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사는 한국인들을 위한 매거진, 위클리 스웨덴입니다.
위클리 스웨덴 구독자님들, 모두들 즐거운 발렌타인 데이 보내셨나요? 벌써 2월의 절반이 훌쩍 지나갔네요. 저번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도 새단장한 저희 뉴스레터에 대한 간단한 홍보 전해드리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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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회사에서 살아남기 - 연봉 협상편
by 투센탁 & 윙스펜
이번 주에는 회사에서 연봉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 있었는데요, 여기저기 동료들의 분노 넘치는 불평불만을 함께 나누는 한 주였습니다. 일만 열심히 하면 회사에서 알아서 잘 챙겨주는 줄 알았더니, 역시 회사는 회사고 매니저는 매니저대로 핑계를 대면서 월급을 더 올려주지는 않더라고요? 인플레이션보다 적은 연봉 인상률을 보며, 또 매니저급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몫을 찾으려는 이 치열한 싸움의 현장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가치가 정해지는 방법이 돈이라, 세상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일 테지요.
스웨덴 회사에서는 보통 연말에 한 해가 어떻게 갔는지 평가하고, 연초에 연봉 협상을 해서 새해의 월급을 알게 됩니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 호봉제가 적용되는 직장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연봉 협상은 스웨덴에 와서 처음 알게 된 절차였습니다. 지난 몇 년간 연봉 협상 과정을 거치며 알게된 팁들을 구독자님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나의 월급은 내가 지킨다! 연봉 협상을 잘 준비하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스웨덴에서는 사내 노조가 없더라도 개인적으로 노조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연봉 협상을 할 때 조언을 구할 수 있고, 직군, 경력에 맞는 연봉 통계를 열람할 수 있는 등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이 통계를 통해서는 나이대, 졸업 연도, 학위, 거주지, 직위 등에 따른 월급의 평균값, 중윗값, 상하위 10%, 15% 값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통계치에 적합한 월급을 찾기 힘들 때는 노조에 전화해서 상담하면 추정치를 알 수 있고요, 연간 연봉 상승률도 물어보면 알려줍니다. 제 동료는 지난 2년간 노조의 평균 연봉 상승률을 알려달라고 문의했고, 4~5%대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제 연봉 정보를 알게 되었으니, 매니저에게 가서 협상하게 될 차례입니다. 매니저는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라 월급을 올려주지 않으려고 이런저런 핑계를 많이 댈 것이에요. 예를 들면,
- 올해는 회사가 판매 목표에 도달하지 않아 연봉 조정 예산이 크지 않다
- 네가 많이 가져가면 너의 절친한 동료 A의 연봉 상승률은 어떡하냐
- 너는 통계를 봤을 때 이미 많이 받고 있다
등등으로요. 이때 우리의 연봉을 올리기 위해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요?
“올해는 회사가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연봉 조정 예산이 크지 않다”는 주장에 대한 답변:
- 월급은 개인의 성과와 능력을 기반으로 합니다. 물론 회사의 연봉 예산이 있겠지만, 단체 협약에 따르면 제 연봉 상승은 연봉 예산과 같은 한계가 있지 않아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일하는데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나도 회사에 기여하고 기여한 만큼 회사가 경제적인 성장을 했으니 보상이 있어야 내가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는 논리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의 성장, 재무 목표 달성도를 먼저 알아보고, 업무 평가 결과를 근거로 나는 회사에서 어떤 성과를 냈고 회사 이윤 창출에 기여를 했는지 어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미 많이 받고 있다는 주장에는 나는 회사에서 일을 잘하고 그만큼 회사 성공에 기여하는 사람이므로 그만큼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이 받는다고 해서 더 이상 월급 인상이 없다면 앞으로 내가 일을 어떻게 하냐고 반문합니다.
“네가 많이 가져가면 너의 동료는 돈을 더 적게 받는다”는 주장에 대한 답변:
- 노조와 사측 간 단체 협약에는 회사에서 말하는 예산 풀(pool)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월급은 개별적으로 정해져야 하고 나의 성과와 회사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이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을 연봉 인상과는 별개로 월급을 조정해야 할 문제이지, 이 문제가 나의 월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연봉 협상을 하고 나면 연봉 인상률이 크지 않아 이직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직을 하게 되면 연봉 협상 시 인상률보다 큰 연봉 인상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직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회사에 입사할 때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시장 가격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정도 있습니다. 첫째, 시장에서 사람들이 받는 연봉 통계를 사전에 알아보고 입사 연봉 협상 시 제안한다. 둘째, 연말정산 공시자료(Taxeringskalendern)를 이용한다. 매년 연말정산을 한 후에 국세청(Skatteverket)에서 만 18세 이상인 모든 사람의 근로 및 자본으로 인한 과세 소득 공개 정보를 공개합니다. 국세청에 전화해서 미리 일하게 될 회사의 동료들, 선임 등 연봉 정보를 알아보고 연봉 협상에 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인사팀 팁 - 연봉 협상 시 성과 어필하는 방법
투센탁님이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나의 성과를 어필하는 것이 연봉 협상의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인데요. 인사팀 근무 경험에서 알게된 소소한 팁 몇 가지 전해드리겠습니다.
- 모든 성과를 그때그때 ‘문서화’하고 매니저와 프로젝트 관련 팀원들과 ‘공유’하세요. 내가 성실하게 묵묵히 일 하면 매니저가 그리고 회사가 알아주겠지, 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본인이 이루어낸 모든 성과들을 크든 작든 일목요연하게 문서화하고 그때그때 매니저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세요. 이 문서화 된 성과들과 커뮤니케이션들이 쌓여 연봉 협상의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 본인의 성과가 개인의 성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팀의 성과, 부서의 성과 그리고 나아가 회사의 성과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뚜렷하게 설명하세요. 연결고리가 없으면 지어내서라도(!) 설명해야 합니다. 이 연결고리를 잘 찾아내기 위해서는 평소에 팀, 부서 그리고 회사의 한 해 목표와 사업 계획에 대해 관심있게 살펴봐야겠지요. 그리고 그러한 회사의 핵심 전략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꼭 강조하시구요.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데이터’를 이용한 스토리텔링입니다. 조직의 윗분들일수록 숫자에 집착하고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에 가장 큰 관심을 보입니다. 예를 들면 ‘이번 프로젝트로 새롭게 창안한 프로세스로 인해 사내 효율성을 크게 증진할 수 있었다’를 ‘이 프로세스로 인해 사내에서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이 35% 줄어들었고, 이는 회사 전체적으로 150,000 SEK의 절감 효과를 불러왔다.’로 바꾸어 말하는 거죠. 모든 성과를 수치화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또 하다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더라구요.
내년에는 조금 더 나은 월급 인상을 기대해보며, 구독자님의 경험담, 팁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저희에게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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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최고의 셈라를 찾아서 Part.2 - 퓨전 셈라편
by 윙스펜
요즘은 어딜 가든 셈라를 마주치게 되는 셈라 시즌의 피크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번 호에서는 클래식 셈라 외의 다양한 퓨전 셈라들을 소개합니다. 이번 후기 또한 저의 아주아주 개인적인 평이라는 점 미리 말씀드리며 후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1. Mr. Cake (Rådmansgatan 12 & Regeringsgatan 57, Stockholm)
레드벨벳 크로와상으로 유명한 이 베이커리는 스웨덴 정통 스타일보다는 미국 스타일의 케이크와 페이스트리를 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에서는 ‘크로넛(Cronut)’ 셈라 라는 특별한 퓨전 셈라를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크로넛은 크로와상과 도넛을 합친 말인데 크로와상처럼 레이어가 겹겹이 들어간 도넛에 캬라멜 페이스트가 들어간 셈라였습니다.
2. Bageri Passion (Landsvägen 45, Sundbyberg)
이 곳은 스톡홀름 북쪽에 위치한 순뷔베리(Sundbyberg)에서 잘 알려진 베이커리입니다. 사워도우 브레드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셈라 시즌에는 어느 곳보다도 셈라에 열과 성을 쏟아붓는 곳인데요, 앞에 소개된 여섯 종류의 셈라가 적힌 간판이 바로 이 가게의 간판이었답니다. 저는 클래식 셈라와 비엔나(Wiener) 셈라를 먹어보았습니다. 이름에 비엔나가 들어가 있어 그곳에서 유래된 것인가 싶지만 덴마크에서 유래된 페이스트리를 지칭하는 말로 레이어가 겹겹이 들어간 스타일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3. Kosterhead Konditori (Huvudstagatan 13B, Solna)
이곳은 저희 동네 빵집인데요, 스톡홀름 시내 빵집들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동네 사람들은 다 아는 정말 맛있는 곳이랍니다. 여기에도 셈라 구경을 하러 갔다가 다른 베이커리에서는 보지 못했던 나폴레옹(Napoleon) 셈라를 판매하는 것을 보고 냉큼 시식을 해보았습니다. 나폴레옹 셈라는 비엔나 셈라와 비슷한 빵을 사용하는데, 다른 점이라면 빵 윗부분에 아이싱 슈거와 딸기잼이 발라져 있고 페이스트도 딸기잼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소개된 셈라들 외에 알고 계신 다른 퓨전 셈라들이 있으신가요? 저희에게 사진과 간단한 한줄평을 보내주세요!
[구독자 에세이] 겨울을 나는 훌륭한 방법
by 모스
어디선가 ‘통통’ 소리가 들린다.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가끔은 ‘통통통통’ 연달아 나다가, 어느 순간 숨을 고르듯 정적이 찾아온다. 그리곤 또 몇 초 후에 다시 소리가 시작된다. 설핏 잠에서 깬 나는 그 소리의 정체를 고민하다 곧 행복해진다. 노랑배박새가 내 모이통에 앉아 모이를 쪼아먹는 소리다.
작년 9월쯤 삼보의 아버님 댁에 가던 길이었다. 새 모이통을 하나 사자. 그날 지나는 길목에 있던 어느 집 마당을 보고 삼보와 그런 말을 했었다. 그때 봤던 건 위에서 매달아 거는 형태의 새 모이통이었는데, 참새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있었다. 어디선가 겨우내 먹이가 없는 시기를 보조하기 위해 모이를 주는 게 야생 새들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던 것도 같았다.
스톡홀름의 겨울은 길고 어둡다. 9월의 나는 마치 겨울잠에 들기 위해 준비하는 동물처럼 어떻게 겨울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겨울은 사실 보내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새들이 먹이와 물 부족을 버티며 겨울을 나는 것처럼, 나는 앞으로 찾아올 추위, 눈, 언제나 흐린 하늘, 아침 8시에 밝아져서 오후 3시에 어두워지는 북유럽의 일조량 부족과 그로 생기게 될 부가적인 감정적인 영향 등을 버틸 준비를 해야 했다.
[새 모이통을 구입하다]
모이통을 다시 떠올린 건 겨울이 착실히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는 10월 중순의 어느 날이었다. 해 떨어지는 시간이 점점 더 빨라지자 한동안 잊고 있던 모이통 생각이 났다. 인터넷에서 ‘Fågelmatare’를 검색해서 우리 집에 설치할 수 있는 형태의 모이통을 찾아봤다. 베란다가 없어서 매달거나 지면에 세우는 건 불가능했지만 창문에 붙이는 형태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SmartaSaker라는 잡화점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다음 날 Fridhemsplan의 오프라인 지점에서 픽업했다. 처음 창문에 모이통을 설치하고 이틀간은 아무 소식도 없었다. 새들이 눈치채지 못한 걸까? 찾아오게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평소 수풀에 숨어 지내는 작은 새들이 여기까지 오기에 겁이 나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첫 손님, 노랑배박새. 그리고...]
모이통에 투자한 본전 생각이 슬슬 나던 차에 참새 한 마리가 창가에 날아와 관심을 보였다. 한 마리, 또 한 마리. 그 다음에는 노랑배박새(Talgoxe)가 몇 마리 날아와 모이를 빤히 보더니 하나를 톡 물어 휙 날아갔다. 그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날이 지날수록 새들의 생태에 대해 조금씩 더 밝아졌다. 참새들은 무리 지어 다니기 때문에 한 마리가 찾아오면 머지않아 열댓 마리가 날아와 창문이 복작복작해진다. 노랑배박새는 참새보다 조금 더 작은 체구에, 보통 혼자 다니고 비행 기술이 아주 좋다. 멀리서 지켜보다 틈을 노려 휙 날아와 잽싸게 해바라기 씨앗 하나를 물고 달아난다.
[반가운 손님, 푸른박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손님은 푸른박새(Blåmes)다. 참새나 노랑배박새보다도 훨씬 작아서, 처음에는 단지 색이 다른 노랑배박새의 새끼인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스웨덴의 야생 새들을 찾아보다 그 새들이 ‘푸른박새’라는,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작은 체구에 목이 짧고 밝은 푸른색 원을 머리에 쓰고 있는 푸른박새는 우리 집에 오는 새들 가운데 가장 희귀한 손님이다. 삼보와 나는 ‘오늘은 푸른박새가 왔었다, 안 왔었다’라는 주제로 매일 저녁 얘기를 나누곤 한다. 참새는 가장 해가 높이 떠 있을 때 활동하는 반면, 노랑배박새와 푸른박새는 동트기 전과 해가 저물 무렵에 오곤 한다. 그래서 요새 나는 하루 중 그 무렵이 무척 기대된다. 해가 지는 것을 조금은 즐겁게 여길 수 있게 된 이유다.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된다면, 나는 새 모이 주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어쩌면 그건 여러분에게도 겨울을 버티는 훌륭한 방법이 될지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새들이 순식간에 우리의 창가를 배설물로 덮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귀여움과 힐링, 청소 노동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이미 새들에게 길들여진 나에겐 성실히 청소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없음을 알려둔다.
[새 모이주기와 관련된 팁]
* 새들은 추울수록 에너지 보충을 위해 기름진 식단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해바라기 씨앗은 가장 보편적인 모이 중 하나로, 해바라기씨로 시작하여 집에 찾아오는 새들에 맞춰 좋아하는 먹이 종류를 하나씩 늘려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추천하는 모이는 Talgbollar인데요, 기름과 견과류 등을 뭉쳐 공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겨울 무렵에 ICA와 큰 규모의 펫샵에서 구입 가능하고, 그물망이 없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외에도 소금기 없는 부순 땅콩이나 소금기 없는 압착 귀리 등을 추천합니다. 참, 씨앗 종류는 인터넷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편이 이득일 수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추운 겨울에는 새들이 마실 물을 찾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모이통 근처에 물통을 함께 놓으면 새들이 식사와 함께 물로 입가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검은지빠귀(Koltrast) 등 씨앗류를 먹지 않는 새들 또한 물을 마시러 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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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로그인 없이 눈팅만 하다가, 이제서야 가입도 하고 구독도 하고 댓글도 남깁니다~ 연봉협상편 유용하고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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