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스웨덴] 5월 셋째주 뉴스레터🍦

#스웨덴산후조리 #북토크 #스웨덴의이주자들 #유로비전

2025.05.23 | 조회 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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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스웨덴

스웨덴에 사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담는 뉴스레터, 위클리 스웨덴입니다.

위클리 스웨덴 구독자님들, 안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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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유로비전 송 컨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지난 멜로디페스티벌에서 우승한 KAJ의 'Bara bada bastu'가 스웨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과연 유로비전에서도 우승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었는데요! 아쉽게 우승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유럽 각 나라에서 출전한 뮤지션들의 무대를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그나저나, KAJ가 TV에 자주 등장하면서 '저 사람들은 스웨덴 사람인가, 핀란드 사람인가' 궁금했는데요...  마침 아침 방송프로그램에서 알려주더라고요!

Finlandssvensk 들은 주로 저 노란색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해요. (출처: https://sv.wikipedia.org/wiki/Finlandssvenskar)
Finlandssvensk 들은 주로 저 노란색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해요.
(출처: https://sv.wikipedia.org/wiki/Finlandssvenskar)
  • Finnar: 핀란드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핀란드인
  • Finlandssvenskar: 스웨덴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핀란드인
  • Finländare: 핀란드인

...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KAJ는 finlandssvenskar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알면 쓸모있고 신기한 스웨덴 상식이죠? :) 이런 깨알 상식👩🏻‍🎓들을 저희에게도 많이 공유해주세요! 그럼 5월 셋째주 뉴스레터 시작합니다! 


스웨덴에서의 산후조리👪 (feat. 엄마찬스!)

By 투센탁&Bani

2025년 위클리 스웨덴 팀에 큰 경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투센탁의 출산👶🏻 소식이었지요  🎉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를 돌보고 있는 투센탁, 그녀의 산후조리는 저 Bani의 산후조리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스웨덴에서의 산후조리 이야기, 대담 형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임신과 출산]

Bani: 나도 스웨덴에서 출산을 했고, 임신 기간을 거치면서 이미 한국과 스웨덴이 좀 다르다는 걸 느꼈어. 특히 한국에서는 임신 초기에 안정을 취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던데, 스웨덴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거든. 오히려 임신 기간 내내 운동🏋🏻‍♂️이 권장됐고, 난 20주 정도까지는 매주 수영이랑 헬스를 했던 것 같아. 너는 어땠어?

투센탁: 맞아, 임신 중 운동을 권유하고 술, 담배, 약만 제외하면 임신 기간 중 특별한 제한이 없는 것 같았어. 나는 배가 조금 천천히 나오기도 했고 크기도 크지 않았어서 임신 중기까지는 평소에 하던 운동을 계속 했었지. 임신 말기에는 임산부를 위한 근력운동💪🏻을 계속 했었어. 

참고로 나는 겨울동안 사우나를 포기할 수 없어서 임신하고 사우나를 갈 수 있는지 조산사에게 물어봤었는데, 물 많이 마시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우나해도 괜찮다고 해서 막달에도 사우나를 다녀왔었지. 단, 임신 초기에는 피하는게 좋은 것 같아. 

Bani: 출산 방법에 대해서도 양국이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 우리가 직접 한국에서 출산해본 적은 없지만 한국 지인들의 출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차이를 느꼈다던가? 나는 진통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 나가서 산책하고 오라며 내쫓았을 때 많이 황당했거든… 카페에 앉아 진통하면서 샌드위치 먹었던 거 잊지 못해…ㅠㅠ

투센탁: 맞아. 내 생각에는 출산 방법에서 가장 큰 차이는 제왕절개를 선택할 수 있는지 여부인 것 같아. 스웨덴에서는 질식분만을 권장하고, 분만 과정에서 의료진 개입을 최소로 하려는 것 같았어. 예를 들어, 질식분만을 할 때 회음부 절개라던가 흡입분만(sugklocka)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더라고. 

[산후조리]

Bani: 출산 후 산후조리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스웨덴에서는 출산을 하면 배우자가 10일동안 휴가를 쓸 수 있지. 그래서 내 경우에는 남편이 약 3주동안 집에 있었어. 사실 그때의 가장 큰 미션은 모유수유잖아?👩‍👧 그건 전적으로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니 남편의 주요 미션은 육아라기보다는 내 산후조리였고, 그래서 남편이 요리와 집안일을 다 했지. 스웨덴인인 시부모님이 500미터 거리에 살긴 하지만 산후조리나 육아 관련해서 그 시기에 도움을 받은 건 없어. 너의 산후조리는 어땠어?

투센탁: 나는 감사하게도 엄마가 한국에서 스웨덴에 오셔서 6주간 계시면서 산후조리를 도와주셨어.✈ 엄마가 오시기 전에 아기가 예정보다 일찍 나와서 사흘 정도는 남편과 둘이서 아기를 케어하며 보냈고. 

손주를 보러 몇천 킬로를 날아온 할머니! 우루루루 까꿍!)
손주를 보러 몇천 킬로를 날아온 할머니! 우루루루 까꿍!)

Bani: 어머님은 혼자 오신 거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법이지만 직항도 없고 먼 길이라 너도 어머님도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것 같아. 어머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을지 궁금해. 그리고 따로 준비한 게 있었을까? 

투센탁: 맞아, 처음에 내가 산후조리 부탁했을 때 엄마가 혼자 여행하는게 처음이고 걱정되어서 생각해보신다고 했었지. 결국엔 엄마 혼자 핀에어를 타고 스톡홀름으로 오셨는데, 오기 전에 엄마가 유튜브 보고 영어 여행 회화를 준비하셨대. 그리고 혹시 몰라서 출입국 심사에 필요한 질문, 답변을 프린트해서 갔었고. 유럽에서 쓸 수 있는 유심을 미리 준비해서 엄마가 공항에 도착해 환승할 때 내가 계속 연락을 했었어. 핀란드에는 한국어로 전광판에 안내가 되어있어서 괜찮았던 것 같아.

Bani: 그렇구나. 어머님이 6주동안 지내시면서 네 입장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어떤 게 있어? 왠지 육아팁을 소소하게 많이 받았을 것 같아. 그리고 혹시 불편했던 점도 있었을까?

투센탁: 엄마 오시고 나서는 세 명이 돌아가면서 아기를 봤는데, 나는 수유를 하고, 엄마가 요리를 하고, 남편이 아기를 돌보는 식으로 분업이 되었던 것 같아. 특히 엄마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셔서, 내가 새벽에 수유하고 나면 한 네 시간 정도는 쭉 잘 수 있었던 게 좋았어. 그리고 아기 목욕시키는 법🛁이나 재우는 법 등을 알려주신 것도 좋았지. 

내가 불편했다기보다는 엄마가 영어나 스웨덴어를 하실 수가 없으니 혼자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시는 게 답답하셨을 것 같아. 엄마가 집에서 아기만 보게 할 수는 없으니 그래도 (내가 몸 회복이 좀 더뎌서 밖에 나가 걷는게 힘들긴 했지만) 거의 매일 같이 밖에 나갔었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출산 후 우울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좋은 방법인 것 같아. 굳이 불편했던 걸 꼽자면 이 정도?

Bani: 같이 밖에 나가는 걸 어머님이 괜찮아하셨다는 게 신기하다. 나는 회복이 빨라서 아기 낳고 4일인가 5일차에 밖에 산책하러 나갔는데 그때부터 엄마가 카톡으로 엄청나게 잔소리를 했거든. 왜 아기를 꽁꽁 싸매지 않았느냐, 어디 산모가 아이스크림을 먹느냐 등등… 

투센탁: 엄마가 나를 낳았을 때는 할머니(시엄마)가 산후조리를 도와주셨대. 할머니가 미역국만 계속 먹으라고 끓여주시고 집 밖에 못나가게 해서 불편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인지 엄마가 두 번 정도만 미역국을 끓여주셨고, 밖에 산책을 자주 나갔지. 그런데 산후풍 온다고 꽁꽁 싸매라는 말씀은 우리 엄마도 하셨어^^

지구 반대편에서 엄마가 카톡으로 샤우팅과 등짝스매싱을 날린 그 사진
지구 반대편에서 엄마가 카톡으로 샤우팅과 등짝스매싱을 날린 그 사진

Bani: 그랬군! 한국 산후조리원에서는 아기를 신생아실에서 돌봐주면서 산모가 몸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잖아.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나는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데, 아기를 신생아실에 떼어놓는 게 불안하기도 하지만 출산 후 첫 일주일은 정말 너무 힘들어서 ‘아기를 잘 아는 전문가가 아기를 몇시간동안 쭉 봐주면 편히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투센탁: 출산 후에 산후조리원이 왜 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사람마다 회복의 속도가 다르겠지만 몸이 정말 아파서 앉지도 못하는데 밤잠도 못자고 수유하고, 아기 돌봄까지 하면 엄마 몸 회복에 도움이 될까 싶더라고. 아기 아빠가 도움을 주긴 하지만, 처음 부모가 되는 경우에는 둘다 서툴러서 같이 하다보면 결국 낮에도 밤에도 엄마가 쉬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차라리 1주, 2주 산후조리원 지내면서 아기 돌봄에 도움을 받고 엄마가 몸 회복을 빨리 하면 더 좋은게 아닐까 생각했어. 육아 경험이 있는 엄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몸 회복도 더 더디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그러나 사바사)

Bani: 그렇군. 나도 공감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초반부터 아기아빠와 둘이서 쌩 고생을 하니 아기아빠도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둘이 해나가는 뿌듯함이 좋았던 것 같아. 전우애가 생긴달까…ㅎㅎ 하지만 그건 내가 몸 회복이 빨랐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거겠지?
혹시 둘째가 생겨서 스웨덴에서 출산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 그 때도 어머님께 도움을 요청할 것 같아? 

투센탁: 둘째가 생길까? 하핫 ^^ 
엄마 모시고 산후조리 하는데도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니, 오히려 한국에 가서 산후조리원에 있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아기를 신생아실에 떼어놓는게 불안하다면, 요즘에는 모자동실을 하는 산후조리원도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몸 회복 될 때까지는 밤에 푹 자고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니까.  

Bani: 맞아, 요즘은 한국에서 출산지원금도 많이 주니까 산후조리원에 가더라도 비용적으로 크게 부담은 안될 것 같아. 그나저나 어머님의 산후조리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출산 후 병원에서 해준 조치나 검진 관련해 한국과 좀 다르다고 생각했던 게 있을까?

투센탁: 황달에 대한 한국과 스웨덴 대응 방식이 좀 다른 것 같아. 한국에서는 아기 황달이 흔하기 때문에 보통 산후조리원이나 병원에서 모유 수유를 한다면, 보충 수유를 하면서 황달이 심해지지 않도록 사전 조치를 한다고 하는데, 스웨덴에서는 모유 수유만 강조하고, 아기 황달 수치가 핵황달 위험 수준이 될 때만 병원에서 치료를 해줘. 나는 아기 황달이 심해져서 광선치료를 받으러 갔었는데, 그 때 병원에서 모유수유와 함께 분유 보충을 해줬었어.  

Bani: 그런 일이 있었구나… 맞아. 그것도 그렇고 모유수유를 정말 많이 강조해서 조금 힘들었어. 결국 두 달 하고 말긴 했지만. 그래도 영유아검진을 내가 일일이 찾아 예약하지 않아도 알아서 전담 간호사가 예약을 잡아주고 잘 케어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투센탁: 맞아. 아기 낳고 첫 주에 보건소에서 간호사가 집으로 방문해서 산모와 아기에게 필요한 진료 상담을 해주는 걸 보고 엄마도 좋다고 생각하셨대. 

손주와 함께 벚꽃 인증샷 :)
손주와 함께 벚꽃 인증샷 :)

아무리 자식이지만 다 큰 딸과 갓 태어난 아기, 그리고 사위와 함께 몇 주 동안 지내는 것이 내집 같지는 않으셨으리라 짐작해봅니다. 그래도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으셨다는 투센탁의 어머니께 존경의 박수를 보내며 이 글을 마칩니다 🙂


[북토크📚]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 이주자는 사회에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부정적 혹은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가?

By 윙스펜

최근 저희 스톡홀름 독서모임에서는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헤인 데 하스 지음)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이주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들—예컨대 '이주자 때문에 범죄가 급증하고 복지 국가의 토대가 침식된다' 혹은 '이주자 때문에 일자리가 적어지고 임금이 낮아진다'—을 많은 데이터와 연구 사례로 반박하면서 우리의 선입견에 경종을 울립니다.

책에서 스웨덴의 사례도 심심치 않게 소개되었는데요, 안타깝게도 대부분 좋지 않은 사례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과 북아메리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웨덴이 프랑스와 함께 구직시장에서 이주자에 대한 차별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고, 스웨덴의 3대 도시—스톡홀름, 예테보리, 말뫼—는 이주자와 토착민의 분리현상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심각하다고 나왔습니다. 

스웨덴에서 살아가는 이주자로서 ’성공적인 이주자 통합은 무엇이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왜 스웨덴에서 이주자 통합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되는가’와 같은 질문들에 대해 이 책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논의들을 이 기사에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표지 이미지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표지 이미지

***

Q. 전반적 소감: 여러 챕터 중 기억에 남는 내용, 책 읽기 전후로 바뀐 생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냥: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너무 많은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의 초반에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저자의 주장을 바라보았고 ‘아니 내가 느낀건 조금 달랐는데? 정말 이주자들이 사회적 갈등을 불러오지 않았다고?’라는 의문을 품었는데, 책을 이어서 읽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디어에서 왜곡된 모습으로 묘사된 이주자들의 모습정치인들의 주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1차원적인 선입견들을 깨부술 수 있어서 좋았다.

윙스펜: 우리 모임에서 예전에 읽었던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지음)가 생각이 많이 났다. 팩트풀니스에서는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본능들을 소개하며 저자의 사례와 데이터를 통해 이를 반박하고 세상을 사실에 더 충실하게 보게끔 도와주었는데 이번에 읽은 책도 굉장히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주에 대한 잘못된 시선과 편견들이 사람들에게 전달하기에 더 쉽고 ‘효과’적인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이 오해들이 계속해서 미디어와 정치인들에 의해 이용되는게 아닐까 싶었다.

투센탁: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이주자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게 아니듯, 반대로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고 보는 것도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한 점이었다. 미국 앨라배마 주에 멕시코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토착민들과 융합이 안되고 토착민들이 문화적으로 위기를 느꼈다는 것이 사례로 나오는데, 경제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도 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흥미로웠다.

또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주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사회적으로 불안한 요소들(예: 높은 실업률과 범죄율)을 이주민 때문으로 원인을 돌리기가 쉬운데 사실은 사회구조상의 문제나 정부 정책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Q. 이 책의 챕터 <이주자 통합은 실패했다>에서는 이주자들이 새로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통합은 점진적으로 세대에 걸쳐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이주자와 그 자녀들은 언어를 배우고 교육과 직장을 통해 사회에 점차 통합되며, 오히려 차별적 정책과 사회적 배제가 통합 실패의 원인이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스웨덴에서 이주자 통합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라면 어떤 것이 원인이고 어떤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또 이주자 2세들을 위해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요?

플로윈: 특히 최근에 일어난 Örebro 총기 난사 사건 이후로 스웨덴에서 이주자로서 살아가는 것과 이주자 통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사건의 가해자가 스웨덴 출신의 백인이었기 때문에 이주자를 향한 혐오 공격이 아니라 단순한 정신이상자로 프레임을 씌운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가해자가 이주자라도 똑같은 프레임을 씌웠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일련의 대응을 보며 내 아들이 (유색인종 이민자 2세로서) 나중에 백인 스웨덴 토착민과 경쟁하는 구도가 되었을 때 과연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Olivia: 문제 제기는 중요하지만, 개별 사례를 일반화해 이주자 차별이라는 프레임을 고착화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전 세계가 아닌, 유럽과 북미의 이민 수용국 9개 국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짚어두고 싶다. 이주민의 입장에서 본 스웨덴은 언어 교육, 통합 프로그램, 고용 지원 등 제도가 어쨌든 마련되어 있고, 다문화 사회 지향과 차별 방지를 표방하지만, 현실에서 겪는 문제는 당연히 존재한다. 책에서는 구직 시 ‘이주자’ 정체성이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나 역시 스웨덴식 이름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비록 내 경우 아직까진 한국이름으로 하는 구직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런 조언이 통용된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본다.

플로윈: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이런 차별 같은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내가 느끼기엔 비슷한 역량을 가진 두 선생님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스웨덴 백인 선생님이 더 좋게 평가받고 이주자 출신 선생님이 더 낮게 평가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투센탁: 스웨덴 정부에서 밀리온 프로그램(Miljonprogrammet)이라는 이름 하에 1960-70년대에 도시 외곽 지역에 대량으로 공공주택을 대량으로 지어서 이주자들을 이주시켰는데 거기에서부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때부터 대규모 이주자 분리가 일어나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이주자 통합을 어렵게 하는게 아닐까.

밀리온 프로그램으로 지어진 공공주택들의 모습
밀리온 프로그램으로 지어진 공공주택들의 모습

Noodlelover: 이주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산다는 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들이 사회에 통합되거나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게 더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교육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스톡홀름 외곽의 소위 말하는 위험한 지역(vulnerable area)에 좋은 학교를 만들고 실력있는 교사들에게 경쟁력 있는 월급을 줘서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면 이주자 2세들이 사회에 통합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Olivia: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이주자 2세의 범죄율이 1세보다 높다는 점은 통합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스웨덴에서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지역 친구들과 함께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주민 자녀가 자연스럽게 그 공동체에 섞이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제도적 문제만이라기보다, 스웨덴 사회 전반의 높은 집값,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길 꺼리는 문화적 성향과 연결되어 있다. 결국 이주민 통합의 어려움은 정책만으로 해결하기보다, 사회적 태도와 일상 속 교류의 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성향 자체를 바꾸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플로윈: 이주자 2세의 성공적인 통합은 언어를 익히고 직업을 갖는 것을 넘어서, 그 사회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기여하고 있다는 자존감을 가지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주자 2세대의 경우, “내가 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성공적인 통합의 핵심이라고 본다. 그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선, 아마 경제활동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경제활동을 통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그게 곧 소속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이 나라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감각 (자아효능감), 그게 성공적인 통합에서 가장 본질적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윙스펜: 실제로 이 책에서는 시민권을 더 빨리, 쉽게 주는 것이 이주자의 사회적 통합에 기여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는데 그 부분이 참 흥미로웠다. 실제로 스웨덴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는 정확히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상황인데,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이주자들이 안정적으로 이주한 나라에 정착했다는 느낌을 가질 때  나라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통합되고자 하는 의지가 커진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지위가 불안정하고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이 사회에 통합되고 싶은 마음이 들까.

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건 토착민과 이주민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이제 곧 실행될 EU Pay Transparency Directive에서는 특정 직무군에서 정당화할 수 없는 이유로 성별 임금 격차가 5%를 초과하고 이를 6개월 이내에 시정하지 않을 경우, 고용주는 직원 대표와 공동으로 급여 평가를 실시해야 하는걸 의무화 한다. 이런 식으로 토착민과 이주민의 임금 격차도 줄여나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이주민은 아무래도 토착민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이기 쉽고 특히 직장이 취업 비자를 발급해준 경우 굉장히 낮은 연봉이 책정되곤 한다는 걸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었다.  

***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이주민이면서도 알게 모르게 이주민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고, 앞으로 스웨덴에서 계속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에게 ‘이주’는 어떤 의미이고 스웨덴에서 ‘이주민’으로서 살아가는 경험은 어떠했나요? 여러분의 생각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


[또 하나의 책]『몬테코어』

By Bani

북토크 기사를 편집하면서 저는 요나스 하센 케미리의 '몬테코어 (2006, 원제 - Montecore: En unik tiger)'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첨부 이미지

내용을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스웨덴 여성과 결혼해 튀니지에서 이주해온 압바스는 스웨덴에서도 사진가로 성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이민자에게는 일감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완전한' 스웨덴인이 되기 위해 이름도 바꾸고 스웨덴어로만 말하고 스튜디오 역시 스웨덴인이 하는 가게처럼 바꿉니다. 그 결과 일이 조금씩 늘어나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되지요.

반면 아들 요나스는 스웨덴에서 태어나 스웨덴어를 배우며 자랐지만 '이민자'에 대한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이민자 2세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스웨덴의 인종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조직'을 만듭니다. 그런 아들을 압바스는 못마땅하게 여기고, 부자간의 갈등은 점점 심해져 8년동안 연락을 하지 않게 됩니다.

꽤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디테일한 것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사회 내 토착민과 이주민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한 가족 내 이민 1세대와 2세대간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아들에게 압바스는 '너는 스웨덴 사람이야! 이민자들이랑 어울리지 말고 스웨덴인들과 어울리렴' 하는 태도로, 요나스는 '아빠는 왜 차별적인 사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죠? 차별에 순응하는게 아니라 맞서야 해요'라는 태도로 팽팽하게 대립합니다.

조금 두껍지만 금방 휘리릭 읽을 수 있는 책이고 한국어판을 전자책으로도 읽을 수 있어요. 위 기사와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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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

    0
    7 months 전

    사회에서 소속감을 느끼게 하면 된다, 임금 격차를 줄이면 된다, 시민권을 빨리 주면 된다. 말은 간단한데 따지고 보면 가장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단순한 해법을 제시해도 되는건지 의문이네요. '임금 격차'라는 간단한 말이지만 임금만큼 첨예한 대립이 생기는 부분이 사회에 더 있을까요. 우리는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온갖 곳을 인터넷에서 비교해보고 싸게 사면서 기업이 사람을 쓸 때는 능력 차이 없이 평등하게 대해달라고 하는게 정당한건지 우려스럽습니다. 강제로 임금을 맞추더라도 같은 임금이면 당연히 소통이 편한 자국민을 고용하지 않을까요? 비자 처리도 비용이고 리로케이션비용도 있고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당연히 올라가고.. 이렇게 되면 이주자는 차별이 강제되어 오히려 직업을 구하기 힘들게 되고 피해를 입게 되죠. 반대로 임금을 싸게 하면 고용주 입장에서 싸니까 언어는 잘 못하더라도 써보자가 되지 않을까요? 아이폰과 중국 스마트폰을 같은 가격으로 팔게 강제하는 법이 생기면 어떻게 될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데이터도 좋지만 사람 의견을 묵살할수는 없지요. 데이터가 어떻게 나오건 사람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게 있는데 그걸 억압하고 '이 데이터를 봐' 너의 의견을 틀렸어' 라는 논지는 거부감이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범죄율과 이민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면서도 "2세 범죄율이 더 높다"는건 어떤 맥락에서 나온건지도 모르겠고요.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는 복지와 개방은 동시에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복지국가에서 시민권을 마구 뿌리는 것도 국가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고 지속가능한 정책은 아닙니다. 교육도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초중고 영어 의무교육이 있어도 한국인 모두가 영어를 잘하는게 아닌 것 처럼 말이죠. 오히려 잘하는사람보다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게 사실입니다. 교육열 높은 한국도 이정도인데 어떤 한 문화와 언어를 완벽히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이민을 하고 나서도 자국 문화를 더 가깝게 두죠. 떡볶이를 먹고 김치를 먹으면서 한국 컨텐츠를 읽고 시청합니다. 이런 현실이 있는게 교육으로 통합을 이룰수 있다는 장미빛 희망은 저는 잘 보이진 않네요. 저도 이민자 입장에서 평생 영어를 배우고 스웨덴어를 몇년동안 배우고나서 드는 생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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