제 직장생활이 조금 가엽더군요. 내 30대는 그렇게 허겁지겁 떠나가고 있더군요. 

이제 먹고 살아야 할지 거대한 포부나, 계획은 없어요. 새로운 모양으로 살아가는 낯설고, 두렵지만, 잠시 쉬었다가 다시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여 봐야죠. <워터스 오브 마치> 자주 쓰고, 발행하려고 해요. 그리고 용기 결정한 옳게 만들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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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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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aseul의 프로필 이미지

    Yeaseul

    1
    5 months 전

    항상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기사로 읽으니 더 멋있네요!

    ㄴ 답글 (1)
  • 한슬의 프로필 이미지

    한슬

    1
    5 months 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얘기를 터놓고 얘기한다는 게 재밌기도 하면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칭찬 싫어하는 사람 없다지만 일하다 보면 잘 들을 수 없는 환경에 있다는 것..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이 과연 재밌고 대단한 일인가, 이렇게 인터뷰로 실릴 일인가 싶었어요. 하지만 준환 님과 인터뷰하다 보니 마치 제 자존감 지킴이처럼 너무 대단하다는 말씀을 계속해주셨고, 제가 하루만 더 출근할 수 있는 힘을 주셨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 쉽지 않은 준환 님만의 길을 나아가고 계시네요. 저는 또 많이 배우고 갑니다!

    ㄴ 답글
  • 한슬의 프로필 이미지

    한슬

    0
    5 months 전

    혹시나 제 춤이 궁금하시다면,, 인스타 @haha_hanseul 에 종종.. 올리곤 합니다 ㅎㅎ

    ㄴ 답글 (1)
  • 똔똔의 프로필 이미지

    똔똔

    0
    5 months 전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좋아하고 만족하는 일을 하면서 그 기쁨에 취할 수 있다면. 어려워도 부딪혀볼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긍정적인 마인드~ 좋은 기운 얻어갑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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