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2주 차. 새로운 회사에 대한 설렘과 흥분이 가시고 난 빈자리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찾아올 시기입니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새로운 동료들의 눈빛은 나를 평가하는 시선처럼 느껴지고, 오늘 회의에서 했던 말도 집에 오면 괜히 곱씹어 보게 됩니다. 업무 강도와 동료들 사이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큰 조직일수록 심리적 안정감은 차갑게 얼어붙습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외롭거나 불안하지 않은 2주 차를 보냈습니다. 만날 때마다 조급해할 필요 없다고 말해 주는 리더들과, 무엇이든 하나를 물어보면 열을 알려주려 하는 따뜻한 팀원들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몸도 가벼워졌고, 업무를 바라보는 시야와 조직 내 활동 반경도 전주보다 넓어진 기분이 듭니다.
일주일을 돌이켜 보건대, 새로 만난 팀원들과 빠르게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이전 직장에서 만난 고마운 동료들 덕분입니다. 당근에서 만난 동료들은 제게 등을 온전히 맡기는 법 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믿었던 이 사람이 내 등에 칼을 꽂아도, 나는 미워하지 않을 거야.” 어쩌면 진짜 전우애란 이런 게 아닐까요. 글을 쓰다 보니 그리운 얼굴들이 생각나네요.
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타인의 마음이라는 미지의 세계가 마음을 흔드는 날이 많습니다. 그럴 때 붙들 수 있는 단 한 사람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큰 힘이 됩니다. 여러분에게도 믿고 의지할 누군가가 떠오르시나요?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아직 내가 찾지 못했을 뿐, 당신이 등을 맡기고 마음 편히 기대기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분명 곁에 있을 겁니다.
나의 은밀한 지지자 찾기
맨땅에서 헤딩하며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던 시기에 팀은 툭하면 휘청거렸습니다. 경영진의 말 한 마디, 고객의 피드백 한 번에도 우리의 비전과 목표, 전략이 맞는지 회의감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팀원들의 신뢰를 갉아 먹고 있다고, 이제 곧 잔고가 바닥을 드러낼 거라고 전전긍긍하던 저에게 은밀한 지지자 K는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주었습니다.
팀의 방향성을 재검토하기 위한 1박 2일 워크샵을 떠나기 전날 밤, 같은 팀 엔지니어였던 K는 잠시 이야기 하자며 저를 회사 밖으로 불러냈습니다.
“아무도 답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저는 모두가 데이먼을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데이먼을 100% 믿고 있어요. 데이먼도 틀릴 수 있겠지만 어느 방향으로든 우리가 함께 나아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워크샵에서 데이먼의 모든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 거예요. 그러니 밀어 붙여보세요.”
그때 K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저를 구하러 온 한신이나 장비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 팀 모두가 나를 의심하고 깎아 내려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동산 계약서에 날인이라도 한 것마냥 신뢰를 보증해주는 그의 말은 힘든 상황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충분하구나, 그걸 그 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물론 K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건 치열하고 솔직하게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 덕분이었습니다. ‘우리 좋은 제품 만들고 싶은 거잖아, 그런 마음으로 여기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할게. 그게 너와 나 모두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진심 담긴 대화의 시간이 있었기에 서로 등을 맞대고 지켜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나를 좋은 동료로 믿어주고 어떤 상황에서든 칭찬과 격려, 솔직한 피드백을 진심 담아 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찾는 게 안정감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가드레일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켄은 이 차를 잘 알아. 나와 함께 이 차를 만들었으니까.
<포드 V 페라리> 중에서
전우애가 생기는 일
K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제임스 맨골드의 <포드 V 페라리>는 자동차에 미쳐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은퇴 후 레이싱 디렉터가 된 캐롤 셸비는 포드의 우승을 위해 켄 마일스라는 천재 엔지니어이자 레이서를 영입합니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반골 기질이 강한 켄은 포드의 사장인 비비를 비롯한 모두의 미움을 사지만, 셸비는 켄을 믿고 도박에 가까운 수를 던져가며 끝내 포드의 르망 24시 우승을 만들어냅니다.
처음에는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던 켄과 셸비가 한 팀이 될 수 있었던 건 두 사람 모두 자동차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7,000 RPM, 전부를 쏟아붓고 몰입했을 때 비로소 닿을 수 있는, 모든 것이 아득해지는 순간. 그 순간을 경험해본 두 사람의 자동차에 대한 진심이 서로에게 통했을 때, 물과 기름처럼 보였던 두 사람 사이에 일종의 전우애가 피어오릅니다.
전우애가 생길 만한 일을 함께하는 것이 온전히 믿을 수 있는 좋은 동료를 찾는 가장 빠른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팀은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쉽게 타협하지 않으며, 때로는 승부수를 던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켄과 셸비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꾸만 고생하던 우리 팀이 떠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많이 힘들었나...)
지금 혹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그래서 팀원들과 함께 난항을 겪고 있다면, 어쩌면 그것은 평생 함께할 전우애와 팀워크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 일지도 모릅니다.
회사 밖에도 기댈 곳은 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나를 100% 믿어주는 지지자를 찾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동료와의 전우애가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스포티파이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플레이리스트>는 전우애의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플레이리스트>는 창업자 다니엘 이예크와 투자자 크리스티안 힐보리의 만남을 시작으로, 스포티파이 팀이 음악 시장의 거대한 벽을 넘어가는 과정을 다이내믹하게 그려냅니다. 함께 벽을 부수고 넘어가는 과정에서 단단한 전우애가 싹트는 듯 보이지만, 성공 이후 이들의 관계는 생각보다 차가운 결말을 맞이합니다.

하나의 회사, 하나의 팀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는 것 같습니다. <플레이리스트>의 인물들처럼 최고의 파트너였던 사람들과 부딪치고,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일도 겪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빠르게 변하는 조직 안에서 가족처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팀을 만난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회사 일과 상관없이 서로를 걱정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들. 더 이상 같은 팀이 아니어도 언제든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건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물론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은 회사 밖에 있습니다. 내가 일을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말입니다. 실패와 좌절, 배신과 실망으로 힘들어하는 스포티파이 창업팀에게 결국 최후의 보루가 되어주는 사람들 도 가족과 친구들입니다. 어쩌면 그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외로워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언젠가 일이 너무 힘들어서 <김혜리의 필름클럽>에 찡얼대듯 사연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최다은 PD님이 보내주신 답장을 회사 생활에 지칠 때면 한 번씩 꺼내어 읽어보곤 합니다.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사연 잘 받았습니다. 일 한지 10년 정도 되셨으면 한창 힘이 드실 시기네요. (중략) 저에겐 카페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도 카페 운영을 잠시 쉬고있지만저는 늘 그 친구에게 얘기합니다. "나 회사 그만두면 너네 가게 알바로 써줘" 둘러보면 은근히 믿을 구석, 기댈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조금은 더 느슨한 마음으로 여름날 보내시길 바랄게요 :)
회사 밖에도 믿을 구석, 기댈 구석은 있습니다.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오래전 함께 일했던 동료일 수도 있겠지요.
이번 한 주를 마무리하며, 내가 힘들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나의 믿을 구석, 기댈 구석을 생각하며 느슨한 마음으로 한 주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주 일하는 마음 🌿
❶ 나를 100% 믿어줄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❷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며 전우애를 쌓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❸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좋은 팀워크를 만들 좋은 기회다.
❹ 몰입을 잘 하려면 세상에 견주어 나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나요? 이번 주에 일을 하며 찾은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음 주에도 새로운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뉴스레터는 매주 토요일 발행됩니다 :)
함께 보면 좋아요 📚
- 제임스 맨골드, <포드 V 페라리> : 결코 타협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타협하지 않고 다루는 멋진 영화. 볼 때 마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생각나 전율이 흐르곤 합니다.
- 페르 올라브 쇠렌센, <플레이리스트> : 스포티파이의 창업 스토리를 다룬 6부작 시리즈. 스타트업의 희노애락이 담긴 입체감있는 작품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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