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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대 4회차 모임 공지입니다.

느슨한 연대

백마 탄 왕자님은 오지 않는다.

느슨한 연대 첫번째 오프라인 모임 '돈' 후기.

2024.03.11 | 조회 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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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대

글쓰기 좋은 질문과 에세이를 보내드립니다.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

 

문이 열린다.

사람들이 어색하게 종이를 꺼내든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원목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정오의 햇빛이 반짝이는 동안 우리는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든다.

 

임산부의 유튜버 도전기를,

1억을 모은 사회초년생의 다음 스텝을,

남편의 퇴직을 바라보는 아내의 고민을,

집을 사고 싶은 신혼 부부의 전략을,

직장을 구하고 있는 취준생의 어려움을 듣는다.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스피커를 틀고 볼륨을 높인다.

말로, 글로, 표정으로 뱉어낸 고민은 응어리가 되어 마음속을 빠져나간다. 고민은 숙제가 되고, 우울은 할 일로 변모한다.

 

우리는 출근을 견뎌낼 힘을 얻었다. 

 

<느슨한 연대 첫번째 모임, 돈 이야기>

24.03.10. 북촌 다락방구구.

 

 

 

 

어제 <느슨한 연대> 1회차 모임이 있었다. 이번 주제는 '돈'이었다.

'미친듯이 돈이 많다면 나는 ( ) 하고 싶다'는 주제글을 써오는 것이 간단한 숙제였다. 그리고 숙제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시간은 일요일 아침 오전 열 시부터 한 시까지. 세시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마냥 뿌듯했던 신년회와 달리, 모임을 마치고 나니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3시간의 모임을 마치고 나서는 아, 5시간은 했어야 했다. 하는 아쉬움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제는 정말 단순히 블로거 호미로 존재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호스트로 모임을 운영해야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처음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할 때는, '농대언니 호미'가 누구인지 설명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꽤나 오랜 구독자들이 많아져셔인지 구구절절 말할 필요 없이 다들 마음을 활짝 열고 와주신다.

'내가 모임을 여는 게 능숙 해질수록, 참석자들도 성장 하는구나!'

아이스브레이킹 따위 할 시간 없이 당장 더 깊은 이야기로 진격 했어도 좋았겠다.

하지만 뭐, 해보지 않으면 개선점을 알 수도 없었을테니까!

 

(다음 모임은 3월 30일 저녁, 연애/결혼 이야기로 만나요. 곧 초대장 날릴게요.)

 

진행 순서
진행 순서

 

  • 호미의 가계부/부동산 매매 이야기 모두 공개.

우리 사회에서는 '얼마를 버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극도로 숨긴다. 연봉이 곧 그 사람이 가치평가처럼 느껴져서일까.

하지만 나는 예의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돈'에 대한 솔직한 모임을 표방하는 만큼, 나의 소득을 먼저 공개했다.

 소득(본업과 부업)과 지출(현금 그리고 카드)이 원 단위까지 적힌 가계부 원본을 ppt에 띄웠다. 어떻게 집을 매매할 수 있었는지 상세한 대출 방법과 준비했던 현금, 내야 했던 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얼마까지 충당했는지, 양가 부모님께 결혼할 때에는 어떻게 도움을 받았고, 현재 급여는 어떻게 투자하고 저축하고 있는지 공유했다. 

 

  • 참석자 자기소개

참석자들은 각자 본인이 가진 '돈' 고민을 이야기했다.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으로 이루어져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기업 임원 남편의 퇴직에 돈 고민을 시작한 공기업 직장인,
희망퇴직 공고를 보고 사직서를 쓰다 말고 온 싱글녀, 

집을 매매할까 고민중인 신혼부부,

드디어 1억을 모은 직장인,

금융권 휴직자, 프리랜서, 취준생, ...

 

 내 글을 읽어주던 사람들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늘 아래 완전히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처음 만났는데도 오래 알았던 사람처럼 내적 친밀감이 느껴지고, 공통의 관심사를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 모임의 목표

 사실 내가 돈을 잘 버는 사람도 아니고, 대단한 금융 지식이 있지도 않은데 자신있게 '돈' 모임을 개설한 건 나름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균형을 맞추는 능력이다.

 

 경제학자 케인즈는 행복은 곧 소유와 욕구의 비율이 만들어낸다고 했다. 즉 얼마나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실제로 소유한 것'과 '쓰고 싶은 욕구' 사이의 밸런스를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부잣집 자녀로 태어나서, 버는 돈은 없는데 계속 쓰기만 한다면 어떨까? 겉으로 보기에는 좋을 지 몰라도, 대한민국은 상속세가 상당한 국가다. 자산을 지키는 능력없이는 씀씀이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어도, 그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것 또한 쓸쓸한 인생이다. 남들의 취향대로 무자비하게 사치품을 소비하다 보면, 쉽게  불행에 휘말린다.

(금융권 직장인들이 얼마나 유흥에 쉽게 빠지는지, 얼마나 자주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는지 생각해보라!)

 

 

혹자는 그래도 묻는다.

돈으로 인생의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지 않는가?

 정말 그럴까? 한번 상상해보자.

초등학생이 모두 '돈이면 다 되죠.'하고 말하는 세상을.

모든 사람들이 '돈으로 해결 안될게 뭐가 있어?'라고 믿는 세상을 말이다.

가족, 사랑, 연인, 교육, 안전, 위생,.. 사회의 모든 가치를 돈으로 책정해보자.

아하. 무언가 찝찝한 기분을 숨길수가 없다.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사용 되어야 한다.

수단에 잡아먹히지 않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것인가? 라는 질문이 , 우리가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지점이다. 

결국 우리는 자본주의의 양쪽 기둥인, '돈 벌기'와 '돈 쓰기'를 모두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 돈 버는 이야기(20분간 글쓰고, 이야기 나누기)

 첫 번째 질문으로는 각자의 인생에서 얼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 것인지 가늠했다.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정리해보고, 해당 직종의 평균 급여와 매출액을 확인했다. 그리고 연간 저축 가능한 금액과 연평균 투자수익률을 계산해보았다. 또한 '결혼', '증여' 등 횡재를 할 수 있는지도 염두에 두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육아 휴직 중이신 임산부의 유튜브 도전기였다. 

그녀는 금융권에서 근무하며, 의도치않게 세상 모~든 직종이 유튜브를 하고 있는 사실을 목격했다. 그리고 본인이 뭐라고(?) 안하는 게 우습다고 생각했단다. 그녀는 빠르게 생각을 고쳐먹고(!) 올해부터 유튜브로 만원이라도 벌어보기로 다짐했다.

겸업금지조항은 본업에 폐만 끼치지 않으면 문제 없다는 명언과 함께, 다양한 자산 관련 꿀팁을 공유해주셨다. 

라오어작가의 무지성 52주 투자법, 강환국씨의 퀀트 투자, 그리고  아기에게 10세 이전에 2천만원을 증여해주겠다는 이야기, 부모님께 비과세로 증여받을 수 있는 최대가 3억 5천이라는 것. 등등. 

 

그 외에도 다양한 돈 버는 이야기가 범람했다.

관광 통역사, 만들기 강의, 수학 강사, 필라테스 학원 영업, 미국주식, 한국주식, 한국부동산, 해외부동산.. 그리고 블로그 협찬까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야하는데, 시간 관계상 각자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아쉽다. '돈 벌기' 모임은 앞으로 재테크 정기 모임으로 열어도 좋을것 같다.

 

 

  • 돈 쓰는 이야기(20분간 글 쓰고, 이야기 나누기)

그 다음에는 어떻게 돈을 써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부모, 능력, 대학 등 각자의 '돈에 대한 결핍'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확인했다. '미친듯이 돈이 많다면 ( ) 하고 싶다'의 과제로 돌아가 아주 풍요로운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했다. 

돈이 아주아주 많다면, 그리고 그 상태를 5년간 유지해 익숙해졌다면 그 다음에 내가 원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목적은 돈 그 자체가 아닌 경우가 많다. 돈이라는 핑계 아래에는 악기를 배우고 싶다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거나, 출퇴근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더 구체적인 욕망이 숨어있다. 

‘돈’에 대한 나의 궁극적인 목표를 결정하고, 실행할 시행할 수 있는 6개월 짜리 계획을 세워 보았다. 필요한 공부, 사야할 준비물, 나와의 데이트, 휴가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해보는 것이다.

 

어떤 분은 본인에게 돈의 활용가치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궁극적인 삶의 목표로는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이다. 

또 한 분은 돈이 많다면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 회사에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데, 큰 목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

출근이 싫은 것 까지는 아닌데, 본인이 정말 배우고 싶었던 걸 여지껏 미뤄둔 게 아닐까 아쉽다고 했다. 아무튼간에 다음달부터 학원을 다니며, 하고싶던 공부를 해보기로 하셨다.

 

우리가 우리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나

재능을 발전시키는 데 투자하면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다른 자산과 투자와 다르게

자신에 대한 투자에는 세금이 없다.

- 워런 버핏-

 

 

우리는 돈버는 일에 대한 기묘한 환상이 있다. sns와 사기꾼들이 판치는 탓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만고만한 근로소득을 받고 살아간다. 

매출이 높은 중소 기업 사장이라고 해서 부자일까?  우리나라 제조업의 평균영업이익률은 5.4%로, 10억을 벌면 고작 5천 4백만원이 남는다. 대기업 직장인보다 못하다. 

 20억 짜리 강남 아파트를 물려받으면 부자일까?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무려 50%! 두 명의 자식이 골고루 나눠 가지면 아파트는 조각조각 누더기가 되어 5억의 현금으로 남는다.  물론 5억은 매우 큰 돈이지만 인생을 바꿀 만한 금액은 못된다.

 역시 모임에 온 사람들 중, '횡재'가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은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돈 이야기의 귀결은 결국 스스로의 깜냥을 파악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얼마나 벌 수 있고, 얼만큼 쓸지 결정하는 일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과 해내야 하는 일이다. 

 

백마탄 왕자님은 오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먹여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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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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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

    0
    about 2 months 전

    글 너무 좋아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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