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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님이 꼭 봐야 하는 오늘의 영화, <파수꾼> 리뷰

2022.03.29 | 조회 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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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요

영화 <파수꾼>
영화 <파수꾼>

지난주 처음으로 여러분을 만난 <주간영화>는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앞으로 <주간영화>는 에디터 혀기의 '주간적인 영화리뷰'와 에디터 우기의 '주간적인 영화 썰'이 격주마다 상영될 예정이에요. 참! <주간영화>를 읽고 계시는 여러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애칭도 아직 정하고 있어요. 좋은 네이밍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오늘의 <주간영화>, 상영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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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우정도 없다.

영화 <파수꾼>
영화 <파수꾼>
날씨는 여전히 겨울이지만 시간은 벌써 봄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만 되면 나도 모르게 ‘학교’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게 된다. 누군 있겠느냐마는, 나에게는 학창 시절에 대한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학교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보면 마치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두근거림을 가지고 보게 된다. 늘 새로운 기대감을 안고 재생 버튼을 누르지만 사실 어떤 작품이나 결말은 다 비슷비슷하다. ‘비록 힘들지만, 우린 아직 젊어!’ 혹은 ‘너와 함께라면 괜찮아!’라든지.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미디어가 그려내는 학교라는 곳의 문제점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지만, 그 문제들의 해결책은 여전히 변함없이 모호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학교라는 소재를 다루는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학교와 관련된 그 많고 많은 이슈 중 ‘어떤 이슈를 다루느냐’만 달라졌지, 그 결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배우들의 마스크 정도? 학창 물의 고전과도 같은 '학교' 시리즈를 보면 초기에는 주로 학생들의 흡연, 비행, 학교폭력 같이 학생들을 문제의 ‘원인’으로 삼기 좋았던 소재들이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이제 학교의 문제점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학교의 현실은 이제 더 교활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회적 이슈로 점점 진화하고 있다. 더 이상 이런 문제들을 어설프게 얼버무리고, 밝은 내일을 기다리자는 게으른 결말은 통하지 않는다. 영화 '파수꾼'에도 학교폭력이라는 익숙한 소재는 변함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비밀스러운 생태계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파수꾼'에는 세 친구가 등장한다. 늘 친구들의 중심이 되고 싶은 기태, 그런 기태와 오랜 친구인 동윤, 그리고 주인공 베키까지. 누구보다 가까운 세 친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성격이나 태도는 비슷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세 친구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 이들의 다른 점이 바로 한눈에 들어온다. 넥타이와 조끼를 모두 벗은 기태, 넥타이만 빼먹은 동윤과는 달리 조끼와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차려입은 베키. 전혀 다른 겉모습만 봐도 이들의 성격은 쉽게 알 수 있다. 기태는 거침없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감정대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판단한다. 자신을 구속하는 것들은 망설임 없이 벗어던진다. 베키는 이런 기태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인물이다. 어떤 저항이나 거부 없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순응한다. 그 중간에 서 있는 동윤은 이 둘의 중재자와 같은 역할이다. 서로 다른 둘을 이어주고,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 같은 존재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 세 친구의 갈등은 ‘열등감’에서 시작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친구에게는 저마다 한 가지씩 콤플렉스가 있다. 아버지와 같이 사는 기태에게는 어머니의 부재, 베키에게는 이성친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윤에게는 자존심.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에서 열등감을 느끼는 기태는 가족이라는 주제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들의 관심과 힘은 기태가 이런 열등감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아이들의 시선을 항상 의식하고, 자신에게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힘’에 대한 이야기로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두려고 애쓴다. 베키가 느끼는 열등감의 대상은 다름 아닌 바로 기태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항상 중심에 위치한 기태를 베키는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결코 그 열등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둘은 각자의 부족한 것들을 서로 채워주는 대신, 상대를 억누르는 데서 극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없는 기태는 가족이 있는 베키를 힘으로 억누른다. 감정적인 기태와 달리 이성적인 베키는 철저히 이성적인 논쟁으로 기태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동윤 또한 자존심 강한 기태와 비슷하게 무너진다. 자신의 여자친구에 얽힌 소문을 말해주는 기태 앞에 선 동윤은, 자신은 몰랐던 사실을 기태 앞에서 드러내기 싫어 결국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입으로 여자친구를 조롱거리로 만든다. 서로 영원히 함께 할 것만 같았던 세 친구의 우정은 이렇게 파멸을 맞이한다. 이 냉혹한 아이들의 세계에서 어른은 철저히 외면받는 이방인이다. 기태의 죽음에 가려진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기태의 아버지는 숨 가쁘게 뛰어다니지만 아버지라는 어른은 극의 흐름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결국 아버지는 끝까지 아들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영화는 마무리된다. '파수꾼'은 어설픈 희망에 찬 시선으로 이들의 비극을 미화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이 왜 이런 결말을 맞이했는지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도 않는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행동에는 정확한 이유도, 근거도 없다.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생리를 '파수꾼'은 소름 끼치게 묘사해낸다. 영화는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연출로 이들의 비극을 다루는 대신 다큐멘터리 같은 담백한 연출로 이들의 비극을 묵묵히 바라보기만 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의 이야기는 더 비참하고, 절망적으로 느껴진다. '파수꾼'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점은 바로 소리, 정확히 말해 음악의 공백이다. 클라이맥스나 결말부의 음악을 빼면 '파수꾼'의 소리는 대부분 현장음으로 채워져 있다. 음악이나, 카메라의 극적인 무브먼트도 없다. 오직 배우들의 온도만으로 영화 '파수꾼'은 점점 달궈진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달여낸 영화의 결말은 그 어떤 영화의 결말보다 더 뜨겁고, 오래간다.
에디터 혀기
에디터 혀기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구독하는 OTT 서비스만 5개,

뭐 재미있는 거 없나 하다가 기어코 뉴스레터까지 손을 댔다.


🍿 이번주 볼거리

영화 <바닐라 스카이>
영화 <바닐라 스카이>

막대한 부, 잘생긴 외모와 멋진 여자까지, 모든 것을 가진 남자. 하지만 한 번의 사고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는다. 이번 주의 추천 영화는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영화 <바닐라 스카이>다.

필자가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몽환적이고, 상당한 후유증이 남는 엔딩 때문이다. 리즈 시절의 톰 크루즈, 페넬로페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등의 빵빵한 출연진도 꽤나 볼만하다.

힌트를 하나 주자면 영화를 볼 때 하늘을 유심히 보자.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영화가 끝나고 다시 보면 엄청난 단서라는 걸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우기
에디터 우기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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