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공드리를 좋아하시나요.

🍿이번 주 볼거리: 영화 <이터널 선샤인>

2022.05.31 | 조회 6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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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영화

영화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요

구독자 님, 혹시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있으세요? 오늘 구독자 님에게 소개하고 싶은 감독은 바로 미셸 공드리에요. <이터널 선샤인>으로도 유명하지만, 제가 최근에 다시 빠지게 된 감독이기도 해요. 공드리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이번 주 볼거리에서 더 자세하게 들려드릴게요. 🙂   

공드리 얘기뿐 아니라, 지난 레터에 이은 에디터 우기의 최우식 도전기도 만나보실 수 있어요. 과연 에디터 우기는 전역 후 복귀작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확인해 보세요.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함께 주간영화 한 편, 어떠신가요?    


최우식이 되고 싶었지만 pt.2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대사는 모두 외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같이 호흡을 맞추게 될 상대 배우가 요구하는 캐릭터와, 내가 생각한 캐릭터가 정반대였다. 감독님께서는 두 캐릭터 모두 ‘너무 좋다’고 하셨기 때문에, 나아 가야 할 방향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이대로 가다간 이도 저도 아니겠다 싶어서 홍대 근처에 연습실을 혼자 예약했다. 두 시간 동안 맘껏 질러보기도 하고, 울어보기도 하면서 맡은 배역인 ‘성진'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일단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감정의 원천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성진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나. 누나의 죽음을 원망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가정폭력을 당했기 때문에 이 감정을 평생 동안 억누르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나는 소리를 질러야 한다. 왜일까. 나는 소리를 질러서 아빠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고, 쌓인 분노를 풀고 싶은 거다. 아버지는 이제 옛날처럼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받은 상처를 원 없이 해소할 수 있다. 머릿 속에서 ‘유레카’를 외쳤다. 

바로 유튜브로 <유전>의 저녁 식사 씬, 그리고 제이크 질렌할과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브라더스>의 식사씬을 봤다. 완벽했다. 처한 상황에 대한 괴로움, 가족을 경멸해야 한다는 씁쓸함.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 영상들을 보니 드디어 이 캐릭터가 느끼고 있는 감정과 생각들이 한순간에 정리됐다. 이젠 인물이 왜 상대에게 화를 내는지 정당화했으니, 어떻게 표현을 할지가 고민이었다.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캐릭터마다 천차만별이다. 요즘 배우들, (특히 웹드라마) 의 연기에서 가장 아쉽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이점이다.

감정은 보이지만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 연기들이 너무 많다. 물론 웹드라마는 특성상 탁월한 비주얼과, 소위 말하는 ‘간지’에 집중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상관없긴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그런 연기를 지양하고 싶었다. 그때부터 ‘성진’이라는 캐릭터에 빠져드는 훈련을 하기로 했다.

감정을 다스리는 데 음악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에 밖에 다닐 때 항상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다. 가장 많이 들은 곡은 맥스 리처의 ‘Consolations of philosophy’, 클라나드의 ‘Town, flow of time, people’ 그리고 니르바나의 ‘something in the way’였다.

그리고 매일 밤마다 내 캐릭터의 과거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후반으로 가서는 아버지 배역을 맡은 분에게 소주 병으로 머리를 맞고 목이 졸리는 악몽도 꾸기 시작했다. 안소니 홉킨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연기는 그저 일이에요. 전 일을 합니다. 그 캐릭터가 된다고 일부러 비참해지고 그럴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나는 아직 홉킨스 수준의 배우가 아니라 스스로 캐릭터가 되지 않는 이상 그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표현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촬영은 하루를 앞두고 있었다.

감독님에게 촬영했던 연기 영상을 보내드렸다. 예상한 대로 ‘너무 좋다~’라 하셨다. 그래도 어떻게든 OK를 받았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다음날, 군대를 전역하고 약 2년 만의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3편에서 계속..

에디터 우기
에디터 우기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 이번 주 볼거리

"좋아하는 영화감독 있으세요?”

어디서 영화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 무조건 듣는 질문이다. 이럴 때마다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대중성이냐, 예술성이냐. 무난하지만 재미없는 대답이냐, 색다르지만 어색한 침묵만 흐르는 대답이냐.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이름들이 몇 개가 있다. 

아이유나 성시경처럼, 내가 진짜 좋아하는데 나 말고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팬이라고 하기 미안한 연예인들이 몇몇 있다, 영화계에도 있다. 감독 계의 아이유, 크리스토퍼 놀란. 대부분은 '놀란', 이 이름 하나로 정리된다. <다크나이트>, <인셉션>을 좋아한다고 대답하면 반응은 두 가지다. 

'아~'라는 수긍과 함께 '영화 좋아한다면서?'라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 뭘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까지 괜히 찜찜해진다. 또 다른 반응은 탐구형이다. '오, 어떤 점이 좋았는데요?'. 순간 대답이 너무 뻔했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어떻게든 참신한 표현을 떠올리기 위해 애쓰지만 소용없다. '그냥.. 스토리가 신선해서요.' 대답이 끝나자 익숙한 눈빛이 보인다. '아~' 

미셸 공드리 영화 추천인데 놀란 얘기만 너무 길었다. 놀란과 공드리는 내 기준에서 완전히 반대에 놓인 감독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런 걸 영화로 만들 수 있구나'라면 미셸 공드리는 '이런 걸 영화로까지 만들 수 있구나'다. 말장난 같지만 정말 그렇다. 

미셸 공드리는 이런 감독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을 지우려는 남자. 한 줄이면 끝날 이야기를,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100분짜리 영화로 만드는 감독. 자칫하면 구멍 숭숭 뚫린 이야기가 될 뻔할 소재를 공백도 없이 상상력이라는 재능으로 빽빽하게 채우는 감독이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놀란은 가격과 맛이 비례하는 파인 다이닝이고, 공드리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예쁜 베이커리를 만드는 감독이다. 보기만 좋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비주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공드리의 작품을 보다 보면 어? 하는 순간들이 있다. 공드리는 관객이 느끼는 당혹스러움을 즐긴다. 불편한 당혹스러움이 아닌, 즐거운 당혹스러움이다. 

우리가 머릿속에서만 그렸던 일들이 공드리의 스크린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직접 보면 안다. 공드리의 매력은 여기서 시작된다. 시각적인 예술이라는 영화의 본질적인 매력을 극대화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그리는 감독이다. <이터널 선샤인>에서도 공드리의 강점은 빛을 발한다. '무의식'이라는 영화 속 세계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마음껏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보여준다. 

공드리라는 감독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영화. 

에디터 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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