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해일에 휩쓸린 사람

2022.11.01 | 조회 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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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너에게

여자가 여자에게 얘기하는 사는 얘기

정말로 사랑하는 나의 자매, 구독자에게. 

안녕 나 또 왔어. 나또편(나 또 편지 쓴다는 뜻)이다. 어어.

여러 번 썼다 지웠는데 어쩌면 이번엔 좀 무거운 이야기 일거야. 그냥 어제 할로윈 파티를 하고 나서 생각난 점들을 길게 풀어 써본다. 할로윈 파티 뒷풀이 가서 했던 얘기들이라 맥락을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이 부분까지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모를거야.

오늘은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얘기해보려고해. 


여자로 산다는 것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여자로 자라났어. 다시 말하자면 남미새 혹은 코르셋 짱짱걸 혹은 둘 다.   

신기하지, 남자들이 나에게 어떤 짓을 해도(예를 들면 온라인 성범죄를 저지르고 스토킹하고 물리적 폭행을 일삼고, 납치하려 하고, 가스라이팅 해도) 다른 남자를 보며 저 '사람'은 다를거야, 하고 다시 믿게 된다는 것이. 그렇게 교육 받았으니까. 허상의 남자를 만들어서 자꾸 기대하게 만드는 거지. 그게 참 무서운 것 같아.

하지만 현실은 오늘도 이 피시방에 오면서 어떤 여성 몸매 평가를 하고 얼굴 평가를 하며 못생기면 가위로 쳐버리라는 말을 들으면서 왔어. 우리에겐 사실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이지.

웃기지,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생존권을 침범하고 가장 은밀한 곳을 항상 건들려고 노력하는데 우리는 그저 생존권과 편안한 삶을 영위할 권리를 외쳐도 '혐오자'가 되는 것이.

살면서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불편함을 져야 해, 예를 들면 집안일을 한다던가, 잡일을 한다던가, 세상 모든 걸 마음대로 하지 않고 정해진 규칙을 어느정도 따르는 것이나, 아이를 키운다거나. 우리가 엄청나게 편리하게 산다면 누군가 힘든 일을 자처하기 때문일거야. 그게 로봇이라도 말이야. 뭐 이런거는 당연하지? 하지만 뉴스보면 당연하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 불편함이라고 강요되는 것은 화장실 불법 촬영 구멍, 여성 대상 중범죄, 몸에 무척이나 해로운 꾸밈노동과 우리 자아를 억압하는 여성성 뭐 그런 것들이지. 있어서는 안될 것이 아니라 "편리하지 못한 것"이라고만 규정되는 것이 참 어이가 없어.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겪다 보면 그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병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불과 몇 달 전까지 그런 상태였고. 지금은 친구들과의 애정 어린 시간들로 많이 괜찮아졌어. 내가 아무리 멘탈이 약하지만, 정말 빻은 말을 당당하게 말하는 남성과 엮였다니! 정신병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 없지. 그리고 그 때 뭐랄까 정말 힘들었어. 너무 큰 심각성을 느낀 나는 결국 다시 여자들을 찾았고, 지금은 놀면서 많이 회복됐어. 얘 왜 이러나 싶었던 사람들 있지? 이런 사연 때문에 그랬어. 하하 지금은 핸드폰이 없긴 하지만 힘들면 전화할 사람들 전화번호를 적어서 갔기 때문에 괜찮아. 2주밖에 안 남기도 했고, 무엇보다 한눈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야.

가끔은 눈물 날 정도로 괴로워. 나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행동을 고치려고 하고, 내 상태를 자각하고, 말을 걸어오는 상대를 끊임없이 내쳐야 한다는 것이. 그런 방법밖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아직 이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길러진 환경과 내 조약한 세계는 완전히 다르고 무엇보다 내 정신 상태는 아직 건강하지 않거든. 그냥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그래서 힘든 것 같아.

내가 동생도 좀 더 좋은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내 얘기를 막~ 한 적이 있어. 그 때 동생이 이러더라, "언니, 언니 말이 이해가 가고 나도 언니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 그렇게 행동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하잖아. 그런데 세상의 반이 정말 무섭게 느껴지면 어떻게 살아? 나는 너무 무서워." 동생이 선택한 길은 필사적으로 무시하고 함께 살아가기인거지.

난 동생의 선택을 존중해. 동생은 사회적으로 더 안전한 길을 택한거니까. 하지만 동생의 그 말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서 이걸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와. 길가다 죽고 일하다 죽고 화장실에 죽고 한 번 웃어줬다고 스토킹 당하고 죽고 헤어지자고 했다고 죽어. 우리의 삶은 너무 쉽게 꺾이지. 왜, 왜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소리높여 말하지 못하게 되었는가. 우리의 의견을 말하면 입막음 당하니까.

그래서 난 내가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아. 가끔 사회가 정한대로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너무 무섭지만 나보다 먼저 인생이란 길을 걷고 있는 여자들을 보면서 힘을 얻어. 그러고 보면 우리 자매는 둘 다 겁이 많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삶을 갈망하지. 무섭다는 건 그런거니까. 

나는 꼭 살거야, 그들이 짓밟은 만큼의 새 발의 피도 안되겠지만, 나도 어쨌든 마구 소리치며 살아갈거야. 여남 갈등 조장이라고? 글쎄 나는 한 쪽이 죽고 한 쪽은 그를 저지를 쪽이라면, 명백하게 범죄라고 생각해. 한 성별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잘되고 형량이 정말 낮다면, 글쎄 특권을 주기 싫어 발악하는 부르주아가 우리의 투쟁을 의도적으로 막는게 아닌가 싶어. 다시말해 이건 단순한 '갈등'이 아니란 말이지.

그러므로 나는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알고 행동하는 너희가 좋아. 용기 있어. 당연하게 해야하지만 그 당연한 것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 너도 언젠가 이걸 그만두거나 그냥 너무 힘들 때가 있겠지. 그 때 이 편지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넌 용기 있는 사람이니까 잘못된 것을 그만둘 용기를 발현할 힘이 있다고 믿어. 이런, 오늘 편지는 좀 기네.

편지는 이만 여기서 줄일게.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많지만 그건 만나서 하던가 2탄으로 만들게.

진심으로 너희의 삶을 응원해. 살아있는 너희 모두 나에겐 혜성같은 행운이야. 

 

사랑하는,

내가.


ps. 먼저 간 자매들에게, 우리는 너희를 잊지 않고 있어. 거기서는 꼭 행복해야 해. 우리의 보석, 별,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 우리를 꼭 지켜봐줘. 너희가 만일 다시 온다면 그 때는 꼭 더욱 안전한 삶이 되도록 할게.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 


오늘의 추천 음악 : Pop⚾

Taylor Swift - The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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