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괜히 가보지 않은 곳까지 멀리, 가지 않던 길로 돌아 가보고 싶은 날.
그게 오늘이었다. 저녁으로 떡국을 먹기로 마음먹고,
걷고 걷다가 처음 가본 정육점에 들러서
"국거리로 쓸건데 질기지 않으려면 뭘로 사야 할까요?" 라고 물었다가
(예전에 그냥 국거리 달라고 했는데 질겨서 육즙만 맛보고 버렸던 기억 때문)
사장님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이빨 없는 사람이 먹을 거예요?
씹는 맛 싫어하면 소고기 먹으면 안 돼요."
물론 나이 많은 어르신이나 이가 없는 아기가 먹을 거냐고
묻고 싶은 거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의 표정과 어조가
음... 뭐랄까 나는 기분이 좀 그랬다.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왜죠?
떡국에 넣을 떡을 사러 들른 마트에서는
마음이 아픈 분에게(마음이 아픈게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이지 서럽다)
어깨빵을 두 번이나 당하고 손으로 어깨 가격을 여러 번 당하고
이 소리 저 소리 도발까지 당했는데,
나는 화를 내기는커녕 쫓아오지 말라고!! 쫓아오면 신고 할 거라고!!
앙칼지게 소리까지 쳐놓고 사실은 무서워서 눈 한 번 마주치지 못했다.
마트 주인에게 CCTV 있냐고 시간이랑 마트 전화번호까지 확인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뒤에 바짝 쫓아와서는
"무슨 일 있어요?"하는데 와 나는 저거 바로 ‘소시오패스’구나 싶더라.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쫓아올까봐 계속 뒤돌아보느라 뒷골이 아직 땡긴다.
떡국에 넣은 소고기는 결국 질겼고,
(나는 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씹는 맛을 아니 질긴 맛을 싫어하니 소고기를 먹으면 안 되나 보다)
(나 고기 좋아하는데 슬프네)
떡국 떡 살 때(도망치던 그 와중에도) 세일한다고 덥석 집어 샀던 딸기는
설탕처럼 달았다. 6900원인데 이렇게 달다니...
너라도 달아서 다행이다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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