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16

'하지'가 왔어요

2023.06.22 | 조회 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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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고 안아주는

노래하며 사는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보낼게요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시와예요.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어서, 이렇게 불쑥 인사를 남깁니다. 6월 21일, 어제는 여름의 네 번째 절기 '하지'였어요.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 그러니 일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 

하지

저는 벌써 하지라는 게 좀 야속하더라고요. 사계절 흐름 중에 어느 정점을 지난다는 게 그랬어요. 이제 꼭지점이고 마치 내려갈 일만 남은 것 같은 기분이요. 기운 없는 시기를 보내고 활기를 찾은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제 정점을 지난다고 하니 서운하더라고요. 내가 너무 늦었나... 싶은 생각도 해보아요. 지난 3월 '봄을 만든다'는 노래를 발표했지만 저에게는 겨울을 지나는 느낌이 길었던 23년이었거든요. 자신에게 주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해내고 싶은 것을 노래로 만들고 있나 봐요. 봄을 만들 줄 알아서, 이미 봄을 만들었기에 '봄을 만든다'고 노래하는 게 아니었어요.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노래를 만들고 발표하는 때는 만든 자신도 그 사실을 모릅니다. 몰랐습니다. 이제 알아요.

그리고 또 언젠간 잊겠죠, 그리고 어느 날엔가 다시 알아차리게 될 것 같고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책 <절기서당>에서는 '하지의 리듬을 탄다는 것은 담담한 생활태도에서 비롯합니다'고 얘기합니다. 담담한 생활태도는 담담히 하던 일을 하는 것이겠지요?  저에게 그리고 여러분께 담담히 하던 일이란 무엇일까요.



오늘 하루 하루 한장

요사이 하루를 사진 한장으로 정리해보는 것을 하고 있었어요. 오늘 나의 마음을 당긴 것은 무엇인가 살펴보는 일이에요. 나는 무엇에 끌리는가를 보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 기록을 조금 나눠봅니다. 6월 7일부터 16일까지의 기록이에요. 19일부터는 인스타와 페북에도 올리기 시작했어요. 이 사진과 글을 개인적인 기록으로만 갖고 있을까 생각하다가, 저를 여러분께 더 드러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래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어제부터 SNS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저는 제 얘기를, 노래에 담는 것 외에는 참 안하는 편이었죠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ㅎㅎㅎ)

2023.06.07

골목을 걸으며 앞을 보니 차 두대가 서있다. 서로 마주보는 것처럼 보였다. 얼굴을 마주보는 차라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다시보니 나란히 한방향으로 서 있었다. 

2023.06.08

정희진 선생님의 강연이 있다기에 미리 예매해두고 찾아갔다. 요즘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를 들으며 지낸다. 언어의 복잡성, 대화의 불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볼 수 있는 것, 보려고 노력하는 것에 관해 배운다. 

2023.06.09

잎에 붉은 점이 생긴 것을 보고는 어디 아픈가.. 했었다. 비 내리는 오늘, 같은 친구를 다시 만났는데 오늘은 아파보이지 않는다. 이전의 내가 잘못 본 것이다. 그게아니면 아파도 상관 없다는 듯 살고 있는 듯 보인다. 빗물 얹고 있는 진한 초록의 두꺼운 잎은 아주 살아있는 모습이다. 안스러워한 것은 그저 내 시선이었을 뿐이다. 

2023.06.10 

낮에 공연이 있다. 공연을 보고 싶지만 일정이 있어 못 오는 친구가 꽃다발을 주고 갔다. 친구는 나를 응원하는 마음을 공연을 보러오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었나보다, 생각한다. 보고 싶은 공연을 못보는 아쉬움과 그럼에도 나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 

2023.06.11 

공연으로 영월에 왔다. 전날 밤에 도착해 숙소에서 자고 일찍 일어나 주변을 산책했다. 낮은 산이 있다면 오르고 싶었는데 마침 있었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지나 평지를 만났다. 표지를 보니 덕포숲길을 걸었던 모양이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이제 땀이 나고 지칠 것 같은데, 하는 순간 만난 들판. 아주 좋았다. 그곳을 떠올려보는 즐거움을 위해 들판 사진 대신 표지 사진을 남긴다. 

2023.06.12 

집에 우체통을 만들어 세웠다는 친구에게 엽서를 보낸다. 우체통에 편지 하나 넣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생각지 못한 기별에 친구가 기뻐할 것 같다. 보내는 나도 기쁘다. 기분 좋은 날이다. 

2023.06.13 

아침마다 산책하는 숲으로 오르는 계단.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작은 새 두마리가 누워있는 것처럼 보여 깜짝 놀랐다. 다시보니 작은 나무 조각이다. 다행이다. 

무심히 시선이 닿는 곳에서 죽음을 보는 착각을 자주 한다. 

2023.06.15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전단지가 눈에 띄었다. 읽고 있자니 미용실 원장님이 내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손님이 오지 않을까봐 걱정되는 마음, 어떻게하면 사람들이 미용실을 찾아오게 할까 고민하는 마음을 보았다. 내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내 활동을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두려움과 조바심이 늘 있다. 

2023.06.16  

나를 위한 밥. 압력밥솥을 불에 올려 밥 짓는 걸 좋아한다. 압력추가 돌아가는 소리, 그 때 새어나오는 밥 냄새를 좋아한다. 나에게 좋아하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 오늘은 쌀 위에 콩도 올렸다. 



오늘은 이만큼의 안부를 보냅니다.
또 만나요. 인사드릴게요.
수신자가 있음을 믿기에 쓸 수 있는 편지랍니다. 그래서 또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과 낮 보내셔요.

 

- 시와 드림


다가오는 공연

6월 24일 (토) 5PM 
조동희의 노래가 너를 부를 _시와 | 노무현시민센터 (서울)

동희 언니와 함께 이야기하며 제 노래를 들려드립니다. 

공연 안내 및 예매

 

7월 10일 (월) 7PM
노래 속의 대화 | 베지스 (서울 연희동) 

주말은 어렵지만 월요일에는 공연을 보고싶다! 생각하시는 분들과 만나고 싶어 여는 공연입니다. 그간의 공연이 주말에 집중되어 있었던 게 내내 아쉬웠어요. 월요일 저녁 시간 내어주실 수 있다면 베지스에서 만나요.
예매 준비 마치고 인스타/페북에 공지할게요. 아마도 다음 주 월요일(6/26)!

 

7월 22일 (토) 5 PM (시간 변경 가능)
노래 속의 대화 | 브라더비어펍 (천안)

천안의 귀인이 초청해주셨습니다 ㅎ 노래하러 갈게요. 가까이 계신 분들 만나요.
예매 등의 공연 안내 차차 공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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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아라토리

    1
    10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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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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