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일 하는 사람들

재즈는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재즈가 너에게> 김민주 작가님을 소개합니다.

2025.03.24 | 조회 980 |
0
|
from.
준마니
워터스 오브 마치의 프로필 이미지

워터스 오브 마치

음악 일 하는 사람들의 불안, 실패, 그리고 문득문득 찾아오는 성공의 기쁨, 그런 이야기를 다룹니다.

1.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재즈를 사랑하는 시나리오 작가 김민주입니다. 영상 시나리오를 쓰고, 편집하는 게 본업이고, 월간지 <재즈피플>에서 필진으로 글도 쓰고 있어요. 유튜브 <JAZZ IS EVERYWHERE> 채널도 운영하고 있고요. 지난 19일에 출간한 신간 <재즈가 너에게>도 썼습니다.

김민주 작가님
김민주 작가님

 

 

2. <재즈가 너에게> 출간 축하해요. 어떤 책인지 궁금합니다. 

재즈 역사에 기록된 가장 인상적인 라이브 콘서트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풀어 낸 책이에요. 말하자면 재즈 레터랄까요? 가장 우여곡절 많았던 12가지 이야기를 골라 담았고,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얼마나 재즈답게 ‘즉흥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서 관객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했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게 썼어요. 

재즈에 관한 이론, 지식을 철학적, 인문학적으로 풀어 낸 좋은 책들은 이미 많잖아요. 저는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읽을 만한 재즈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편지 형식을 빌린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고요.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말을 걸고 싶었달까요. 책 제목도 <재즈가 너에게>이니까요. 

<재즈가 너에게> 3월 19일에 출간했어요
<재즈가 너에게> 3월 19일에 출간했어요

 

 

3. 전작 <재즈의 계절>도 그랬지만, 신간 <재즈가 너에게> 역시 재즈 뮤지션들의 잠언집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덕분에 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었달까요.

음악책이 꼭 전문적인 음악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음악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온다거나, 때로는 삶을 돌아보게 만들 때도 있잖아요. 재즈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태도, 마음가짐, 아이디어를 마련해 주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재즈와 장르 특수성(즉흥성), 재즈 뮤지션과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독자들에게 창의성을 북돋거나, 유연한 문화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 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재즈 애호가도 좋지만, 내심 직장인들이 이 책을 많이 읽어주길 바랐어요. 재즈 뮤지션들의 일하는 방식이 어쩌면 (다소) 경직된 환경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뭔가 힌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키스 자렛, 쾰른 콘서트 (출처: BBC)
키스 자렛, 쾰른 콘서트 (출처: BBC)

 

 

4. 12가지 재즈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님은 ‘물 만난 물고기’ 같았어요. 이것 말고도 이야기보따리가 얼마나 더 많을까. 어쩜 이렇게 알기 쉽게, 다정하게 풀어내셨을까 싶었거든요.  

오랫동안 영상 업계에서 일한 습관 때문일 거예요. 타겟부터 설정하거든요. 이 책의 독자는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읽어야 한다, 그렇게 정해두고 썼어요.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었고요. 그래서 갈등과 위기가 있고, 그걸 잘 해결한 우여곡절 많았던 12가지 이야기를 엄선했고요. 그런 이야기들이 기승전결이 탄탄하거든요. TMI를 거둬 내려고 재즈 자료를 연구, 탐색하기도 많이 했지요. 자세히 알아야 무얼 빼고, 넣을지 결정할 수 있거든요.

 

 

5. 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작가이자 편집 감독. <재즈의 계절>과 <재즈가 너에게>를 쓴 작가. 재즈 월간지 <재즈피플>의 필진. 유튜브 <JAZZ IS EVERYWHERE> 운영자. 직업의 상당 부분 재즈가 녹아 들어 있어요. 재즈는 언제부터 좋아하셨나요. 

**독립 다큐멘터리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은 재즈 뮤지션 윤석철 님께서 사운드트랙을 작업 하셨어요. 

20살 대학생 시절 프랑스 파리로 가족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숙소 근처에 ‘선셋 선사이드’라는 재즈 클럽에 우연히 공연을 보러 갔는데, 제 인생 첫 재즈 라이브 공연이었죠. 1열에 앉았던 걸로 기억해요. 작고, 좁은 공연장에서 연주자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 인터미션 때 담배 피우던 모습. 악보 위에 음표는 없고 알파벳만 적혀 있던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연주자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에 놀랐달까요. 그날 숙소에 돌아가 일기를 썼는데 “재즈라는 걸 들었다. 충격적이었다”고 적어 놓았던 것 같아요. 강렬한 첫 만남이었죠.

선셋 선사이드 재즈 클럽 (출처: 공식 웹사이트)
선셋 선사이드 재즈 클럽 (출처: 공식 웹사이트)

한국에 돌아와 당시 알고 지내던 사진작가가 마침 재즈 클럽 라이브 영상을 찍자고 제안해 주셨어요. 저는 당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이것저것 영상 찍는 걸 좋아했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라 수락했었죠. ‘재능 기부’라는 말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소위 재능 기부를 한 셈이었어요. 매주 수요일 한 라이브 공연장에서 촬영했는데 그곳이 야누스였어요. 말로 님께서 노래를, 임미정 님께서 피아노를 연주해 주셨어요. 그때부터 재즈에 완전히 젖어 들었던 걸로 기억해요. 

이후엔 재즈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해졌고, 자연스레 재즈만 듣게 되더라고요. 이상하게 다른 음악과는 작별하게 됐달까요. 재즈와 연애하는 기분이었죠. 

 

 

6. 스타트업 종사자에게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은 필청 콘텐츠 중 하나에요. 스타트업 정신을 배울 수 있다더군요. 음악도 참 재미난 걸 쓰셨고요. 제작 과정이 궁금한데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공식 포스터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공식 포스터

‘이동’과 ‘교통’에 관한 문제를 아름답게, 시네마틱하게 풀어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당시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며 한국의 한 스타트업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는지 기록해 놓는 것도 꽤 의미 있을 것 같았고요.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타다 측에서 촬영 수락해 주셔서 참 고마웠어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사운드트랙은 재즈 연주자 윤석철 님께서 작업해 주셨어요. 저는 윤석철 님께서 정말 멋지게 작업해 주실 거란 확신이 있었거든요. 사실, ‘타다금지법’은 당시 예민한 사회-정치적 현안이었는데 석철 님과 소속사 안테나에서도 어려운 결정 내려 주셨어요. 석철 님께는 달리 레퍼런스를 드린 적도 없었지만 19곡이나 되는 근사한 곡을 만들어 주셨고, 수정할 일도 거의 없었어요.

 

 

7. 작가님께서는 “재즈는 어디에나 있다”고 늘 말씀 하시잖아요. 유튜브 채널도 <JAZZ IS EVERYWHERE>이고요. ‘구호’를 짓게 된 배경이 궁금한데요. 

첨부 이미지

재즈 업계(?)에서 “재즈 이즈 데드(Jazz is dead)”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거든요. 재즈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인데요. 그냥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재즈는 어디에나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재즈를 더 많이 듣고,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재즈는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아참, 영상 작업할 때는 스태프들과 차를 타고 이동할 때가 많아요. 저는 자동차 DJ를 하거든요. 플레이리스트를 100개쯤 만들어 다니니까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사람들이 종종 그걸 사람들도 듣게 유튜브나 어딘가에 공개해 보라고 이야길 했는데, 저는 “내가 만든 걸 남들이 들을까?”라며 고지식하게 굴었거든요. 그러다가 류희성 기자님의 <재즈기자>, 벅스 뮤직의 <에센셜> 등을 보면서 ‘나도 한 번?’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다 시작하게 된 게 <JAZZ IS EVERYWHERE>입니다.

 

 

8. 김민주 작가님의 삶은 ‘재즈’ 같나요?

사실 제 삶은 ‘재즈’ 같지 않아요. 계획을 세우고, 철두철미하게 일하는 걸 좋아해요. ‘즉흥’ 적으로 살지 않아요. 저는 반듯하게 악보 연주하듯 인생을 살았어요. 일관된 경험 안에서만 살아왔거든요. 영상을 공부했고, 영상 일을 하고 있고, 영상/영화를 즐겨 봐요. 재즈는 어쩌면 제가 살아온 삶이나 제 성격과 너무 달라서 끌리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9. 즉흥 연주를 하기 위해선 숱한 훈련이 필요하잖아요. 김민주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 ‘무엇’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보통 12시간 씩 일해요. 지금은 본업을 잠시 쉬고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12시간 씩 꾸준히 일했어요. 영상 일을 ‘예술적으로’ 잘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재즈를 즐겨들었던 것도 제게 많은 힘을 줬어요. 오아시스 같았달까요. 본업에서 잠깐 도망쳐 나와 지친 마음을 재즈로 달랬어요. 재즈가 없었다면 큰일 났을지도 모르겠어요. 아, 요가 수련도 합니다. 재즈를 들으면서요. 재즈와 요가, 이 두 가지가 제 삶을 단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10. 9번의 이메일. 1번의 만남. 1번의 택배. 짧은 인연이지만 김민주 작가님은 ‘자기 속도를 잘 지키며 사시는구나’, ‘어쩜 저렇게 온라인/오프라인 관계 없이 늘 다정할까’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었어요. 비결(?)이 있다면요?

계획적으로, 차분하게 일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사람들도 저처럼 일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회신하는 걸 놓쳐 상대방의 스케줄이 틀어지거나, 오해를 살 문장을 써서 모두의 작업이 복잡해질까 봐 조금 신경 써서 이메일을 쓰고, 만나서 말을 주고받았던 게 준환 님께 그렇게 보인 모양입니다. 제가 다정하다고 말씀해 주시는 준환 님도 다정하셔요.

김민주 작가님
김민주 작가님

 

 

11. <재즈가 너에게>는 많은 재즈 잠언이 적혀 있어요. “계획에서 벗어날 줄도 알아야 한다”(12p), “단단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연약한 존재라는 진실을 인정하는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197) 등. 가장 어두운 시기에 놓여있을 적의 작가님께 어떤 재즈 잠언 들려주고 싶나요? 

사실 커다란 위기는 없었지만, 키우던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적이 있었어요. 큰 슬픔이 닥칠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잘 견뎌 냈어요. 제가 생각보다 회복 탄력성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그런데도 여전히 불안감은 있어요. 그럴 땐 마일스 데이비스가 했던 말을 떠올릴 겁니다. 재즈에 틀린 음은 없다고. 다음에 할 일이 이전의 일이 틀렸는지 결정해 줄 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면 왠지 마음이 평화가 찾아오거든요.

 

 

12. 음악 업계에서 일하고 싶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분도 많아요. 작가님께서 해주실 말씀이 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음악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많은 분께서 저를 재즈와 연관 지어 갖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니 이에 한정 지어 몇 가지 말씀 드려 볼게요. 

“나는 음악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문장을 구체화해 보셔요. 가령, “음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보겠다”거나, “해외 음악 레이블에 들어가 팝 마케팅 일을 해보겠다” 식으로요. 

저는 “재즈 글 쓸 거야”가 목표였어요. 그래서 월간지 <재즈피플>에 투고했고, 적극적으로 저의 능력을 어필했어요. 영상/영화를 연출했으니 영화에 사용된 재즈 음악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잘 쓸 수 있다고 나름의 전략을 갖고 연락드렸죠. <재즈피플> 김광현 편집장님께서도 다행히 제 진심을 알아봐 주셨고요. 그게 2018년쯤이었으니까 벌써 7~8년 정도 됐네요. 진심만 담겨 있다면 분명 가닿을 거예요.  

 

 

13. 문득 할머니가 된 김민주 작가님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하네요.

어디선가 계속 글을 쓰고 있길 바랍니다. 남편과 함께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고요. 곁에 고양이도 한두 마리 있으면 더 좋겠네요. 할머니 돼서도 책과 영화를 즐겨 보고 여행을 자주 다녔으면 해요. 아참, 새로 나온 음악도 계속 찾아 듣고 있어야 할 텐데요. 한살 두살 나이 먹을수록 새로운 음악 찾아 듣는 게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가끔 하거든요.

 

 

14. 마지막 질문이에요. 올해 계획하신 일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3월 26일 수요일 저녁 7시, 29일 토요일 오후 4시에 한남동 FEZH에서 뮤직 북 토크가 있어요. 자세한 소식은 이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4월, 5월에도 북토크를 준비 중인데, 곧 안내해 드릴게요. 신간 <재즈가 너에게>를 통해 독자분들 많이 만나길 바랍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첨부 이미지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워터스 오브 마치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워터스 오브 마치

음악 일 하는 사람들의 불안, 실패, 그리고 문득문득 찾아오는 성공의 기쁨, 그런 이야기를 다룹니다.

뉴스레터 문의watersofmarch.newsletter@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