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어긋나기 시작할 때
좋은 의도로 시작한 대화가 오히려 나쁜 결과로 끝난 경험이 있으신가요? 특히 직장에서 팀장일때, 가정에서 사춘기 자녀의 부모일때 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상대방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채, 진심으로 다가가려 했던 대화에서 뜻밖의 벽에 부딪히곤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고민하게 되고, 때로는 우리의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대화가 어긋나게 되는 원인은 다양할겁니다. 저는 약 3년전에 저의 대화에 한가지 작은 변화를 만들었고 그 변화는 제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때 만든 변화는 바로 질문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질문이 나쁜건가요?
질문이 항상 나쁜건 아닙니다. 질문은 의사 소통을 위한 좋은 도구이지만 때로는 대화를 단절시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질문은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팀장님께 업무를 보고하는중에 팀장님이 "이거는 왜 이렇게 하셨죠?"라고 질문하신다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어쩌면 순간 머릿속이 백지가 되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해야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순간들이 대화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걸 절실히 깨달은 계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대화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팀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기 전까지, 그리고 사춘기 아이의 부모가 되기 전까지는요. 그리고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전까지요. 저는 제가 당면한 두 가지의 문제를 두 분의 코치님께 가져갔습니다. 제가 가지고간 문제가 사실은 저의 대화 스타일에 있었을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한채 말이죠. 이 두 번의 코칭에서의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먼저 직장에서의 사례입니다. 팀미팅에서 팀원들과의 대화가 점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팀원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답답했지요. 코치님께 이 문제를 들고 갔습니다. 코치님은 최근의 팀미팅에서의 생각나는 대화를 들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제 말이 끝난 후 코치님이 이러시더군요. "다 질문이네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내가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고 있었다니. 한편으로는 질문이 나쁜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질문을 진호님이 받으시면 어떤 생각이 드시겠어요?" "내 잘못을 찾아내서 평가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것 같아요". 제가 했던 말입니다.
이제 가정에서 제 딸과의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딸이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부모의 맘에 들지 않는 행동들이 많아졌습니다. 고쳐주려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나아지지 않았죠. 말이 먹히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말을 시작하는 순간 딸의 뇌가 꺼지는 느낌이었달까요. 이번에는 다른 코치님과의 세션이었습니다. 코치님은 롤플레이를 제안하셨습니다. 제가 아빠의 역할, 코치님이 딸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몇 턴의 대화가 끝난 후에 코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진호님이 하신 말은 다 질문이네요." 두 코치님들로부터 정확히 동일한 피드백을 받은겁니다. 그 날 저의 대화는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모든 뼈와 살을 분리하고 다시 맞추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요?
의문형 문장을 평서형으로 바꿔보세요. 이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상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게 될 수도 있을겁니다. 예를 들어 '왜 이렇게 했어요?'라는 질문 대신, '그걸 그렇게 하신데는 어떤 생각이 있으셨겠네요'라는 식으로 평서형으로 말씀해보세요. 시험을 망친 딸에게 "시험 점수가 안 나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대신에 "애썼는데 속상하겠다."라고 해보세요. 이렇게 평서형으로 말을 건네면 상대가 방어적으로 느끼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싶어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코칭을 받은 이후로 저는 질문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 해왔습니다. 지금은 팀원들과 그리고 제 딸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을까요? 팀원들은 저에게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일을 하다가 잘못한 이야기, 실수해서 시간을 낭비한 이야기들을 부담없이 꺼내놓기도 합니다. 여전히 제가 후회스러운 행동들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3년전 보다는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제 딸은 현재 그 무섭다는 중2입니다. 저와 이것저것 얘기를 많이하고 저와 둘이 외식을 하거나 영화를 보러가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서 들은 얘긴데 딸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1번 상대가 부모라고 하네요. 저는 이 변화들이 제 말에서 질문을 걸러내고 평서형의 문장으로 바꾸고자 한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맺는 글
우리가 질문을 할 때 우리는 상대의 생각을 듣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을겁니다. 상대가 소중할수록 상대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에 질문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는 질문을 받는 순간 생각을 멈추고 질문자의 의도를 탐색하기 시작할겁니다. 상대의 생각을 듣기를 원한다면 의문형 대신 평서형의 문장으로 말해보세요.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상대가 당신에게 소중한 존재라면 대화에 조금 더 노력을 들여 볼 가치가 충분히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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