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는 건 언제부터 얼마나 만났느냐가 중요한 건 아닌가 보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을 때도 있고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제법 오래,
아니 반평생을 넘게 알고 지낸 사람이 있다. 나는 그를 친구라 부른다.
1년 만에 만나도, 굳이 시간내어 연락하지 않아도 우리는 어색하지 않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걸 무려 24년째 경험하는 중이다.
한 번은 종로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에 늦게 와서는,
대뜸 오는 길에 나비 박물관을 봤다며
내 생각은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그리로 날 끌고 가더랬다.
꿍얼대면서도 또 따라가는 나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 가본 나비 박물관이라는데를 기웃거렸는데
(사실 곤충이라고 불리는 벌레를 모두 싫어한다)
진열장 한 쪽에 수줍게 붙어 있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진열장에 기대지 않으셔서 고맙습니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리에 기대지 마시오” 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
내 마음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대놓고 날을 세우는 게 아니라 품격있게 말하는 법을 알아야 겠다는 생각.
하긴... 나는 화 나면 눈물부터 나고 억울하면 목소리부터 떨린다.
환불 받으러 갈 때 양 옆에 끼고 갈 친구부터 구해야 할 판이다.
어느덧 5월의 봄밤.
환불원정대 같은 든든한 지원군까진 아니더라도
초여름 같은 봄밤에 목 축일 맥주마실 친구 하난 있었... 아니 되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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