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의 차이, 다 알려드림.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에디터 혀기를 대신해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에디터 우기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이곳은 바로, 영화 공부를 위해 제가 머물고 있는 캐나다의 풍경이에요.

캐나다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바로 저한텐 최고인 영화가 구독자 님에게는 최악의 영화일 수도 있고, 반대로 구독자 님의 최애 영화가 저한테는 지루하고 별로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영화만큼 대중성이 넘치는 매체는 드물 텐데, 사람마다 좋아하는 영화들이 각자 다르다면 과연 영화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가장 이상적일까요? 오늘 주간영화에서 같이 이야기해 보아요!

영화라는 예술의 상대성

무슨 영화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장황한 프랑스 영화 제목을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아마 두 가지일 것이다. 재수 없거나 반대로 영잘알(또는 둘 다이거나)로 보이거나. 프랑스 영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 다시 말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프랑스 영화를 ‘예술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번 한 프랑스인과 함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해 보면서, 상당히 흥미로운 관점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그녀는 프랑스 영화들, 그중에서도 가장 작품성 좋기로 유명하고 대중성 있는 영화들인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아밀리에>등의 작품을 보고 감정이 결여되어 있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시나리오에도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고 하면서 말이다.

반면 한국 영화들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고, 감정과 에너지가 흘러넘친다고 이야기했다. (여담으로 한국 로맨스 드라마들은 별로라고 했다) 물론 이분이 모든 프랑스인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예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일수 있는 지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오히려 예술의 본고장이라고 알려진 프랑스에서 평생을 보내온 사람에겐, 이런 걸작들이 무미건조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프랑스인이 말한 그런 부분들 (감정 과잉, 한마디로 신파)은 한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비판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미드와 한국 드라마를 놓고 비교할 때 항상 거론되는 부분인 감정의 강도와 연관된 지점인데, 한국 컨텐츠는 씬에서 감정을 대놓고 드러낸다면 서구권은 조금 더 은유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다. (물론 꼭 그런 것은 아니고,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유포리아>, <더 원더 이어즈>처럼 감정이 풍부한 시리즈도 많다!)

이러한 차이들로 인해 한국 컨텐츠가 최근 들어 조금씩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가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된 후, 북미에서 제작된 컨텐츠가 몇십 년간 전 세계를 지배함으로써 대중은 늘 비슷한 내용의 미디어에 지쳐있던 것이다.

또한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직접 컨텐츠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넷플릭스의 도입 이후 누군가가 지정해 주는 것을 봐야만 하는 케이블과는 달리 수많은 국가에서 제작하는 다양한 컨텐츠들을 관객이 선택해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콘텐츠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한국 드라마의 존재는 아마 센세이션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아직 북미, 중국, 일본, 인도 등의 파워하우스와는 경쟁력적인 측면에서는 많이 약하지만, 지금처럼 발전한 것도 사실 대단한 수준이다. (K-드라마와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공이 크다.)

물론 그렇다고 한순간에 사람들이 스케일과 자본으로 압도하는 할리우드 영화대신, 한국 영화들을 보기 위해 줄을 서진 않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도 차기작을 할리우드 작품으로 택하는 것처럼, 아직까진 할리우드가 주류이고 한동안, 아니 아마 계속 그렇게 유지될 확률이 높다.

바로 영어라는 언어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이 ‘자막이라는 1인치짜리 장벽을 넘을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이 장벽을 넘는 것을 힘들어하는 관객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예술이란 지극히 주관적인만큼 어떤 관객에겐 프랑스 영화가 와닿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국 영화가 최고일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 혹은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 미디어와 할리우드의 공존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 영화만의 고유한 색을 잃지 않으면서 말이다.

관객들의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지고, 다양한 영화들이 함께 공존하고 성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향이다.

에디터 우기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이번 주 볼거리

세상과 스스로를 단절시킨 영문학 교수 ‘찰리’는 10년 만에 만나는 딸 ‘엘리’와 소통하려고 한다. 이 줄거리만 듣고 뻔하고 지루한 영화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번 주에 소개할 작품인 <더 웨일>은 지루함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기 때문이다.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 만큼, 이 작품은 대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극처럼 몇 씬을 제외하면 전부 주인공 찰리의 집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품 이야기에 앞서서, 이 영화의 주연인 브랜든 프레이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미이라> 시리즈로 유명한 브랜든 프레이저는 한때 잘나가던 할리우드 유망주였다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10여 년간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메이저 영화를 찍지 않다가 이 영화로 드디어 컴백을 하게 된 배우다.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만큼, 그동안 그가 겪었을 고뇌와 정신적 고통이 이번 연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후반부의 몇 장면에서는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여운이 강렬하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감독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인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다. 그가 만든 초창기의 <파이>,<레퀴엠> 같은 작품들은 생기가 살아 넘치는 에너제틱한 힙합 뮤직 비디오 같았다면, 최근 그의 작품들은 호흡이 길어지고 드니 빌뇌브나 아리애스터 감독처럼 조용하고 묵직하게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감독 특유의 표현력이 이번 작품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에 한몫하기도 한다.

<더 웨일>에는 완벽한 선인도 없고, 완벽한 악인도 없다.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하면서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하고, 서로를 구해주려고도 하는 모습들을 계속해서 보다 보면 영화 속 인물들을 모두 한 번씩 껴안아 주고 싶어 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저마다의 결핍을 가진 이들을 소개하는 도입부부터, 이야기를 매듭짓는 결말까지 완벽했다. 어떤 이들은 엔딩의 연출이 과하다고 하지만 필자는 그 과함이 좋았다. 극장에서 같이 본 사람들 그 누구도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게 한 상당한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었다. 다만 중간에 굉장히 보기 힘든 장면들이 있으니, 보면서 주의했으면 좋겠다.

에디터 우기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INFP의 성향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조금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혼자만의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주말이면 뜬금없이 슬픈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찾아보고, 심지어 울기까지 한다. 울고 싶다거나, 슬픈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이 전혀 아니라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고 느꼈던 그 감정을 오랜만에 느끼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가장 아끼는 장면은 바로, 여일의 죽음이다. 특히 이 시퀸스에서 흐르는 히사이시 조의 'Death of (Yeoil)'이라는 곡은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어김없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OST 중 하나다. (괄호 안에 낯선 영어로 써있는 '여일'이라는 이름도 참 슬퍼 보인다.)

연식이 좀 있는 영화인 만큼, 아마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보다 장면 하나하나로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영화다. 영화를 만드신 감독님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 영화는 히사이시 조의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음악이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생생하게 체험해 볼 수 있는 영화다. 오랜만에 '동심'을 느껴보고 싶다면, 감성에 흠뻑 빠지고 싶은 주말 늦은 아침 보기 좋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