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심이의 오뚜기 인생^^

영심이와 왕경태의 결혼

연애에서 결혼까지 최악의 모습을 보이다.

2024.07.29 | 조회 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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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당신의 존재의 온도를 딱 1도 높여주는 그런 글 한잔이 되길 바라며 -

결혼하던 해인 2008년 초 만해도 결혼에 대해서는 포기하고 있었다. 가정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고 화목한 것도 아니고 내 직장이 번듯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글쎄, 어쩌면 그런 사실들은 나의 핑계였을지도 모르겠다.

우선은 '나는 안 될 거야.'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그런 인식은 꽤 오랫동안 내 생각을 지배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언니들의 입김이 있었다. 대학교 진학 때 언니들은 남녀공학을 다니면서, 내겐 남녀공학은 안 된다고 했고, 운전하려 할 때에도 언니들은 '너는 운전 안 돼.'라고 말했다

언니들의 섣부른 판단 - Image from Pinterest
언니들의 섣부른 판단 - Image from Pinterest

물론 언니들은 내 걱정을 해준다며 한 이야기겠지만, 그런 말들이 내게 잠재의식으로 '나는 안되'라는 말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남편을 교회 싱글부서인 청년3부에서 만났을 때는 사정이 좀 달랐다. 왠지 이 오빠한테는 내가 먼저 대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에게 대시하려던 당시 그는 청년3부에서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즈음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었는데 그를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도울지 머리를 굴려서 생각한 것이 독서토론이었다. 그에게 잠재된 소중한 능력들을 화산 폭발하듯 분출시켜 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그렇게 그와 교제하는 과정에서 그는 연약한 모습보다는 오빠 같은 든든함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내가 너무 피곤해서 비몽사몽 중에 독서토론을 할 때 토론을 중단시키고 집에 가자고 했고, 내가 결혼을 전제로 사귈지 말지 생각할 시간을 석 달 달라고 했을 때, 단 삼 주만 주겠다고, 그 후로는 다시는 너와 교제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사랑의 미로에 빠지다 - Image from Pixabay
사랑의 미로에 빠지다 - Image from Pixabay

종종 나는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더욱이 결혼은 더없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것이기에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나 스스로 내 결혼생활이 왠지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결혼하기로 확정 짓기가 무척 난감했다. 물론 그가 내 남편감이라는 확신은 내가 그와 사귀기로 마음먹을 때부터 갖고 있었던 것이지만 막상 결혼이 현실로 성큼 다가오니 조금은 한발 물러서면서 망설이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먹은 것이 '내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래도 내가 좋다면 그러면 그때는 결혼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이는 주변의 여러 커플이 환상을 갖고 결혼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에 더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애초부터 환상을 없애고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을 전제로 사귀기로 약속한 다음부터 크고 작은 것들을 포함해 사사건건 태클을 걸었다. 그럼에도 이 오빠, 말이 없다.

그 와중에도 결혼 준비는 착착 진행됐다. 결혼예비학교를 수료하고 결혼 1주일을 남겼는데, 카페에서 또 나는 오빠에게 태클을 걸었다. 그런데 아뿔싸, 쌓여있던 오빠의 눈물보가 결국 터져버린 것이다. 작은 카페였는데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나는 놀라서 왜 그러냐고 했는데 그는 계속 흑흑 흐느끼며 울었다. 그냥 운 정도가 아니라 통곡 수준이었다.

그러고 나서야 그가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도 '이 오빠가 과연 운명의 짝이구나.'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유하게만 보였던 그는 생각과는 달리 외유내강한 사람이었다.

그 후 결혼하고 나서도 그는 남편과 가장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 내가 만약 놓쳤더라면 정말이지 저승에서 슬퍼하며 울며 이를 갈고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랑이 이루어지다~~ - Image from Pinterest
사랑이 이루어지다~~ - Image from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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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심이의 오뚜기 인생: 필자 소개>

살아오면서 다양하게 굴곡진 삶을 당당하게 맛보며 살아온 그녀. 1990년대 만화 캐릭터 영심이처럼 밝고 활기차게 그리고 힘겹지만 가뿐하게 어려움들을 이겨냈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만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깊이 공감할 수 있기에 더욱 행복하다. 2022년 세움북스 신춘문예에 입선했다. 매일 SNS에 글을 올려왔고 2024년 <쓰고 뱉다 23기생>이 되면서 그녀의 글은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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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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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피어

    0
    about 2 months 전

    영심이님을 진심과 순수함으로 사랑하신 남편분의 사랑이 아름다워요(ღ◕ܫ◕ღ)솔직하고 흥미롭게 풀어내신 영심이님의 글을 보며 나의 사랑은 어땠을까 떠올리게 돼요. 사랑이란 과연 상대를 온전히 존중하고 그 발에 맞춰 조금씩 발을 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런 좋은 생각들을 이어가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ㄴ 답글 (1)
  • 쓰니신나

    0
    about 2 months 전

    영심이와 경태의 사랑이 이루어져서 다행이에요ㅎㅎㅎ 영심이 님 좀 짖궂었네요.^^ 불안함을 극복하게 한 경태의 대성통곡,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ㄴ 답글 (1)
  • 세빌

    0
    about 2 months 전

    한결같은 왕경태를 만나셨다니 참 부럽습니다. 참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상황 속에서 생각할 무언가를 얻어 갑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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