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흑백요리사 보셨어요?"
라운지에 앉아서 일하고 있던 회사 동료에게 말을 걸었다. 물 뜨러 온 김에 잠깐 이야기나 하자 싶어서 대뜸 건너편에 앉았다. 동료는 마침 일이 고되어서 휴식을 원했다는 듯 잠깐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잡담에 응해주었다. 몇 마디가 오고 갔을까? 문득 동료가 물었다. "아 맞다 원균님 질문할게 있었는데요. 이 데이터는 어떤 기준으로 보여지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잡담이 만드는 마법
아주 잠깐의 잡담이었지만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잡담으로 시작했지만 업무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업무용 메신저로는 각잡고 물어봐야했던 질문을 가볍게 주고받았다. 대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궁금한 것을 바로 묻고 답변 받아서 시간도 짧게 걸렸다. 일이 조금은 쉬워진 멋진 마법이 실행된 것이다.
또한 그 마법은 나와 내 동료 사이에 작은 연결고리 두개도 만들어냈다. 흑백요리사와 데이터 업무. 같이 재밌는 것을 봤고 그걸 편히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작은 신뢰의 고리와 다음에 비슷한 업무가 있을 때 물어볼 사람이 생겼다는 협력의 고리가 생겼다. 이 작은 고리들은 조금씩 모여 강한 팀워크의 중요한 요소인 '신뢰'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잠깐의 휴식과 함께 도움을 주고 받았다는 생각으로 채워지는 에너지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느낌이 주는 힘. 하루를 살아있게 만들어주는 그 힘을 잡담이 만들어냈다. 내 동료도 한층 얼굴이 밝아졌던 것을 보면 그 힘은 일방적으로 주고 뺏기는 관계가 아니라 만들고 나눠지는 것이리라.
업무가 잘 안되는 날엔
업무가 진행이 안되는날, 노트북을 들고 나와 회사 라운지 한 구석에 자리잡는다. 특히 마음이 힘들 날엔 억지로 나오려 노력한다. 라운지에 있으면 마주치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말을 건넨다. 단순히 날씨부터 삶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오간다. 가끔은 과거 진행했던 업무에 대해서 물어보며 도움을 주고 받기도 한다.
출근전 나지막히 되뇌어본다. '출근해서 잡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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