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배우 오디션 보러 갔던 썰.txt

구독자 님! 오늘도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네요. ☔이제는 반팔을 입고 다니기 확실히 쌀쌀해진 요즘, 따뜻하게 이불을 덮고 아늑하게 방 안에 누워서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 어떠세요?

영화관의 팝콘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핫초코와 함께라면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을 거예요. 비록 오늘은 우중충한 날씨지만, 조금만 지나면 곧 무지개가 뜰 거예요. 주간영화와 함께 곧 떠오를 무지개를 기다리지 않으실래요?

내 생애 최초의 오디션  

‘아 네 안녕하세요 00씨 맞으시죠?

‘네 안녕하십니까!’

선릉에 있는 엔터테인먼트회사 오디션장이었다. 내 첫 오디션이기도 했다. 해외 로케이션에서 촬영할 드라마의 오픈 캐스팅을 그 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하게 되어 프로필을 내봤는데, 신기하게도 통과해서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문을 열자 감독님과 조연출로 추정되는 분이 테이블에 앉아계셨다.

나는 그들 앞에 섰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감독님 옆에 앉은 분이 삼각대에 세워진 캠코더의 녹화 버튼을 누르셨다. 띵동- 소리가 나자 감독님께서 입을 여셨다.

‘네 준비되시면 하세요.’

‘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연기하기 시작했다.

‘소개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프레드입니다.’

아차 싶었다. 긴장한 탓에 내가 프레드가 되지 않고 단순히 대사를 말하기만 했다. 감독님께서 종이에 뭔가를 끄적이기 시작하셨다.

‘나이는 스물 다섯살이고 어렸을 때부터…’

다행히 내 연기는 뒤로 갈수록 조금씩 나아졌다. 후반으로 가면서 조금씩 몰입이 되기 시작했다. 

‘제 증상이 조금 나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네.’

대사가 끝났다. 감독님께선 고개를 조금씩 끄덕이고 ‘뭐 기본기는 있네…’ 라고 하시며 고민하셨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감독님은 괜찮았다는 평과 함께 다른 느낌도 보고 싶은데 다음 주에 다른 대사를 가지고 와보라고 하셨다.

나는 알겠다며, 감사하다고 한 뒤에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디션장을 떠났다. 나름 순탄하게 첫 오디션을 마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나는 그 오디션장에서 한 대사 말고는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아직 없었다.

생각나는 적당한 대사도 없어서 주변 배우들에게 물어봐서 그들이 준 대사들 중 제일 괜찮은 것 하나를 골랐다. 밴드 활동에 관한 독립영화에서 나온 그 대사는, 인물이 주변 인물들에게 음악에 진심이냐고 따지는 장면에 등장하는 대사였다. 적당한 드라마도 있겠다, 이거다 싶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대망의 날이 왔다. 이번엔 감독님 말고도 여자 한 분과 남자 한 분이 더 계셨다. 역시 이번에도 간단한 인사를 한 뒤에 대사를 시작했다. 대사를 하던 중 여자 중 한 분이 웃음을 참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연기를 하려 했다. 하지만 초반에 삐끗한 이상 연기에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왜 웃었지? 망했나?’ 이 생각만이 머리에 돌았다. 연습을 한 덕분에 입으로 대사는 꾸역꾸역 나왔지만, 대사를 뱉고 있는 사람은 인물에 동화되지 못한 그저 '나'였다. 

결국 악으로 버티며 대사를 끝까지 읊었다. 그렇게 마무리된 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콩트 같아요.’

여자분이 입을 열었다.

‘아… 그런가요? 하하’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마냥 겉으로 평온을 최대한 유지했다. 하지만 머리는 어질어질했다.

‘음… 기본기는 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해요.’

다른 남자분도 입을 열었다.

‘아 그런가요? 그렇다면 더더욱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감독님께선 아무 말씀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계셨다. 그렇게 쓴 말 몇 번 왔다 갔다 한 뒤 나는 오디션장을 떠났다. 아쉽지 않다고 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실패의 원인을 말하자면 간단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배우 지망생분들에겐 당연할 수도 있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연습부족이다. 1차 오디션은 수업 워크샵 작품 대사였기 때문에 수 백 번을 말했었고, 지금 툭 찔러도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2차 오디션의 경우엔 일주일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만으로 인해 요구되는 양만큼 연습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사를 말하라고 해도 겨우겨우 할 수 있을 만큼 머리에 각인이 덜 되었다. 나보다 훨씬 더 준비를 많이 한 분들이 차고 넘칠텐데 그 정도로 준비해서 뭐라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상기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그 오디션 이후 더더욱 열심히 준비해서 나중에 첫 작품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분명히 얻어 간 것이 있는 경험이었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 이번 주 볼거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 픽사와 디즈니의 철학은 간단하다. 보편성과 재미를 둘 다 추구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까지 픽사와 디즈니가 걸어온 길을 보면 그 어려운 일을 충분히 성공적으로 해 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인사이드 아웃> 또한 디즈니가 추구하는 '보편성'이라는 철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다. 내 마음에 살고 있는 감정들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의인화하고, 어린 시절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섬세하면서도 진부하지 않게 말한다. 메시지도 유치하거나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단순하게 전달하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은 항상 기쁠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며 잔잔하게 위로를 건넨다.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힘든 것들이 의미 없는 순간이 아닌 인생이라는 전체를 위한 일부였음을 알게 해주는 영화.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구독하는 OTT 서비스만 5개.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해 책 대신

최근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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