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구독자에게
안녕! 오늘은 레이아웃을 좀 바꿔봤어. 이 편이 네가 노래를 즐기기에 편할 것 같아서 말이야 :)
나는 이번에 여수로 여행을 다녀왔어. 썸네일은 그 때의 밤하늘이야! 별들이 잘 보이니? 나는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하며 느낀 점들이 많아. 그리고 이런 것들을 너희와 함께 나눠보려고 해. 저번 편지는 내가 느낀 점을 휘갈긴 것 같아서 이번에는 좀 더 곱씹으면서 차근히 써보려고. 너희가 모쪼록 이 편지를 읽고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바닷가 옆에서 바다 소리를 들으며 사랑하는 친구들과 따스한 코코아를 마시며 하늘에 수놓은 별을 본다.
이 긴 문장은 내가 실제로 위와 같은 상황에서 너무 행복감을 느낀 나머지 메모장에 바로 써놓은 문장이야. 이 문장을 다시 읽는 것 만으로도 편안해진다. 하늘이 무척이나 예뻤거든. 도란도란 얘기하는 것도 너무 좋았고.
나는 (뭐 누구나 그렇겠지만)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어. 저번 글에는 내가 사람 대하는 걸 잘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속으로 스트레스가 많아. 몰랐는데 이번에 친구랑 대화하면서 알게 되었어. 내 감정을 나도 잘 모르겠는 경우가 많더라고.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정확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것,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멍한 감정과 생각들이 모두 뒤죽박죽인 내 마음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어. 이번 여행으로 편안해지지 못했다면 여행이 끝난 후 친구네 집에서 친구와 이렇게 회고하는 일 또한 없었을 거야. (이 편지는 집에 돌아와서 그 때를 상상하며 쓰고 있어.)
아무튼 요즘 멍하고 내 감정에 무디다고 했잖아, 근데 제목에 있던 그 순간만큼은 뭔가 내 안의 무언가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더라고. 저 멀리 반짝이는 야경도 밤하늘을 셀 수없이 수놓은 별들도, 내 앞의 좋은 친구들, (처음가는 여행이었지만 한 번도 안 싸우고 오히려 죽이 척척 맞았음) 달달한 코코아. 모든 게 너무 좋았어. 머리 아픈 일들도 한 번에 정리되는 느낌?
슬프게도 나는 이런 행복한 순간들을 잘 잊고, 아팠던 순간들을 오래 간직해. 그 순간에도 이게 걱정되더라고. 내가 이런 행복한 순간을 까먹고 살아갈까봐. 이런 고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나한테 좋은 걸 제안해줬어. 이름하여 행복 저금통. 먼저 순서를 정리해둘게.
너무 좋은 생각이지 않니? 나도 오늘 유리병 사서 한 번 해보려고. 찰나의 행복은 조그만 알사탕 같다고 생각했어. 어렸을 때 식후에 먹는 알사탕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데 다 먹고 나면, 혹은 그 순간이 지나면 그 행복을 잘 까먹기 마련이거든. 물론 잘 까먹으니 똑같은 순간이 왔을 때 다시 기뻐할 수 있지만, 가끔은 아쉬워. 너무 빨리 사라져서 말이야.
불안은 파도 위 바람과 같고 안정은 파도 아래 잠들어 있는 모래 알갱이 같아. 네가 잠수에 능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태고의 물고기가 되어!
나를 잘 알고 행동하는 것 만큼 단단해지기 쉬운 것도 없는 것 같아. 많이 부딪히고 많이 알아가고 싶어 나를. 그래서인지 이제 자신과 많이 친해졌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운 것 같아.
한국은 바람이 차다. 따뜻하게 다녀. 행복 조각들이 너의 발자국을 수놓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
끊임없이 나를 알아가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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