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6월 3일 오늘은 단오다.
어제 "단오엔 뭘 먹어?"라고 물어본 친구에게
AI처럼 "수리취떡이랑 앵두화채"라고 대답했다.
그러게 내가 이걸 왜 알고 있을까. 응 직업병이야.
살면서 수리취가 뭔지 알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수리취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데
단오쯤에 나는 수리취로 만든 떡은 맛도 좋고 영양이 풍부해서 거의 약떡이란다. (생긴 건 거의 쑥떡 느낌인데 수레바퀴 모양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
헌데 옛날이야 떡이라도 챙겨 먹으며 건강을 챙겨야 했지만
요즘은 맘만 먹으면 입에 털어 넣을 수 있는 영양제가 수두룩하니
굳이 수리취떡까지 챙겨 먹을 필요는 없을 테지.
우리집은 정월이면 찰밥을 지어 먹고 동지면 팥죽을 쑤어먹고
여름에는 복날까지 살뜰히 챙겨왔다.
문제는 나랑 동생이 싫어하는 음식 중 하나가 찰밥이랑 팥죽이라는 것.
그나마 백숙을 좋아해서 천만다행이지.
여하튼 굳이 나서서 찾아 먹지 않지만,
정월이 되면 찰밥을 짓던 엄마 뒷모습이
동짓날이 되면 달큰한 팥죽 냄새가
복날쯤이 되면 백숙국물에 담긴 찹쌀죽이 생각난다.
열심히 챙겨 먹지 않았으니 저것들의 영양으로 내가 자란 것은 아니겠지만,
그 날을 챙겼던 마음과 그 날을 함께 했던 기억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맛있는 걸 먹으면 꼭 누군가가 생각난다.
좋은 사람들 입에 꼭 넣어주고 싶다.
곁에 두고두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는
주기적으로 먹고 싶다, 맛있는 걸.
그런 의미에서 친구야. 밥 먹으러 가자.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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