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먹 VS 부먹, 팥붕VS 슈붕 논쟁을 이을 오늘 주간영화에서 다뤄볼 주제, 바로 영화는 내용 VS 스타일입니다. 구독자 님은 영화를 볼 때 이 두 가지 중, 어느 점을 더 중요하게 보시나요?
영화를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주제, 에디터 우기가 주간적인 영화썰에서 풀어보려고 한다는데요. 구독자 님도 잘 들어보고 판단해 주세요.
창작자로 살아간다는 것
영화를 논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내용 vs 스타일‘이다. (Style vs substance) 대표적으로 두 가지 양상을 띄는데, 내용보다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경우 (이 부류에 속하는 감독으로는 <300>, <맨 오브 스틸>등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한 <드라이브>로 스타덤에 올랐었던 니콜라스 웬딩 레폰 감독 등이 있다.)
이런 영화들은 주로 강렬한 색감, 계산된듯한 구도, 또는 화면 배속을 통해 일상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해낸다는 특징이 있다. 반대로 스타일보다는 내용이 중심이 되는 영화의 경우, (<씨민과 나데르 의 별거>, <더 세일즈맨>을 연출한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 그리고 많은 독립영화들)이 있다.
이런 작품들은 주로 다큐멘터리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일상을 일상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을 연출해 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런데 필자는 ‘스타일 vs 내용’을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된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시각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화면에 담기는 모든 것이 연출자의 의도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영화 그 자체가 어쩌면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아스가르 파르하디, 리처드 링크레이터 감독처럼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그들만의 스타일인 것이다.
그렇다고 반대로 내용을 평가하기도 어려운 것이, 내용의 좋고 나쁨도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내용’을 논할 때 플롯의 밀도를 이야기하는데 플롯은 어디까지나 영화의 전부가 아닌 일부다.
한 예시로 <트리 오브 라이프>의 테렌스 말릭 감독, <패터슨>의 짐 자무쉬 감독 등은 플롯 위주의 스토리가 아닌 일상의 순간을 아주 천천히, 오래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둔다.
또한 스타일로 유명한 작품들인 <300>, <아바타>도 관객이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감독이 의도적으로 플롯을 간단하게 구성했다고 밝힌 만큼, 내용 또한 잘하고 잘못함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스타일’과 ’내용‘ 자체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영화마다 다른 스타일과 다른 구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관객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자신이 좋아하는 종류의 영화를 찾아서 감상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일상을 비일상적으로' 연출한 영화들을 좋아한다.
대표적으로 애드가 라이트, 자비에 돌란 감독 등을 좋아하는데 이들은 일상적인 순간을 스펙타클하게 표현하는데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감독들이다. 야마다 나오코 감독 또한 일상의 스쳐가는 ‘순간’들을 잡아내는 능력이 있는데다가,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더욱 아름답게 포장해 낼 수 있는 감독이라 좋아하는 편이다.
반대로 일상을 일상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포커스를 둔 영화들 중 지금까지 재밌게 본 작품들은 김태용 감독의 <거인>,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자레드 헤스의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등이 있다.
이번 주에는 이렇게 영화의 ‘스타일’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봤다. 좋아하는 작품들의 스타일 또는 내용 구조를 분석해서 영화를 볼 수 있다면, 현재 범람하고 있는 미디어 속에서 각자가 재밌게 볼 법한 영화를 찾는 것이 조금 더 쉬워지지 않을까 싶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이번 주 볼거리
AI, 인간 정신의 디지털화, 알파 센타우리로 지구의 이주, 달의 폭발. 영화 네 편을 만들고도 남을 정도의 분량을 한 영화에 몰아넣고도, 생각보다 꽤 괜찮게 뽑힌 작품. 바로 이번 주에 소개할 작품인 <유랑지구2>다.
<유랑지구>은 필자가 극장에서 몇 년 전에 봤었는데, 꽤 괜찮은 CG와 함께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인 ‘한 영웅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위기를 모면한다’라는 사상이 상당히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후속작 <유랑지구2>는 <유랑지구>의 프리퀄로, 유랑지구 프로젝트 (태양이 죽어가기 시작하자 지구에 로켓을 부착해 태양계를 벗어나 알파 센타우리로 인류를 이전시키는 프로젝트)의 시작을 보여준다. 제작비가 2000억 원 정도 들어간 작품인데 할리우드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특수효과를 자랑한다. 초반부의 공중전 씬은 <탑건>을, 후반부의 액션은 일부 <아마겟돈>을 의식한 것 같은데 나름 유명한 작품들을 오마주 하면서도, 독창적인 액션씬들을 뽑아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군상극인 만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분배되어서 나오는데 초반에 스토리가 상당히 난잡하긴 하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초반에 쌓아온 이야기들이 모두 하나로 이어지면서 나름대로 깔끔한 마무리를 지어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유덕화의 스토리가 제일 재밌었다. ‘죽은 딸의 의식을 디지털화 시켜서 슈퍼컴퓨터에 저장 시킨다’라는 굉장히 클리셰 할 수도 있는 플롯 포인트를 상당히 흥미롭게 진행시켰고, 그 후반부는 꽤나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다만 의외로 한국영화스러웠던, 영화 초반 중간중간에 뜬금없이 나오는 유머가 굉장히 별로였다. 진지한 장면에서 갑자기 어이없는 개그가 나오니 흥미롭게 보다가도 몰입이 깨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같이 본 극장의 관객들은 개그 포인트마다 빵빵 터지긴 했기 때문에 주관적인 부분이긴 하다.
할리우드를 벗어난 중국의 엄청난 자본으로 만든 블록버스터, <유랑지구2>.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사뭇 다른 SF 드라마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아바타2>보다 흥미롭게 봤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웃사이더 감독 중 하나인 팀 버튼의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기괴한 아름다움'이다. 분명히 아이들이 볼 법한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팀 버튼 특유의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장면들이 문뜩문뜩 등장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역시 그런 영화 중 하나다. 평범한 아동 영화처럼 보이지만 팀 버튼의 흔적은 때로는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로 과하게 밝은 미술 틈에서, 때로는 어딘가 으스스한 노래 가사 속에서 발견된다. 어렸을 때야 마냥 재밌게 본 영화지만, 어른이 된 지금 다시 본다면 무심결에 지나쳤던 그 특유의 찝찝함이 돋보이는 영화. 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재미있는 아동영화니까.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구독하는 OTT 서비스만 5개.
최근에 거금을 들여 닌텐도 스위치를 장만해
남 부럽지 않은 게임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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