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 오랜만이에요! 오늘은 구독자 님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리려고 해요. 혹시 구독자 님은 언제부터 영화를 좋아하게 되셨나요? 자연스럽게? 아니면 태어났을 때부터? (찡긋😉)
오늘 주간적인 영화썰에서는 에디터 우기가 선정한, 영화를 '사랑하게 만든' 작품 2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인생노래, 인생드라마처럼 모두에게 하나 씩은 있다는 인생영화. 구독자 님의 인생영화는 무엇인가요?
제가 맡은 이번 주 볼거리에서는 영화 <그녀>를 준비했어요.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남자, 테오. 과연 구독자 님이라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이번 주 주간영화 곧 상영 시작하니 모두들 착석해 주세요!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게 될 때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은 영화광에게는 세 단계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단계는 영화를 두 번 보는 것 (영화를 ‘사랑'할 줄 알게된다), 두 번째는 영화 평을 쓰는 것 (영화를 분석할 줄 알게 된다), 세 번째는 영화를 직접 만드는 것 (감독이 된다)이다.
오늘은 나에게 첫 번째 단계를 제공해 준, 다시 말해 영화를 ‘사랑하게 된' 작품들을 소개해 보고 싶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데는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5학년,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스릴러 영화 <큐브>를 봤을 때였다. 대부분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립 예술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이 많다. 내 첫 독립 영화가 바로 이 ‘큐브’다. 잡지에서 소개된 것을 보고 흥미를 가지게 된 작품인데, (당시에) 유튜브에 무료로 풀 버전 영화가 올라와 있어서 청불 영화임에도 볼 수 있었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6명의 남녀가 눈을 떠보니 이상한 방 안에 갇혀있는 것을 알게 되는 데서 시작된다. 각 방은 정육면체 모양으로, 주위에 있는 다른 방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다. 그리고 그 수많은 방들 중에는 들어가면 죽게 되는 함정이 숨겨져 있는 방들이 있다.
영화에 대한 첫인상을 한마디로 종합해 보자면 ‘특이하다'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방 (물론 영화 내에서는 수없이 많은 방이었지만)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밀폐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내내 흥미롭고 긴장감이 넘쳤다. 그리고 영화가 톤이 특이하다. 쏘우처럼 각박한 스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드라이브처럼 천천히 치고 올라오는 긴장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묘한 서늘함이 영화 내내 흐른다.
지금 다시보면 연기들이 좀 많이 어색하고, 특수효과는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특유의 분위기만큼은 일품이다. 나는 <큐브>를 통해 평소에 즐겨보던 ‘상업 영화'와는 다른 영화들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첫 청불 영화인 만큼 영화가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 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레퀴엠>을 봤을 때였다. 감독의 전 작품인 <블랙스완>을 재미있게 보고 나서, 사람들이 <블랙스완>의 상위 호환 작품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해 궁금해서 찾아보게 된 작품이다. <레퀴엠>을 보면서는 엄청난 시청각적인 충격을 받았다.
영화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약물중독에 빠진 코니 아일랜드 주민 4명의 꿈과 희망이 없는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영화에서 ‘연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영화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정도로 영화의 편집과 음악이 기가 막혔다. 마지막 10분은 영화의 모든 것을 극한으로 끌고 올라가, 보는 이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이후에 시나리오도 찾아서 읽어봤는데 영화의 강렬한 편집과 음악의 부재로 영상보다는 약하게 다가왔다. <레퀴엠>의 영화와, 시나리오 버전을 둘 다 감상해 보니 소설, 만화가 아닌 영화만의 강점이 확 와닿았다.
나는 이 영화들을 계기로 나만의 영화들을 구상해 보기 시작했다. 글, 음악, 미술, 연기의 종합예술인 영화만을 통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살면서 수없이 많은 영화들을 보게 되겠지만, 나에게 영화라는 매체의 위대함과 강렬함을 가르친 이 두 작품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 이번 주 볼거리
"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는, 최면에 걸려 자신의 딸을 사랑하게 된 최민식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유지태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제 로맨스의 주인공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유령신부>의 유령, <웜바디스>의 좀비에서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까지. 누구나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심지어는 영화 <그녀>처럼, 그 대상이 아예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아도 가능하다. <그녀>는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테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모든 로맨스 영화들이 그렇듯, <그녀>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사랑을 통한 '성장'이다. 영화 속 테오의 직업은 대필 편지 작가 즉, 사람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메신저다. 일생을 자신이 아닌 타인의 관계를 위해 살아왔던 남자가,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자신을 위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낸 영화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 조금은 거부감이 느껴질지도 모르는 이 설정을 스칼렛 요한슨의 사만다는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게 만든다. 사만다뿐만 아니라 공허해 보이는 텅 빈 눈빛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로 변하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도 보는 내내 이 영화의 설정을 '믿게 만들어' 버린다. 사랑하는 법을 잊은 것 같다면 추천하는 영화.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구독하는 OTT 서비스만 5개.
'오늘은 쉽니다.'라는 새로운 뉴스레터를 만들었다.
궁금하다면 여기서 만나볼 수 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