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에올>이 아카데미를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에디터 우기입니다 :) 지난번 제가 준비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톺아보기는 재밌게 읽어 보셨나요?

오늘 준비한 레터에서는, 지난 레터에 이어 아직 미처 못다 한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과연 어떤 숨겨진 비하인 스토리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톺아보기 2부 

🏆프로덕션 디자인 <서부전선 이상 없다>

🎞️후보: <아바타: 물의 길>, <바빌론>, <엘비스>, <더 페이블맨>

필자는 <바빌론>이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받지 않을까 기대했다. 초반의 대규모 파티씬, 잭 콘래드의 집, 이후의 풀 파티씬, 토비 맥과이어의 지하방 등등. 이 영화는 계속해서 인상적인 공간들을 성공적으로 구축해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페이블맨>이 후보에 든 것이 의외였다. 시대를 잘 구현해 내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뭔가 인상적인 것을 해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아바타: 물의 길>도 괜찮은 세계관을 구축해냈지만 영화 특성상 특수효과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불러야 할지 애매하다.

🏆애니메이션상 <피노키오>

🎞️후보: <마르셀: 신을 신은 조개>, <장화신은 고양이>, <터닝 레드>, <씨 비스트>

먼저 고백할 것이 하나 있는데, 필자는 후보에 오른 작품들 중 <장화신은 고양이> 밖에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피노키오>가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행복했다. 길에르모 델 토로라는 굉장히 재능 있는 연출가가 만든 작품인 만큼 이번 수상에는 납득이 갔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애니메이션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장르에 투자하는데 앞으로의 인센티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장화신은 고양이>도 드림웍스에서 상당히 실험적으로 만든 작품이라 수상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다. ‘필요 이상으로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 작품에 대한 중론일 정도로 상당히 웰메이드 작품인데다가 캐릭터, 연출, 음악 등 애니메이션이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들이 극대화된 작품이기 문이다.

🏆각본상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후보: <이니쉐린의 밴시>, <더 페이블맨>, <타르>, <슬픔의 삼각형>

<더 페이블맨>이 이 부문에도 이름을 올린 것이 의외였다. (다시 생각해 보니 필자가 이 작품에 상당히 혹한 것 같지만, 실제로 스필버그 작품치고 너무나도 무난해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필자는 <슬픔의 삼각형>을 아직 보진 않았지만 잘 만든 작품이라는 주위의 평가를 많이 들었었다. <이니쉐린의 밴시>는 (물론 감독이 감독인 만큼 작품의 깊은 뉘앙스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각본보다는 연기가 끌고 가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타르>도 각본보다는 연기와 연출이 인상 깊었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에에올>은 배우들의 애드립이 작품의 절반 정도였다고 하는데 각본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남우조연상- 키 호이 콴

🎞️후보: 브랜든 글리슨 (이니쉐린의 밴시),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더 브릿지), 저드 허리쉬 (더 페이블맨) 베리 키호건 (이니쉐린의 밴시)

이 부문은 키 호이 콴이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연기력, 수십 년 만의 컴백이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까지. 모든 것이 그의 수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드 허리쉬는 <더 페이블맨>에서 대 10분 정도 나오는데, 이 작품에서 짧고 굵은 연기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가 연기를 시작하자마자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역시나 이 부문에 결국 이름을 올렸다. 

베리 키호건은 (대중의 의견과는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조연상 후보에 오를 정도였나는 생각이 들었다. 나쁘진 않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브랜든 글리슨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키 호이 콴이 남긴 인상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여우조연상 - 제이미 리 커티스

🎞️후보: 안젤라 바셋 (블랙팬서), 홍 차우(더 웨일) 케리 콘돈 (이니쉐린의 밴시), 스테파니 수(에에올)

필자는 홍차우가 이 상을 받길 바랐다. <더 웨일>에서 브랜든 프레이저와 함께 비극을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상처 많은 캐릭터를 너무나도 잘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제이미 리 커티스는 늘 그렇듯이 좋은 연기와 캐릭터 구축을 보여줬지만 이번 오스카 수상은 <에에올> 하나의 작품보다는 그동안의 공로상에 더 가깝지 않았나 생각한다.

안젤라 바셋도 중후하고 세련된 연기를 보여줘서 후보에 오른 것이 납득이 갔지만, 마블 영화라는 특성상 수상엔 무리가 없잖아있었다고 생각한다.

🏆남우주연상 - 브랜던 프레이저

🎞️후보: 어스틴 버틀러 (엘비스), 콜린 파렐 (이니셰린의 밴시) 폴 메즈칼 (애프터썬) 빌 나이 (리빙)

필자는 이 부문도 키호이 콴과 마찬가지로, 브랜던 프레이저가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더 웨일>을 본 사람은 그가 얼마나 이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냈는지에 대해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애프터썬>의 폴 메즈칼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작품을 아직 (아쉽게도) 보지 못했지만 폴의 연기에 대한 칭찬을 정말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우주연상 - 양자경

🎞️후보: 미셸 월리엄스 (더 페이블맨), 케이트 블란쳇 (타르), 아나 데 아르마스 (블론드), 안드레아 라이즈버러우 (투 레즐리)

필자는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이 수상하길 바다. <타르>는 영화 특성상 흥행하기 어렵고, 영화제를 노리고 만든 작품인데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여우주연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에에올>의 양자경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수많은 세계선을 한꺼번에 보여줘야 하는데 열 가지 정도되는 캐릭터들을 아주 훌륭하게 잘 해석해 냈다.

🏆작품상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후보 : <서부전선 이상 없다>, <아바타: 물의 길>, <이니셰린의 밴시>, <엘비스>, <더 페이블맨>, <타르>, <탑건>, <슬픔의 삼형>, <우먼 토킹>

필자는 에에올이 아카데미에서 수상하기 어려운 SF 장르이지만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아시안계 배우들이 주를 이룬 작품인 만큼 수상 가능성이 꽤 있지 않았나 싶었다. 그리고 데뷔작인 <스위스 아미맨>부터 응원해온 다니엘스 감독들이 아카데미를 수상했다는 점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2023년 아카데미상은 수상한 작품들 하나하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로 가장 뜻깊고 감동적인 시상식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년 아카데미의 선택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이번 주 볼거리

친구인 얼과 함께 고전영화들을 패러디 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인 고등학생 ’그레그’ 그는 시한부 레이첼을 만나고, 그녀를 위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영화를 만들어주기로 결심한다.

이번 주에 소개할 작품은 <나와 얼,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 느낌의 시한부 소재를 다루는 하이틴 물인데, 그런 비슷한 작품 중에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필자의 뇌리에 깊게 박힌 이유가 있는데, 무난한 초중반부를 훌륭하게 매듭짓는 후반부 때문이다. 작품의 클라이막스에 다다랐을 때 브라이언 에노의 노래 ‘The Big Ship’를 정말 훌륭하게 활용한 장면이 나오는데,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인 장면이면서 영화의 주제를 훌륭하게 관통해 내는 장면이다.

특이한 점은 박찬욱 감독의 페르소나 촬영 감독인 정정훈 감독이 촬영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의 시그니인 광각렌즈의 활용이 이 작품에서, 특히 롱테이크 장면들에서 많이 보인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그 누가 예상했을까. <더 글로리> 시리즈의 긴 공백기를 채운 작품이 블록버스터 영화도, 선남선녀 주연의 새로운 드라마도 아닌 한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될 줄. 공개된 지 며칠이 채 되지 않아 넷플릭스 TOP 10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는 대한민국의 사이비 종교의 민낯을 보여주는 8부작 시리즈다. 

아가동산, JMS 등. 이미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으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는 법은 무엇인가. <나는 신이다>가 택한 방식은 바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모자이크나 음성 변조 없이 피해자들의 생생한 모습과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들의 추악한 얼굴을 보고 있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내가 가진 믿음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되묻게 만드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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