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7

2022.09.12 | 조회 8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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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고 안아주는

노래하며 사는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보낼게요

연휴 어떻게 보내셨어요. 저는 추석 당일 아침 일곱 시쯤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고 올림픽공원에 있는 ‘나 홀로 나무’를 보고 왔어요. 몇 주 전에 만난 지인이 그 나무 앞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며 ‘시와도 여기 가봐’라 했던 걸 그대로 흡수(?)해두었었거든요. 

은행나무, 느티나무가 아닌 그만의 이름이 있는 나무라니, 놀랍다고 생각하며 검색해보니 이미 유명한 나무였어요.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고요. 그 나무를 아는 다른 이의 말에 의하면, 이름은 ‘나 홀로’지만 거기에 가면 나 홀로 일 새가 없다고 하던걸요. 찾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로 알아들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추석에, 이른 시간에 가보자. 그때라면 나 홀로 있을 나 홀로 나무를 만날 수 있을 거야.


 9월 10일 아침 9시반쯤 도착해 만난 나 홀로 나무
 9월 10일 아침 9시반쯤 도착해 만난 나 홀로 나무
실은 나 홀로 나무를 만나러 가는 중에 만난 어느 버드나무에 눈이 많이 갔어요
실은 나 홀로 나무를 만나러 가는 중에 만난 어느 버드나무에 눈이 많이 갔어요

연휴를 보내고 화요일이 되면, 하려고 마음먹은 일의 세계(?)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전에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래야 할 것 같았거든요. 지금이 바로 그런 시간이고요.

아무래도 안에는휩쓸리고 싶지 않다 깃발이 날리고 있나 봐요. 

휩쓸리지 않겠다는 마음.. 몇 년 전, 기세 좋은 친구를 만나 신나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 친구를 자주 만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나요. 매번 이 기세에 발맞춰 뛰어(?)놀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성정이 나와 다른 듯 보이는 이를 만나서 느끼는 즐거움이 짜릿하면서도 그러다 나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에 떠올린 생각이었어요. 내 페이스를 놓치고 휩쓸려버리고 말 것 같아서 겁이 났어요.

친구와는 지금 그때 느꼈던 마음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중간 지점을 찾은 것 같아요. 고요한 저의 시간을 보내다 친구를 만나면 사람들과 신나게 어울리는 시간도 갖고요. 가끔은 친구와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조용하게 보내기도 하고요. 일부러 밀어내지도 않고, 힘들여 당기지도 않으며 계속해서 친구가 되는 중이에요. 

관계에도, 세상의 분위기에도 휩쓸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는 , 이미 많이 휩쓸리고 있기에 드는 생각이 아닐까 싶어요.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며이러면 라고 자꾸 깃발을 세우는 거죠. 휩쓸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 휩쓸리지 않은 사는 사람이 하는 생각이 아닌, 휩쓸리는 사람이니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게다가 하겠다고 스스로 정해둔 일을 대할 때도 휩쓸리지 않고 싶다는 것은아아아아. 이미 휩쓸리고 있다는 연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지켜볼 있는 짬이에요.


다가오는 소식

📚 책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

책이 나옵니다. 9월 14일(수)부터 온라인서점에서 예약 판매가 시작됩니다.

‘노래하는 시와’로 살며 하는 일, 하게 되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을 하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를 책으로 썼..

다는 걸. 다 쓰고나서야 알았어요. 몇 번이고 고쳐 읽으며 그때마다 확인하고.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거나 느끼고 있나를 살펴보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부끄럽기도 했고요. 책은 작년 6월부터 쓰기 시작했거든요. 2021년의 마음, 생각, 일이 담겨있는데 그것을 읽으며 부끄러워하는 저를 보고, 다시 알았어요. 그사이에 달라진 면이 있어서 이렇게 느낀다는 걸. 그 사이에도 제 안의 어떤 부분은 나아갔다고 믿고 싶어요. 

잠깐, 지금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1. 책을 쓴 나 2. 그것을 읽는 나 3. 읽는 나가 느끼는 것을 보는 나 4.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리는 나. 5. 이것들의 전체를 조망하며 재밌다고 쓰는 나. 다섯 겹의 제가 글 안에 있어요..... 제가 사랑하는 선생님은 이런 것을 두고 ‘버즈아이뷰(bird’s eye view)형 인간’이라고 하시더군요. 사랑을 나눌 때조차 새의 눈으로 내려다보는 내가 있는 인간형… 대개는 두 마리 이상의 새가 머리 위에 떠 있어요. 지금은 다섯 마리!!

 

👥 단독공연 [숨 쉬는 시간]

10월 15일(토)과 16일(일) 단독공연을 엽니다. 주말 오후의 공연이에요. 서울 서교동의 ‘살롱문보우’에서 이틀 모두 오후 3시에 시작합니다. 오후 3시의 공연이라.. 주말 오후의 여유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노래 듣는 시간, 노래하는 시간이 그런 여유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면서 준비하고 있고요.

‘숨 쉬는 시간’은 6월의 단독공연 ‘숨 쉴 틈’에서 조금 더 나아간 이야기예요. ‘틈’보다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요. 숨 쉴 틈이 잠깐의 짬이라면 숨 쉬는 시간은, 숨을 쉬며 숨 쉬는 나를 지켜보는 시간이고요. 지켜봄은 마음만 먹으면 어느 때에도 가능한 일이니까요. 지금 바로 해볼 수 있어요. 들이마시고, 내쉬는 시간을 세어보듯, 하나 두울 세엣 네엣, 하나 두울 세엣 네엣 :^)

📍공연장 ‘살롱문보우’는 서울 마포구 동교로12안길 36, 1층에 있어 휠체어 출입이 가능합니다. 휠체어도 유아차도 드나들기 쉬운 공간이 참 드물더라고요. 소규모 공연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더 찾기 어렵고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쉽지 않은 분들께 반가운 소식이길 바라요.

📍양일간의 공연 중 하루는 문자 통역과 수어 통역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현재 일정을 조율 중이에요. 예매를 시작할 때 문자/수어 통역 일정도 함께 알릴게요.

📍예매는 9월 15일(목) 오후 3시부터 이곳 https://weneedtrees.kr 에서 시작합니다.

📍건반 연주자 김윤선 , 베이스 연주자 정현서 님과 함께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저와 함께 같이 쉬어보아요. 숨이 몸에 들어와 바퀴를 돌고 다시 나가는 시간을 지켜보는 쉼을 공연에서 함께 누려보아요.

 

🎉[티페스타 통영]

10월 1일(일) 저녁 7시, 통영 서피랑 야외무대에서 공연합니다. 베이스 연주자 정현서 님과 같이 내려가 공연할 예정이고요. 10월 1일의 공연은 시와-김한민장구쇼-브로콜리너마저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티페스타 통영에서 공연, 강연, 영화를 만날 수 있어요. 자세한 내용과 예매는 아래 링크 트리에서 연결됩니다.

https://linktr.ee/tfestaty

단독 공연이 서울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 있기에.. 이런 기회가 소중합니다. 티페스타 통영이 있어 고맙습니다. 통영에서 만나요! 


생각나는 노래

어제 낮부터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었어요.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 아시나요.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노래를 부르며 차를 타고, 걷고, 물을 따라 마시며 하루를 보냈어요. 노래를 찾아 듣지는 않고, 제가 불러보는 것으로만 만족하는… 하하핫... 오래전에 이 노래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이제 다시 깨달아요. 그러다 문득 저의 ‘나를 찾으려 했던 건’이 이 노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를 찾으려 했던 건, 헤매는 기분이 들기에


🌿고맙습니다🌿

lavendersilk !!!! 전에 저에게 커피와 쪽지를 보내주신 것을 이제야 알았어요. 아아아. 이런 기능이 있다는 것도 알아보며 지냈었네요. lavendersilk 덕분에 이러한 메일을 써나가야지, 용기가 생겼어요. 그간 소식 기다리셨을 텐데 이제야 보내고 인사드려서 죄송해요. 고맙습니다. ^_______^

앉고 보니 풀밭에 이슬이 가득해.. 눕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아침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가 왔군요!
앉고 보니 풀밭에 이슬이 가득해.. 눕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아침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가 왔군요!


메일링을 시작한다고 알리고 한참만에 보내는 첫 편지인데, 뭔가 아주 자연스러운 듯이 썼어요 :^) 제목에 '7'이라는 숫자를 붙이고 말이죠. 지난 5월의 텀블벅으로 만나게 된 분들께 드렸던 편지 여섯 통에 이어지는 편지라는 걸 기억하고 싶어서 숫자 7과 함께 시작합니다. 이전의 편지가 보고 싶으시다면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1 - 5 그리고 번외편

그럼, 다음에 또 편지할게요. 편안한 밤과 낮 보내시기를

2022년 9월 12일 시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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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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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sty

    0
    over 1 year 전

    메일링 서비스로 메일을 받는다는건 마치 펜팔친구에게서 들려온 소식같네요. 책도 공연도 기대되네요. 소식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 포키초키

    0
    over 1 year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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