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랜선찻집 메일이 늦었습니다. 아니 어째서 벌써 월요일이죠? 정말 시간이 빠르네요. 잠시 정줄 놓았다 잡으니까 월요일입니다.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다가, 어느새 죽어서, 스테이지 1에 되돌려진 기분이에요. 다시 주말까지 어떻게 달려가나요?
지난 주에도 랜선찻집시간을 충실히 가졌습니다. 시간이 반복되면서, 거듭되는 주제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제일 큰 것 중에 하나는 '나는 제대로 일을 하고 싶은데, 우리 회사가 이상한 것 같아요' 인 것 같습니다. 오늘의 메일에서는 그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해요.
아마 사회생활을 조금 해보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신 사실이겠지만,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친구들이 가장 놀라면서 배우는 사실이 있습니다. 세상이 놀랍도록 엉망진창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학교. 적어도 대학원정도까지만 해도 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행동 양식은 틀을 배우고, 그 틀에서 베스트를 해내면 되는 형태입니다. 진학을 할수록 더 정교한 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학교를 지나 회사를 갈 때에도 그러한 기대를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나가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는 의외로 학교에 비해 굉장히 영세한 조직입니다. 그건 대기업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우 큰 회사 예를 들어 심지어 SKT나 카카오라고 해도 (제가 직접 다녀본 대기업이 저 두군데 밖에 없어서) 개별 부서 단위로 내려가면 N명 수준으로 작아지고, 그 조직은 늘 사람이 모자라 허덕이게 됩니다. 제대로 된 틀을 세우거나, 누군가를 천천히 길러낼 여럭을 갖추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정은 옆 조직도 다 마찬가지이고, 회사는 총체적 난국속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제가 중견회사(TmaxSoft), 대기업 계열사(KT Hitel), 짱 큰 대기업(SKT), 내가 만든 스타트업(넘버웍스), 짱큰 스타트업(카카오.. 이걸 스타트업이라 불러도 되나..)를 거치며 깨닫게 된 것. 모든 회사는 어디를 가도 사람이 모자라고, 어디를 가도 3개월에서 6개월에 한번 조직개편을 하고, 어디를 가도 꿀빠는 조직과 소위 뺑이치는 조직이 있다는 것. 그리고 다들 엉망진창이라는 것. 이것은 피할 수 없으며, 다시 말하자면 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대자연 같은거죠. 4계절같은겁니다. 받아들여야 하는겁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그냥 여름옷과 겨울옷을 준비하는 것 정도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엉망진창을 피하는 법보다, 엉망진창을 컨트롤하는 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어쩌면 진짜 피해야할 회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여기여서' 문제인 것과 '어디라도' 문제인 것을 구분해내는 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어디라도 문제인 것'을 다루는 능력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실력'이라는 것이 길러진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주에는 지난 주에 신청하셨다가 밀렸던 분들과의 랜선 찻집을 마무리하느라, 새 세션을 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단체 티타임을 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다음주에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볼까 해요. 좀 더 생각이 무르익으면 공유할게요. 그럼 한주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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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원
참여 해보지는 못했지만 주제가 평소 고민하던 부분인같아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하용호의 랜선찻집
네. 언제나 그런 것들의 구분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내가 싫어하는 것, 어려워 하는 것은 전체인가 부분인가. 감정에서 잠시 멀어져 차근차근 살펴본다는게, 참 말은 쉽지 사실 저도 어렵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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