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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여기는 집카이브와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우리들의 방'입니다.
일주일 사이에 성큼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요즘입니다.
만개했던 벚나무들도 초록색 이파리로 옷을 갈아입고, 두꺼웠던 옷들도 점점 얇아집니다.
지난 6호에서는 용현주택을 실측하며 느낀 진진의 현장 이야기로 함께 했습니다.
이번 7호에서는 용현주택이 위치한 용현1.4동 지역 리서치를 하며 생겼던 이야기를 보내려 합니다.
"와.. 골목 하나 들어왔는데 분위기가 전혀 다르네"
용현1.4동 지역 리서치를 담당하게 된 율재가 용현4동 답사를 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율재는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했고, 대학원에선 ‘도시사(都市史)’를 전공하며 인천의 역사에 관심과 열정을 키워온 병아리 연구자다🐣
평소 인천의 도시계획과 변화에 관심을 두던 중 은비에게 간택당해 곧 있을 집카이브의 전시에서 지역 리서치 글을 담당하게 됐다.
"그치? 뭔가 좀 더 교외지역의 펜션 단지같은 느낌으로 골목 분위기가 달라"
"주택 단지 별로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주택 모습도 조금씩 다르고.. 국제주택은 좀 더 고급 주택가 같은 느낌이 드네. 자료 좀 찾아봐야겠다."
“흠.. 그러면.. 우리 집 집문서 볼래..?”
“응..?”
그렇게 율재는 생판 남인 은비네 집문서를 들춰보게 됐다.
도시사(都市史) 전공자가 바라본 용현주택 🔍
은비네 할아버지댁 집문서를 요리조리 보던 율재는 무릎을 ‘탁’ 치며 열심히 검색을 시작했다. 율재는 집문서를 보던 중 ‘환지 확정으로 직권 지번 정정’에 눈이 갔다. 인천시가 구획정리를 완료한 토지에 새 지번을 부여했고, 지적도나 건축물대장 같은 서류에도 새 지번을 반영했다는 의미다.
집문서에서 힌트를 얻어 곧바로 토지대장을 떼봤더니 역시나였다. 할아버지댁이 있는 동네는 1970년대 토지구획정리가 이뤄졌던 장소였다. 토지구획정리는 시행자(인천시)가 토지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서 구획을 정리한 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러니 구획정리 이전에 토지 소유자가 민간인이었다면, 이후 돌려준 토지 소유자도 민간인인 것이다.
마침 매도 증서를 살펴보니 토지구획정리 직후 이 땅의 첫 소유자는 민간인이었다. 두 번째 소유자가 이 땅을 사서 건축물을 지었고, 완공 직후 은비네 할아버지에게 팔았다. 이러한 과정은 민간 건설업자의 ‘집 장사’였을 가능성이 높다.
용현주택, 용일주택, 국제주택⋯
‘국민주택’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규범과 정의가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공공주택으로 설립·공급된 국민주택은 점차 삶의 규격·표준화를 지향하며 그 의미가 조금씩 변했다. 공공에서 건설하던 것도 1970년대 들어서는 민간에게 확대되었으며,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에 따라 변화되었다.
또한 주택 건설 및 분양 홍보 등 인쇄매체를 통해 국민주택의 이미지가 확산되며, 일반 국민들에게는 국가에서 기획한 바보다 좀 더 넓게 단지형으로 기획된 주택가를 국민주택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리서치 과정에서 용현·용일·국제주택 단지가 공공이 아닌 민간에서 지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근처 학익동, 주안동 일대도 마찬가지로 민간에 의해 지어졌지만, 주민들은 ‘국민주택’이라 부르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설명에 따르면 용현4동 국민주택은 용현주택, 용일주택, 국제주택 세 단지로 나뉘었다. 실제로 돌아본 주택 단지들도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구획에 따라 집들의 형태나 분위기가 달랐기에 단지가 나눠지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단지 안에도 생김새가 다른 주택이 적지 않아서 기관에서 단지를 지었다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개인에 의해 소규모 단지로 지어졌다고 하면 이상함이 해결되는 것이었다.
전시를 준비하는 리서치 과정에서 처음 공공에 의해 건설된 국민주택으로 알고 접근했던 용현·용일·국제주택이 민간 건설업자에 의해 세워졌음을 유추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집카이브는 최근 들어 우후죽순으로 철거되어지는 집들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했다.
때로는 기록 과정에서 처음 유추한 것과 다른 결과가 발견될 때도 있지만, 지역을 알고 탐구하는 이 모든 시간들이 우리의 지역을 새롭게 알아가고, 인천의 주거 역사와 생활 문화를 추적하는 새로운 의미와 과정의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 문헌
<1950~1970년대 국민주택 담론과 개념에 관한 연구 (2021)> 신운경
<한국주택 유전자2 (2021)>, 박철수
<서울시민의 주생활 (2021)>, 서울생활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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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들이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때로는 그러지 못할 때도 있는 법이죠.
7호에서는 용현4동 국민주택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겪은 혼란과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봤습니다.
8호에서는 용현1.4동 주민들을 인터뷰하며 정리한 이야기와 느낀 점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
보낸사람
은비✍ 화연👣 진진🐝 율재🧭
은비✍ : 인천을 덕질하는 학익동지킴이
화연👣 : 도시의 틈새를 살피는 창작자
진진🐝 : 화수동에서 도르리하는 산책자
율재🧭 : 지도로 세상을 보는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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