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팀은 밥 안 먹어도 되죠?

제목부터 이게 무슨 얘긴가 싶으셨나요? 오늘 주간적인 영화썰에서는 지난 레터에 이어, 에디터 우기의 세 번째 영화 촬영 현장 이야기를 준비했는데요. 아마 구독자 님이 가장 궁금해 하셨을, 영화 감독으로서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추운 겨울, 침대에 쏙 들어가서 보기 좋은 영화들도 이번 주 볼거리에서 준비했으니 놓치지 마세요! 

필자의 세번째 연출작 (현재 가제는 ’어텀‘이다)의 촬영이 지지난주에 끝났다. 이번 영화의 촬영 기간은 단 이틀, 로케이션은 10개. 게다가 모든 씬이 낮에 촬영하는 데이씬이라 해가 지면 촬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굉장히 전략적으로 움직여야했다.

그 때문에 동선을 씬 순서가 아닌 장소 이동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행했고, 디렉션은 프리 프로덕션때 99%를 주고 현장에서는 (나쁘게 말하면 공장식으로)촬영에 맞춰서 딱딱딱 움직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안타깝지만 배우들에게는 끔찍하게도 힘든 선택이었을 것이다.

캐릭터들이 한 장소, 한장소 움직이면서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는 로드무비같은 스토리 구조 때문에 새로운 장소로 옮겨서 연기를 할 때마다 감정선상 현재 어디쯤인지를 항상 인지하고 연기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금만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 중 하나가 연기를 할 때 단순히 ’분노’ ‘슬픔’ ‘행복한’ 등을 표현해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캐릭터에게는 ‘감정선’이라고 해서 스토리 상에서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인물들의 감정은 정지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움직인다. 배우는 이 감정선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씬 #14를 촬영하고 있는데 ’캐릭터가 슬픈 상황이다‘ 가 아니라 씬 #13에서 동생이 죽은 것을 들었고, 시체를 확인하러 가는 길이기 때문에 슬프다‘ -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말이 쉽지, 감정을 매순간마다 연결해야 하는 상당히 복잡한 작업이다. 나홍진 감독이 영화 <추격자>를 편집하던 중 발견한 김윤석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괴물같다‘고 이야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모든 장면, 장면 감정 선이 착착 맞아 떨어지게 연기를 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영화를 만들 계획이 있다면, 사운드에 신경을 꼭 쓰길 바란다. 필자도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을 음향 감독님 섭외에 썼다. 사실 제작, 촬영, 편집 등등은 감독 본인이 할 수 있지만 음향 만큼은 현장에서 감독이 직접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믿을 수 있는 음향 감독님의 섭외는 필수다. 이번 촬영에서 가장 믿기 어려웠던 기적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야외 로케이션이 굉장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운드를 기가 막히게 뽑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간은 없고, 예산은 부족하고.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다행히 우리 배우들은 리허설 이상으로 연기를 잘해내서 천만다행이었다. 그래도 한달 남짓한 준비 기간 덕분에큰 변수 없이 진행되던 촬영은 중간에 잠깐 삐끗했다. 마지막 날에 언덕 씬을 찍고, 나는 원래 예정된 식사 시간인 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식사를 마친 뒤 다음 로케이션인 카페에 가서 미리 조명을 테스트 해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언덕씬의 촬영이 생각보다 늦어져서, 다음 씬 촬영까지는 고작 40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들('딜레이'라고도 한다)은 현장에서 매일같이 일어난다. 그리고 어떤 감독님들은 스태프들도 함께 밥을 스킵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강행할 수도 있지만 (필자가 현장에서 들었던 말중 가장 충격적인것은 ‘연출팀은 밥 안 먹어도 되죠?’ 였다.), 절대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명심해라. 영화 촬영 현장에서 자기 마음대로 막 부릴 수 있는 것은 감독 자신 뿐이다. 배우와 스태프분들은 일을 하러 온 거다. 결국 필자는 눈물을 머금고 개인 카드를 조감독에게 건넨 뒤, 바로 로케이션으로 이동해서 세팅을 해 놓았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가장 옳은 선택이었다고 믿고 있다.

시나리오를 처음 쓰기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 그동안 각색, 캐스팅, 리허설, 촬영이 다 마무리되고 드디어 촬영이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제작은 이제 시작이다. 왜냐하면 영화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편집과정에서이기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이번 주 볼거리

영화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고등학생 감독 지망생 ‘맨발’. 사무라이가 나오는 사극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그녀가 속한 영화 동아리에서는 오글거리는 로맨스 코미디만 만들려고 한다. 누구보다 영화에 진심인 그녀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독립적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심지어 우연히 주인공 역할에 딱 어울리는 완벽한 남자도 만난다. 하지만 그에겐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라는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일본의 청춘 SF 영화인 <썸머 필름을 타고>다. 고등학생들이 모여서 영화를 찍는다는 언제 봐도 늘 재밌는 소재에, 독특한 SF 설정도 가미해서 새로운 맛을 선보이는 영화다.

중간중간 스쳐 지나가는 듯한 인물들에게도 이야기가 하나씩 있는 등 조그만한 디테일들이 재밌고 영화의 남주와 여주가 부른 엔딩곡 ’Aliens and sweltering nights’ 도 귓가에 맴도는 등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영화다. 엔딩곡의 묘하게 몽환적이면서도 여름스러운 분위기가 극장을 떠나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 기억이 아직도 난다.

하지만, 아쉽게도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의 초중반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마지막 5분은 정말…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밖에 없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어서 ‘신선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무리수가 아니었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와, 그동안 쌓아온 감정선들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기 때문에 영화를 좋아하고 적당한 오글거림을 견뎌낼 수 있는 용기있는 분에게 꼭 추천 하고 싶은 영화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마블리 유니버스가 심상치 않다. <이터널스>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한데다가, 얼마 전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범죄도시2>가 공개되는 등 이젠 누가 뭐라 해도 마동석은 단순한 배우 그 이상을 넘어선 경지에 이르렀다. 

그 누구도 속편을 예상하지 못했을 <범죄도시2>도 마블리 유니버스를 넓혀가는데 한 몫하고 있는 주역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였던 전작보다는 낮은 수위도, 베트남과 한국을 바쁘게 오가며 진행되는 조금은 정신없는 연출도 마동석의 주먹 앞에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권선징악이라는 간단한 스토리텔링과, 마동석이라는 배우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연출의 조합은 언제봐도 늘 든든하다. 배우에서 장르로, 이제는 장르에서 하나의 유니버스로 점점 벌크업 되고 있는 마블리의 상승세.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구독하는 OTT 서비스만 5개.

최근에 거금을 들여 닌텐도 스위치를 장만해 

남 부럽지 않은 게임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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