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17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2023.07.15 | 조회 493 |
9
|

들여다보고 안아주는

노래하며 사는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보낼게요

며칠 전부터 떼어내기 어려운 생각이 있었어요. 대출 도서 연체 안내를 받았거든요. 도서관에 가야하는데 이 책을 얼른 반납해야하는데..

7월 11일이 반납일이었지만 저는 그날을 잊고 있었어요. 4일이나 지났네요. 그사이 두번의 반납 안내 메시지를 받았어요. 도서관 미안해요.. 이 책의 대출 예약을 해두신 분이 있다면 그분께도.. 아.. 저자인 이길보라님께도 미안해요. 아직 읽지 못했거든요. 실은 조금 전에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어요. 쑥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는데, 읽기를 멈췄어요. 오늘 오전에 이 편지를 써야지 마음 먹고 있었거든요. 아침의 조용한 시간에 쓰지 않으면 못 쓸 것 같아서. 책 읽기를 멈추고 편지를 씁니다. 


안부인사

'어떻게 지냈어요?'라는 말은 공허한가요. 누군가 나를 바라보며 그 말을 한다면 공허하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아닌 경우도 많았어요. 만남을 시작하는 의례적인 인사일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로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고 싶어서 건네는 말일 때도 있어요. 그 둘을 구분하는 건 쉬울까요. 

어쩌면.. 구분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의례적인 인사로 건네더라도 내가 진짜를 말하면, 진짜 대화가 시작될 테고, 정말 이야기 듣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물어왔더라도 제가 대충 눙치는 대답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음.. 그렇다면, 상대가 어떤 태도이든 내가 진짜면 된다, 는 생각이 들어요.

안부인사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약 2분 전에는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을 줄 몰랐답니다. 글쓰기에 이런 기쁨과 재미가 있다는 걸 지금 알았어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책 제목이 좋아서 더 끌리기도 했어요. 우선은 이길보라 님의 작업을 좋아해서 책을 읽고도 싶었지만요.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감독 이길보라를 처음 알았고, 그 다음에는 이 분이 쓴 칼럼을 읽었어요. 언젠가부터는 페이스북의 글도 읽었고요. 

그러다 마주치게 된 적도 있는데요. 대전의 맞배집에서 대전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유진솔 님과 함께 [예술하는 여자들] 공연을 하던 날. 관객으로 이길보라 님이 오셨더라고요. 이분이 여는 '보라글방'에 유진솔 님이 참여하고 있었다고 들었어요. 보라글방에 함께하는 이들이 그날 많이 왔어요. 유진솔을 응원하러요. 저는 그 사실을 한눈에 알았답니다. 

공연 후 유진솔에게 따뜻함을 주는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있었고, 그 주변에서 쭈뼛해하며-그러나 전혀 쭈뼛하지 않다는 듯 태연함을 연기하는 저에게 말을 건 사람이 있었으니... 그이가 바로 이길보라. 

그러나 저는 그가 그인 줄 몰랐답니다. 아주 짧은 대화 후 몇 분이 흐르고서야 '아...!!!!???'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저는 다른 연기를 또 했어요. 아무도 보지 않았을 연기였지만. 저는 마치 그가 '이길보라'인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대화를 하고 난 사람의 연기를 했습니다... 저 혼자 저만의 무대에 있었어요. 연기자이자 관객이었죠. (생각해보니 이런 때가 참 많았던 거 같아요)

그날 공연이 참 좋았다고 느꼈어요. 선후배 뮤지션을 짝지어 하는 기획의 공연이라, 선배 격인 저보다 유진솔 님에게 더 많은 빛이 가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게 성공했다고 자부했답니다. 뿌듯했지요. 그렇지만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을 떠나지 못하고 들뜬 마음으로 서성이는 이들이 모두 유진솔을 응원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느껴졌을 때는, 쓸쓸했어요. 제가 그럴 줄 몰랐는데, 그렇더라고요. 아이 참...

그때의 저는 속으로 저를 혼내고 있었어요. '왜 이러니, 네가 매번 주인공이어야한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관심받고 싶니, 여기는 네가 속한 곳이 아니잖아, 정신차려.'라고 다그치고 있었어요. 

그러는 와중 나에게 말 걸어주는 단비같은 분이 그분이었던 거죠. 하핫. 그런데 저는 이미 쓸쓸이라는 겉옷을 입고 삐뚤어져 있었기에, '지금까지 내 노래를 들어본 적 없던 이가 오늘 처음 노래를 듣고 말을 걸어왔구나' 라고만 받아들였어요. 그러니까 상황을 적절히 판단할 눈이, 그럴 여유가 없었던 거예요. 

이 글 유진(a.k.a 유진솔)이 읽고 있을 텐데. 유진에게 어떤 마음을 불러일으킬까 조심스런 마음이 있어요. 유진에게도,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당신, 구독자 님께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어요. 혹시 다르게 느껴질까 봐 이렇게 부연도 해봅니다. 유진 혹시 마음에 걸리는 거 있으면 나에게 편지해요, 꼭 :) 우리는 더 대화할 수 있으니까. 하고 싶으니까. 나는 전화도 환영이야.


여기까지 쓰고, 유진과 구독자 님께 제 마음이 어떻다는 것을 전하고 나니, 글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아이쿠.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글이 아니거든요. 마음가는대로, 의식이 흐르는 대로, 어쩌면 무의식의 도움도 받으면서 그저 써내려 가는 글이라. 처음에도 말했지만, 지금도 이 글이 이렇게 흘러올 줄 몰랐어요. 재밌고 신기합니다. 읽는 구독자 님은 어떠실지!


다가오는 공연

7월 22일 (토) 5 PM 
노래 속의 대화 | 브라더비어펍 (천안)
예매 https://naver.me/5ucQNWBq

포스터 속 사진은 '그림그리는사진관'의 차랑 님이 찍어주었답니다
포스터 속 사진은 '그림그리는사진관'의 차랑 님이 찍어주었답니다

9월 4일 (일) 4PM  
노래 속의 대화 | 다원 (진주)
예매 추후 안내. 시와 인스타그램 혹은 http://linktr.ee/withsiwa 를 주시해주세요.

매주 일요일 10PM
유튜브 라이브 /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열어요
이번주는 시와일요일 - 26주간의 라이브 13회


그럼, 다음에 또 인사드릴게요.
이제 어서 책을 읽어야겠어요.

편안한 밤과 낮 보내셔요.
고맙습니다.

- 시와 드림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들여다보고 안아주는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9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팬더

    1
    10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영혜

    1
    10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2)
  • 고마움

    1
    10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수박

    1
    10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2024 들여다보고 안아주는

노래하며 사는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보낼게요

뉴스레터 문의 : withsiwa@hanmail.net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