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이라는 사회적 동굴에 갇혀 지내다 보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우리 집은 동굴보다는 훨씬 작은 약 8평의 원룸이니 정확히 말하자면 동굴이 아닌 움집 정도인 셈이다. 동굴이나 움집이나 거기서 거기겠지만 아무튼,
옛날의 동굴, 움집과 지금의 원룸은 별 차이가 없다. 아늑하긴 한데 어딘가 답답한 공간. 전기가 들어오고 침대가 있다는 점만 빼면 사실상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전역 후 드디어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왠지 모르지만 할 일이 계속 생기는 군대와 달리 사회에서 갓 전역한 군인이 할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살인적인 강남의 월세를 감당하려면 취업은 필수.
1.) 구직 앱을 연다.
2.) 일자리를 찾는다, 찾는다, 찾는다..
3.) 자소서를 쓴다.
대충 이런 하루를 보낸다. 돈이 없으니 나갈 일도 없고, 나갈 일도 없으니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구는 게 전부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생각도 자연스레 많아진다. 남아도는 시간을 그나마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은 바로 글쓰기. 시간은 많으니 영화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기 시작했다. 막연히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게 N 년 전, 현재 나는 N 년차 콘텐츠 에디터다.
딱히 별 이유는 없었다.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재밌었다. 열심히 영화 리뷰를 써서 박찬용 에디터 같은 멀티플레이어 에디터가 되겠다는 야심도 잠시.. 나는 생각보다 게으른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한 편은커녕 한 달에 두 편을 쓰기도 힘들어하는 나에게 해결책은 뉴스레터였다.
일주일에 한번, 의무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 뉴스레터와 함께라면 그래도 뭐라도 쓰겠지라는 생각에 사심을 담아 아군을 찾아 나섰다. (5분 정도의)고민 끝에 찾아낸 상대는 군대 후임이자 연극 영화과를 전공한 에디터 우기. 내가 아는 사람 중 유일하게 연극 영화과를 전공한 사람이자 내가 부려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야, 뉴스레터 만들어볼래?"
"그게 뭔데?"
"..."
함께 1년 정도를 같이 씻고! (으이?) 먹고! (으이?) 자고! (으이)? 다 해본 사이라 빠르게 마음이 통할 줄 알았건만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착착 맞는 편은 아니었다.
설득에 걸린 시간은 단 5분. 생각보다 쉽게 승낙한 덕분에 후다닥 뉴스레터 자료 조사를 하고 탬플릿을 만들었다. 만들다 보니 꽤나 그럴듯하다. 일이 조금 커진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진짜 시작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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