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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여기는 집카이브와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우리들의 방'입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는 용현동과 화교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오늘은 곧 있을 집카이브 전시 소식으로 돌아왔습니다 :)
집카이브 첫 번째 전시 <용현동 : 흘러와, 흘러간 동네>
김포상회, 강원슈퍼, 충남방앗간 ∙∙∙∙∙∙
인천 원도심을 거닐다 보면 타지의 지명을 단 간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구멍가게, 이발소, 음식점, 세탁소 등 직종도 다양하다.
간판에 붙은 지명은 주인의 고향을 짐작하게 한다.
인천 거리를 가득 채우는 수많은 고향∙∙∙
거리와 골목의 수많은 지명은 흘러온 이들의 역사를 말해주듯,
인천과 이주는 그렇게 뗄 수 없는 운명처럼 얽혀 있다.
인천 앞바다의 밀물과 썰물처럼 격동의 세월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인천으로 흘러들고, 다시 흘러 나갔다. 누군가는 잠시 머물다 떠났고, 누군가는 이곳에 정착했다.
파도와 바닷바람에 몸을 싣고 유영하다, 소라 껍데기에 몸을 누인 작은 게처럼 고향을 떠나 인천에 머문 이들의 삶은 동네 곳곳에 스며 있다.
집카이브가 첫 번째로 주목하는 ‘용현동’은 이러한 인천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동네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평범한 농촌이었던 이곳에, 근대 시기 화교와 일본인들은 과수원과 채소밭을 일구었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피난민들이 독쟁이에 판잣집을 지어 살며 마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화교가 머물던 자리는 1970년대 단층 주택단지로 변했고, 그곳엔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이 들어와 집을 쪼개 세를 놓았다.
누군가는 셋방을 신혼집으로 꾸미며 인천 드림을 꾸었고,
누군가는 좁고 어두운 셋방에서 도시의 냉혹함을 느꼈다.
90년대 들어서는 근처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머무르며 원룸, 하숙방, 빌라들로 가득했다.
70년대 정착했던 이들은 중장년층이 되었고, 아이들은 금세 커서 집을 떠났다.
최근에는 인하대학교 정문이 성장해서 자취촌이 그곳으로 옮겨갔다.
후문에 바글바글 살던 학생들은 이제 많이 사라졌고, 빈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채웠다. 현재 70년대 정착했던 이들은 노인이 되었다.
아이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던 초등학교는 이제 학년당 2~3개의 학급만 남게 됐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용현동은 일상의 풍경이 오롯이 살아 있는 동네였다.
서로의 색감과 어깨를 자연스럽게 맞춘 주택들이 골목마다 펼쳐져 있었고,
사람들은 동네 어귀에서, 슈퍼 앞에서, 공원 벤치에서 이웃들과 정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네 하나가 사라져 텅 빈 벌판으로 바뀌고, 펜스가 둘러쳐지고, 고층 아파트가 빠르게 세워지고 있다.
재개발로 주택과 빌라들이 허물어지고 사람들이 떠나며, 이제 익숙했던 풍경은 어느덧 흔치 않은 것이 되어 섬처럼 툭, 남겨지고 있다.
<용현동 : 흘러와, 흘러간 동네>는 밀물과 썰물처럼 사람이 드나들던 자리 위에,
소라 껍데기처럼 남겨진 집과 그 안에 소금과 모래처럼 쌓여온 기억을 담아낸 기록이다.
집카이브는 용현동과 국민주택 단지를 통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위로와, 대체되어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되새기며, 동네에 남겨진 흔적들을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
<용현동 : 흘러와, 흘러간 동네>
전시 기간
2025. 6. 2.(월) - 7. 12.(토) (⭐️전시 2주 연장⭐️)
전시 시간
매일 10:00 - 19:00 (전시 기간 중 휴관 없음)
장 소
허름한미술관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99-2)
참여자
곽은비 유화연 진수진 일공 조율재
문 의
인스타그램(@zip.chive), 050-6741-0968
📌참여자들은 전시 기간 중에 전시장에 상주하지 않습니다.
별도로 만남이 필요하신 분들은 사전에 연락 후 방문 부탁드립니다!
보낸사람
은비✍ 화연👣 진진🐝 율재🧭 일공🐜
은비✍ : 인천을 덕질하는 학익동지킴이
화연👣 : 도시의 틈새를 살피는 창작자
진진🐝 : 화수동에서 도르리하는 산책자
율재🧭 : 지도로 세상을 보는 탐험가
일공🐜 : 화수동에서 그림그리는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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