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hen (14)

2023.01.10 | 조회 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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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주머니 머랭

머랭이 녹아 주머니가 붙어버리기 전에 도착하자

보통은 동그랗고 납작하게 퍼져 있습니다. 
바닥도 천장도 없는 공허에서 뻥 뚫린 모양으로 그러나 구멍은 아닌 듯이 수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이 기척을 내면 서서히 머리맡으로 이동합니다.
눈이 감기고 환상이 현실에서 그를 완전히 감출 때까지 기다리지요.
세계가 그를 찾다 포기할 때 나는 그를 재빨리 포개어 잠의 밑으로 끌고 내려가야 합니다.

나는 그립다가도 모질게 굴며 냉정하다가도 다정해집니다.

어제는 그의 고양이를 모퉁이에 숨겼습니다.
그가 계속해서 헤매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잃어버리는 기분으로 깨어나게 해야 했으니까요.
내가 만든 절망이 그의 세계에서도 그치지 않을 만큼 나는 나빴습니다.

지독한 꿈이 되어 그의 목덜미에 앉아 있는 것은 즐거웠어요.
그를 미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도요.

그냥 지겨웠어요.
친절하게 구는 것이요.


스테판, 
당신의 꿈이 나를 고양이처럼 숨겨 놓았나요?
깨나서도 나의 이름을 부를 만큼 아직 그곳의 나는 다정한가요?



-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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