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70년대 패션으로부터 시작되어...

감사합니다 :) 까지 적었는데 홀라당 날라간 비운의 글입니다.

2023.06.08 | 조회 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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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장아찌 주문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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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한 주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잘 지내셨나요? 전 분명 희망차게 잘 지냈는데요. 40초만에 기분이 바뀌었습니다. 음,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고 적었고요. 출퇴근 시간이 늦어져서 잠도 조금 더 자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간을 피할 수 있어서 대중교통에서도 앉아갈 수 있다고 적었어요. 그래서 책을 자주 읽는 게 장점이라고 적었고 최근엔 은희경 작가의 <빛의 과거>를 읽었다고 적었습니다. 빛의 과거는 70년대 여자 대학교 기숙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라 그 시절 여대생들의 패션이 궁금해졌다고 말했고 그리하여 70년대 패션을 알아보겠다고 당찬 포부로 시작을 했었더랬죠...

작품에는 '판탈롱'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판탈롱부터 알아보기로 하고 검색을 했습니다. 판탈롱은 이탈리아의 희극배역 '판탈로네'에서부터 비롯된 단어라고 하더군요. 판탈로네가 늘 딱 붙는 스타킹을 신고 나왔는데요. 그 이후로 딱 붙는 스타킹과 바지를 판탈롱이라고 부르게 되었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나팔바지를 판탈롱으로 오역하는 일이 많았다고 하고요. 70년대가 나팔바지 대유행이었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작품 속 판탈롱은 나팔바지였겠구나 추정했습니다.

근데 판탈롱 딱 하나 보내면서 유행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뭘 좀 더 찾았어요. 그랬더니 대척점에서 대유행을 했던 게 미니스커트였더라고요. 윤복희가 입고 와서 인기를 끌었던 미니스커트! 허벅지를 드러낸 여성들은 퇴폐풍조를 이유로 자로 치마길이를 재대는 통에 단속을 피해다니기 바빴다고 합니다. 이 장면은 2015년 개봉한 영화 <세시봉>에서 미니스커트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남자친구와 옷을 바꿔 입는 민자영(한효주)를 통해 엿볼 수 있어요. 호기롭게 여자친구의 치마를 대신 입어주던 남자친구 오근태(정우)도 단속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습니다. 미니스커트를 단속한 건 아닌데 머리카락을 단속했으니까요. 히피문화 자체는 한국을 강타하지 못했으나 히피문화의 여파로 퍼져나간 장발스타일은 한국에도 상륙했습니다. 멋부리던 청춘남녀들은 미니스커트와 판탈롱을 입고 장발머리로 고고춤을 추었드랬죠.

이쯤 쓰고 나니, 이거 꼴랑 세개 놓고 유행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단지 지금이 2023년이라는 이유로 패션 유행의 기준을 10년 주기 초점으로 맞추는 게 맞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들었더랬죠. 당장 5년 전에 제가 입던 옷과 지금 입는 옷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에요. 그래서 단 하나 확실한 걸 얘기해봐야겠다 고민하던 중 '명동 양장점'이야기를 해보았어요. 오늘날 우리는 지그재그니 29cm니 더현대니 빈티지샵이니 아무튼 저마다 이미 만들어진, 다시 말해 사이즈가 정해져 있고 거기에 몸을 맞춰넣어야 하는 기성복에 익숙하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그 사람 몸에 꼭 맞는 맞춤옷을 지어입었대요. 동대문은 패션타운이 아니라 포목점으로 더 유명한 곳이었고요. 대학에 입학한 자녀들을 데리고 양장점에서 정장을 맞춰주는 풍경은 당시에 아주 일반적인 모습이었다고 하고요. 숱한 양장점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건 뭐니뭐니 해도 유행1번지 명동의 양장점들이었다고 해요. (70년대는 아니지만 60년대에 앙드레김 역시 명동에서 양장점을 했다니 말 다했습니다.) 패션을 선두하던 명동의 양장점들은 70년대부터 스물스물 생겨나더니 80년대 대박을 터뜨린 기성복 열풍으로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적고나니 드라마 한 편이 떠올랐더랬죠. 이 드라마 역시 18년 전 드라마라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한번 느꼈고요. 50년대 전쟁을 겪으며 패션은 둘째치고 그 어떤 것도 꽃피울 수 없던 척박한 한국에서 70년대 화려한 마침내 화려하게 꽃을 피운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야기! 드라마 <패션70s>입니다. 이제사 생각해보면 2005년의 시점에 맞게 70년대 패션을 살짝 다듬었을 것 같긴 한데요. 아무튼 저에게는 수십년 전 패션도 촌스럽지만은 않구나하고 생각하게 해주었던 첫 경험이라 인상 깊었어요. 근데 이제 그거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패션70s의 O.S.T였던 '플라이투더스카이-가슴 아파도' 였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빛의 과거>를 보고 궁금해서 찾아본 노래, 패티김의 장미와 판탈롱을 띄워드렸어요. 너무 오래돼서 멜론에도 없는데 유튜브에서 찾아듣고 반해서 요즘 매번 흥얼거리고 있다고도 적었습니다.

여기서 끝이냐고요? 아니요 추신도 적었어요. 낭만 손편지를 신청해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제가 더 낭만적이었다고요. 6월 안에 신청자 분들께는 적어주신 주소로 편지를 하겠다고도 적었고요. 제게 여러분의 여린 감성의 한 부분을 내어주셔서 감사하다고도 적었는데.... 한글에 적어둔 문서를 전체 복사한다는 게 뭘 잘못 누른 건지 홀라당 지워졌지 뭐예요. 에이 설마 아닐거야 하면서 붙여넣기를 했는데, 그저께 적은 문서가 튀어나왔다 이겁니다. 현실 부정하면서 새문서를 15개쯤 열었다가 남은 기억이라도 사라지기 전에 얼른 적는 게 낫겠다 싶어 부랴부랴 적은 그런 어떤 편지예요... 너무 활어 같은데 충격이 너무 컸습니다. 그래도 아직 기억하는 내용이 많아서 다행이에요... 

원래 70년대를 시작으로 80년대 90년대 00년대 패션트렌드를 얘기하려고 마음 먹었는데요. 70년대가 행운의 편지가 되어버려서 제가 다음주에 80년대를 쓸지 잘 모르겠네요. 절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주세요... 다음주엔 반드시 중간 중간 저장 버튼을 누를 거예요... 현재 시간 12시 43분... 모두모두 굿나잇 어쩌면 굿모닝... 그러니까 통틀어 해버나이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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