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은 아이들이 2명이다. 두 손 가득 꼭 붙잡고 산책을 나갈 때면 "쌍둥이예요?"라고 묻는 분들로 인해 종종 쌍둥이 엄마가 되곤 한다. 그럴 때면 멋쩍은 듯이 “저는 어린이집 교사이고, 이 두 친구는 저희 반 아이들이에요.”라고 말하기 일쑤다.
어린이집에서는 교사 한 명당 아이 몇 명을 맡을 수 있는지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만 0세는 최대 3명을 교사가 볼 수 있고, 만 1세는 5명, 만 2세는 7명, 만 3세는 15명, 만 4세와 5세는 20명이다. 심지어 유치원은 최대 28명까지 보기도 한다.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구조이다. 1명의 교사가 이유식을 먹는 아기를 3명이나 동시에 챙기고, “쟤가 나 불편하게 해요!”라고 서로 외치는 아이들 20명을 한 번에 중재한다니 말이다.
작년, 만 4세 반 교사를 하기로 결정된 때만 해도 그랬다. 만 3세 아이들이 대부분 재원을 한다고 이야기하였고 그 아이들 수에 맞춰 만 4세 반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한 명, 두 명, 어린이들이 다른 기관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단 2명의 아이만 남았다. 만 4세 정원인 20명의 십분의 일인 2명.
보통의 기관에서는 아이들이 2명만 남을 경우 반을 없애는 것을 선택한다. ‘이미 다른 선생님들은 각자 반이 다 정해졌는데, 이 반이 사라진다면 나는 짤리는 걸까?’ 속으로 전전긍긍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다행히도 직장 안에 있는 어린이집이기에 직장 사업체에서 괜찮다는 허락이 있었고, 또 어린이집에 이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특수한 환경을 감안하여 운이 좋게 반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렇게 단둘이, 아니 나를 포함해 단 셋이 같은 반이 되었을 때 들었던 감정은 ‘막막함’이 가장 컸다. 반이 유지되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어린이집 교사를 해 온 몇 년간 한 번도 이렇게 적은 수의 반 아이들과 함께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 떠올랐다. 특히, 새 학기를 시작할 때 부모님들께서 아이가 2명만 있기에 사회 관계가 부족하지 않을까 정말 많이 염려하셨다.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두 아이들이 친해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부터 시작하는 새 학기가 너무 낯설고, 그래서 부담스러웠고, 그렇기에 걱정스러웠다.
다행히도 나의 기우와 다르게 두 아이는 티격태격 의견 갈등이 있으면서도 단짝 친구가 되어 함께 잘 지내는 법을 깊이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가족 다음에 우리 반이 제일 좋아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반을 애정하고 있다. 부모님들께서도 “다른 곳에서 겪을 수 없는 것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며 만족하는 말을 전해주셨다.
이렇게 앞선 우려들이 사라질 수 있었던 까닭은
오히려 모두가 걱정했던 ‘2명’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수가 적다’라는 것은 그저 교사가 신경 써야 할 아이가 줄어들었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하지만, 적은 숫자의 아이들이 있었기에 교사는 오히려 더 신경 써줄 수 있다. 아이들 각각의 의견에 대해서 누구보다 즉각적인 피드백과 그리고 다수가 있을 때는 하지 못했던 허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우리 반은 오전 간식을 먹으며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자연스럽게 “오늘은 어떤 놀이를 하고 싶어?”라는 질문이 나오면 아이들은 “어제처럼 상자 가지고 와서 집을 짓고 싶어요!”라고 하고 싶은 놀이를 말한다. 그럼, 오늘은 그렇게 놀아본다. 바로 근처에 있는 재활용품 장에 가서 상자를 구해와 반에서 집을 지어보는 것이다.
비가 세차게 오는 날도 함께 우산을 쓰고 나가서 신나게 달리며 옷을 다 적셔보기도 하고, 돗자리와 작은 간식을 싸고 나가 피크닉을 즐기기도 한다. 교사가 계획한 활동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를 그날. 바로 물심양면 지원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많았다면 과연 이러한 놀이들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추측하건대,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실천하기까지 교사는 꽤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준비해야만 했을 것이다. 비에 젖었을 때 20명의 젖은 옷을 혼자 다 갈아입힐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따뜻하게 놀이실의 온도를 올려두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복도에 수건을 깔아두어야 하는 등의 세심한 준비, 말하지 않아도 상상되는 비에 젖어 불평불만하는 어린이들을 인내할 결심까지. 앞선 일련의 과정들과 ‘비에 젖어보며 직접 자연을 느껴보는’ 놀이의 가치 속에서 교사가 후자를 택하기란 쉽지 않다.
“에이, 그 정도면 당연히 놀이를 안 하는 게 낫지!”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놀이’다. 현재 만 0세부터 만 5세의 보육 및 교육과정은 ‘다른 무엇보다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이 가장 크게 배운다’라는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실천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서 교과목을 배우지만, 어린이집에서는 ‘놀이’에서 세상을 배운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교사가 아동 수로 인해 놀이의 가치를 택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 속상한 일이다. 교사가 있는 이유는 가르치는 것, 즉 어린이집 교사로서는 어린이들의 놀이를 보며 관찰하고, 그 놀이가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우며, 그 속에서 어린이들이 스스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적인 바람일 뿐, 우연한 기회로 적은 인원의 아이들을 보고 있지만 나의 사례가 실제 현장의 교사들에게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보육하는 어린이들의 수가 적어지면, 원의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은 원의 사정으로 인해 법적 기준에 꽉 채워 보육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 현행 법령상 유치원 교사를 포함한 3~5세반 교사 1명이 맡을 수 있는 아동 수 상한은 OECD 평균보다 6명이 많은 20.5명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 영유아는 OECD 평균보다 더 이용 시간이 길고, 보육교사 외 지원인력이 적어 보육교사의 업무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질 높은 보육을 위해 교사 대 아동 비율에 대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에서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올해 6월에 유보통합(만 3~5세만 다닐 수 있는 유치원과 만 0~5세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을 통합하여 영유아 학교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며 주요 과제로 아동 비율을 꼽았다. 이로 인해 만 0세는 교사 1명당 3명의 영아에서 2명의 영아를 보는 것으로 줄 예정이나, 그 외 영아 반은 보조교사 확대에만 그치고, 유아반의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줄이기보다는 ‘과밀 학급 해소’를 목표로 나아간다고 한다.
소수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교사로서 아동 비율이 축소되어 다른 교사들도 벅차지 않은 보육에 대한 기쁨을 맛보길 소망한다. 아이들과 긴밀한 소통을 하는 즐거움, 그를 통해 뻗어나가는 놀이를 보며 느껴지는 어린이들의 성장, 그 속에서 교육을 했다는 보람 등은 교사가 계속 교사를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그 이유들은 교사가 아이들을 더 세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겠지. 그러한 교사 곁에서 자란 아이들은 커서 더더 좋은 어른이 되겠지. 그렇게 우리 세상은 더더더 좋은 세상이 되어가겠지. 마음속에서 미래를 위한 행복 회로를 돌려본다.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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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맘껏 펼치며 질 좋은 보육을 꿈꾸고 계시니, 앞으로 교수의 자리에서 그것들을 녹여내시길 응원해요.
푸실🌱
감사합니다 세빌님! 부족하지만, 열심히 펼쳐보며 저만의 것들을 쌓아가보려합니다💚 응원에 힘 얻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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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니신나
그동안 정말 교사 1인당 아이들 수가 많아서 참 문제였는데, 거꾸로가 되니 반이 없어지는 일들이 생기는 군요. 환경이 어떻게 흘러가든 교사로서의 역할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에 열정과 온기를 잃지 않는 푸실 님 멋지십니다 ㅎㅎㅎ
푸실🌱
그러니말입니다 ㅎㅎㅎ 이제는 아이들 수가 적어지니 더욱 그런 상황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 언제나 따뜻한 댓글 덕분에 온기가 채워져서 아이들에게도 나눠지는 것 같습니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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