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플레이리스트,
<Faure : Pavane In F Shap Minor Op.50 / 성민제>
성민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뮌헨 국립음대 석사와 최고연주자 과정은 거친 그는
열 살 때 처음 콘트라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에 손가락을 대고 재미를 느낀 그 순간부터
성민제에게 콘트라베이스는 놀이이자 취미였고,
이내 특기가 됐고,
대학에서는 전공이사회에서는 밥벌이인 직업이 되었다.
성민제가 연주한
<포레 : 파반느 올림 바단조 작품 번호 50>을 듣다가
불현듯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것이 곧 일인 삶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사실 가장 좋은 예가 곁에 있다. 바로 나.
나는 자아라는 것이 생길 때부터 라디오를 듣고 자랐고
꿈이란 걸 꾸는 순간부터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었으며,
피땀나는 노력에 기가 막힌 타이밍과 행운 한 숟갈이 더해져서
학창시절에 즐겨 듣던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막내작가로
첫 번째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좋아하던 일이 직업이 되는 것은 행복 그 자체였다.
존경에 마지 않는 선배가 만년필로 쓴 육필 원고를
생방송 전에 제일 먼저 받아서 읽어보고,
(라디오에는 글을 쓰는 구성작가와 음악을 담당하는 음악작가가 있다)
내한하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라이브를 코앞에서 듣고,
좋아하던 아티스트를 인터뷰하고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툭! 하면 탁! 하고 음악 얘기를 줄줄줄~ 쏟아내던
음악작가 선배는 홍대의 숨어있는 바에서 기네스 생맥주를 사주며
너는 제발 음악작가는 하지 말라고!
그냥 음악을 많이 아는 구성작가가 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니 반복 또 반복했다)
(그 날 나는 술에 취해 그 비싼 기네스 생맥주를 쏟았다지;;)
(지금 생각해도 아까워 죄송합니다 선배)
나의 첫 선배였던 그는어느 날 사직서를 내고 LA로 이민을 갔다.
선배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선배의 빈 자리가 채워지는 동안 선배가 하던 일을 내가 해야 했는데
나는 수 만 장의 CD와 LP판이 있는 음반자료실에서
머리와 손가락과 눈이 따로 노는 신기한 경험을 하며
화장실 구석에서 울어야 했다.
(물론 몇 주 후엔, 눈을 감고도 어느 CD가 어디에 꽂혀있는지 알게 됐지만)
그리고 나는 선배가 떠난 이후로
"음악을 많이 아는 글 잘 쓰는 구성작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은 16년 째 진행 중이다.
아직 답을 내리진 못했지만 선배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것 같다.
음악만 아는 것으로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라디오를 좋아한다.
그래서 글을 잘 써야 하고 거기에 음악까지 많이 알게 된 순간
새로운 기회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렇게 팝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수많은 가요 프로그램을 거쳐
지금은 클래식 프로그램에서 DJ의 말을 쓰고 있다.
나도 몰랐다.
2022년의 내가 2년이 넘게 클래식을 듣고 클래식을 쓰고 있을 줄은.
경제학과를 함께 졸업해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지인들은
"넌 그래도 좋아하는 일 하니까 행복하겠다" 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그거 알아?
좋아하는 일이 밥벌이가 안 되고, 좋아하는 일 때문에 힘이 들고,
좋아하는 일로 만난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좋아하는 일이 풀리지 않아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
나는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얻어야 할까?
좋아하는 것이 곧 일이 된다는 것은 행복임과 동시에 고통이다.
나는 오늘도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럽다.
클래식...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 않거든.
뭐... 아무튼, 지금은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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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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