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건전하길래 이름도 건전가요?

건전을 강제하던 시절의 멜로디

2023.06.14 | 조회 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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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지난 주 편지에도 이야기했듯 요즘은 평소보다 책을 자주 읽을 수 있어 좋은데요. 요즘은 제가 좋아하는 양평이형! 하세가와 요헤이의 <고고! 대한 록 탐방기>를 읽고 있어요. 때는 바야흐로 제가 동경하는 90년대였고 장소는 일본입니다. 대학에 낙방한 청년 하세가와요헤이는 어느날 문득, 한국노래가 담긴 테이프 하나를 손에 넣게 되었다는데요. 놀랍게도 자그마한 카세트테이프는 A면에 신중현과 엽전들의 1집을, B면에는 산울림의 베스트를 담고 있는 요물이었다지요. 한국 락, 대체 뭔데 이런 노래가 나오는가 궁금해진 그는 그날로 한국행을 선택합니다. 처음엔 중고 바이닐을 손 쉽게 넣을 수 있었던 종로를 기점으로 움직였고 나중엔 인디가 꿈틀대던 홍대에서 펑크로운 일상을 보내게 되는데요. 그 시절의 향수, 외국인의 시선으로 느낀 그 시절의 한국인과 한국노래가 흥미로워서 출퇴근 대중교통에서 열심히 읽고 있어요. 책의 구성은 오오이시 하지메라는 질문자가 질문하면 하세가와 요헤이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오오이시 하지메의 질문 중, 아 맞아 그런 게 있었다지 싶었던 게 하나 있었어요. 오늘 보내드리는 장아찌는 그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1970년대 말이나 1980년대의 한국 레코드를 사면

제일 마지막에 군가 비슷한 정체불명의 곡이 들어 있었어요. 그건 무엇인가요?

오오이시 하지메가 듣기에 군가 같이 들렸다는 그 노래는 당시에 반드시 앨범에 실어야 했던 건전가요였습니다. 말은 당시라고 했지만 당시라는 특정시기로 말하기에 제법 긴 세월이었어요.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건전가요의 역사가 이어졌거든요. 누군가는 태어나서 서른살이 될 때까지 발행된 모든 바이닐에서 건전가요를 들었을지도 몰라요. 

건전가요와 사전심의

건전가요와 사전심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과거에는 음반이 발매되기 전 반드시 심의를 거쳤는데요. 이 심의에 통과하고 음반을 내기 위해서 반드시 실어야 했던 게 건전가요였습니다. 열심히 만든 열 곡의 노래를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곡의 건전가요가 필요했던 셈인데요. 이 노래는 꼭 본인이 부를 필요도, 새롭게 창작할 필요도 없었대요. 다른 가수의 노래도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남자가수 앨범에서 여자 가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었다고 하고요. 저 아티스트가 부른 건전가요를 이 아티스트가 자기 목소리로 다시 불러 앨범에 실으며 리메이크의 원조격 되는 역사를 써내려 갔습니다. 그 시절 가장 많은 가수들에 의해 불린 건전가요는 <시장에 가면> <어허와 둥기둥기>였는데요. <어허와 둥기둥기>는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인 <꽃갈피>에 실리며 진짜 리메이크가 되는 추억의 역사를 쌓기도 했답니다. 그 시절 감성으로 바이닐에만 실었다는 게 덕후 마음을 후벼 팝니다. 

대히트를 기록한 건전가요 <아! 대한민국>

건전가요라고 하니까 괜히 후지고 별로인 노래만 있을 거 같은 느낌인데요. 건전가요로 시작해서 모든 사람들이 여전히 사랑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수 정수라가 부른 <! 대한민국>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때는 1983년이었고 <! 대한민국>은 대놓고 건전가요만 모아놓은 건전가요 모음집 동명의 앨범 <! 대한민국>에 수록된 곡이었습니다. 80년대 초반은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등으로 반공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던 시기였는데요. 이 시기 인기를 끌었던 <! 대한민국>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의기투합 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매개로 여겨졌다고 해요. 남녀노소할 것 없이 이 노래를 불러 대는 통에 신인가수였던 정수라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요. 건전가요로는 이례적으로 정규 앨범의 첫 트랙을 차지하기도 했던 특별한 노래예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어. 가사가 희망차서 어쩐지 더 비릿하게 느껴지네요. 저만 느끼는 감정은 아닌가봐요. 83년 당시, 노래 가사를 전달받은 어린 정수라 역시 이질적인 가사가 와닿지는 않았었다는 소회를 밝혔거든요.

싱어송라이터(?) 박정희 <새마을운동 노래>

대중문화에 심한 규제를 가했던 정권하면 박정희정권을 빼놓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건전가요가 가장 왕성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인데요. 그는 건전가요에 대한 열열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다 못해 스스로 건전가요를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새벽종이 울리고 새아침이 밝아오는 그 노래, 새마을운동곡은 작사작곡 박정희에 빛나는 어마어마한 노래랍니다. 

영상링크 들어가 보세요. 댓글도 재밌고 영상도 재밌고 남한인지 북한인지 좀 헷갈리는 게 킬링포인트예요. 

멋진 한방 : 건전가요와 <아름다운 강산>

위에 언급한 독주하는 싱어송라이터(한번쯤 본인도 불렀겠죠 뭐)로 인해 피해를 본 아티스트야 꼽을 수 없이 많겠지만 저에게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신중현과 엽전들>을 이끌던 신중현입니다. 퇴폐풍조를 없애겠다며 정화운동을 펼치는 서슬퍼런 정권 아래 원하는 음악을 만들고 활동하는 일이 금지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까요. 락의 대부이자 노래 잘 만든다고 소문이 자자하던 신중현에게도 건전가요를 만들라는 지령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정부를 찬양하는 군가 같은 노래는 만들고 싶지 않았던 그는 다만 기세가 넘치는 멜로디 위에 한반도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노래를 만드는데요. 이 노래가 바로 <아름다운 강산>입니다. <! 대한민국>과는 다른 결의 뻐렁침을 느낄 수 있어요. 제가 선호하는 쪽은 이쪽입니다. 가수 이선희가 부른 버전이 유명한데요. 저는 신중현과 엽전들의 아름다운 강산을 더 좋아해요. 뒤에 깔리는 기타 소리에 매일 새롭게 반하거든요. 요즘 출근길에 <아름다운 강산>을 들으며 파워를 충전하곤 한답니다. 여러분께도 전해드립니다. 이 에너지를! 

오늘은 얼마나 건전하길래 이름도 건전가요인가 싶은, 그 시절 필수트랙 건전가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보내 드렸습니다. 오늘의 장아찌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기억 속 건전가요, 혹은 여러분을 건전하게 만드는, 새롭게 정의 내려보는 우리의 건전가요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2023 6, 장아지의 건전가요는 <들국화 1> 입니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 요즘 특히 좋더라고요. 절 건전하게 만들어주는 들국화의 목소리를 끝으로 오늘의 편지, 줄입니다. 다음 주에 또 만나요 😊

https://youtu.be/JlWn5wAvEz8

 

추신 : 들국화 1집에 수록된 건전가요는 <우리의 소원>이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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