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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여기는 집카이브와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우리들의 방'입니다.
봄의 절정을 알리는 벚꽃과 진눈깨비가 함께 흩날리는 이상기후가 이어졌던 지난주, 모두 잘 보내셨나요? 어느덧 용현4동 국민주택단지 옆의 벚나무들도 한창 만개했습니다.
지난번 오랜만에 돌아온 5호에서는 집카이브의 첫 번째 프로젝트 지역인 용현4동의 국민주택으로 흘러들어온 팀원 은비네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이번 6호에서는 용현4동 국민주택을 실측하며 느낀 진진의 현장 이야기로 찾아왔습니다 📐
"이게 천마야, 천마. '하늘로 솟은 마'라고 해서."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자 화단에서부터 옥상까지 길게 뻗은 식물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은비네 할아버지는 직접 가꾸는 식물들을 먼저 소개해 주셨다.
"이게 그 천마차의 천마예요?"
탕비실에 항상 율무차와 짝꿍으로 있는 그 천마를 여기서 마주칠 줄이야. 처음 본 천마는 울퉁불퉁 못생기고 신기한 모양이었다.
은비네 마당에는 천마, 포도 같은 넝쿨식물과 각종 나무들이 있다. 모두 할아버지가 직접 심고 관리하신다. 약도 치지 않고 공들여 키운 포도는 수확 철이면 가족들에게 나눠주신다고 한다.
"예전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마당에 굴을 파서 버렸는데, 이제는 그렇게 못하고 있어."
항상 같은 모습이었을 것 같은 이 집과 할아버지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계속 변해왔다.
작년 여름 내가 한 일은 그렇게 변화한 집의 모습을 살펴보고 기록하는 것. 이야기가 가득한 집을 기록하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용현주택 관찰일지🔍
용현4동 국민주택 중 '용현주택(미추홀구 용현4동 85번지 일대)'은 1977년에 지어진 1층짜리 단독주택이다.
처음 지어질 당시에는 아궁이와 굴뚝이 딸린 부엌과 다락방이 존재했다. 78년 세를 놓기 위해 셋방을 만들었고, 지금의 현관문 외에 별도의 출입구가 따로 있었다.
곽씨 가족들과 셋방 가족들까지 가구수가 많아지자, 현재는 주방과 창고로 사용하는 곳들도 모두 쪼개어 방으로 사용했었다.
점차 가족들이 출가하고 셋방을 빼기도 하며 가구수가 줄어들자, 1990년 본격적으로 은비네 할아버지 가족이 살기 좋은 집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리모델링을 하며 일부 공간을 증축(화장실 및 거실 공간 확장)하고 방의 구성을 바꾸었다.
아궁이와 온돌을 보일러로 교체하고, 입식 주방과 실내 화장실을 만드는 등의 대대적인 수리 과정이었다.
서로 다른 타일과 벽돌이 붙어 있는 모습, 바닥에 새롭게 시멘트를 덧바른 모습 등 집이 변화할 때마다 나이테가 쌓였다. 작은 단서들을 발견하며 세월을 톺는 과정이 즐거웠다.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손그림을 통해 이전 집의 형태를 유추한 도면을 그려볼 수 있었다.
더불어 리모델링 당시 구청에 제출하기 위한 자료로 이전 주택의 모습을 도면으로 남겨둔 덕분에 용현주택의 원래 모습도 알아볼 수 있었다.
살아온 과정을 기억하고, 착실히 기록으로 남긴 집을 만나는 일은 사실 손에 꼽는 경험이다.
오랜 기간 한 집에 살아오신 곽씨네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감사한 날들이었다. 2025년의 기록도 언젠가 다시 꺼내보며 톺아볼 한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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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호는 건축을 전공한 진진의 용현주택을 실측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
다음에는 용현4동 일대에 국민주택이 들어온 배경과 도시계획의 과정을 들고올게요.
보낸사람
은비✍ 화연👣 진진🐝
은비✍ : 인천을 덕질하는 학익동지킴이
화연👣 : 도시의 틈새를 살피는 창작자
진진🐝 : 화수동에서 도르리하는 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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