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하게 움직이는 구독자에게
구독자, 구월을 어떻게 보냈나요? 저는 여름과 가을 사이를 크게 가로질러 횡단하는 느낌이었어요. 구월 초반에는 아직 여름이 안 갔나? 남은 여름을 마음껏 즐겨야겠다는 마음으로 보냈어요. 그런데 추석이 지나고 등산을 하면서 가을을 맞이했는데요, 그때부터 계절이 바뀌는 걸 온몸으로 체감했어요. 제 몸은 계절이 바뀌면 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요동치는 편이에요. 알 수 없는 통증이 온몸을 휘감기도 하고, 알레르기가 심해져 새벽에 느껴지는 차디찬 바람과 전쟁을 치르곤 해요. 꽃가루 심한 봄도 아니고, 너무 추운 겨울도 아닌데 말이죠.
구독자님은 환절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너무 힘들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을도 덜 타고요. 구월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분주함'이었어요. 팔월에는 애쓰지 않으면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열심히 여행을 다녔다면, 구월에는 집에만 있는 날이 하루밖에 없었어요. 보통 일주일에 하루는 집에서 쉬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결국 막판에 탈이 난 것 같아요.
10월엔 상황을 모르고 알바 스케줄도 막 잡아놨는데, 페이스 조절하면서 잘 자고 지내야겠어요. 반성하게 되는 구월이네요. 마지막 주에 계획된 일정을 몇 번이나 번복했는지 몰라요. 무리한 일정은 소화하지 못하니 휴식 시간을 명확히 정하고 꼭 쉬기!
구독자님은 분주함 속에서 어떻게 여유로움을 찾나요? 저는 구월엔 평일에만 서울에 있었지만 '서울 특유의 정신없음'에서 벗어나려고 운동을 했어요. 다시 러닝 크루에 가입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달리기를 반복했어요. 특히 달리기가 유독 끌리는 날은 마감 직전이나 직후였어요.
마감이 많았던 구월, 6번이 적은 숫자 같지만 '구월의 20%는 달리기를 했다'고 표현하면 조금 다르게 느껴지죠? 시월에는 시험이 끝나고 월말에 마라톤이 있으니, 그전까지 에너지를 잘 비축해야겠어요. 무사히 시험 기간을 보낼 수 있겠죠? (그럴 수 있다고 말해줘요.)
틈틈이 선물 받은 책도 읽었어요. 안미옥 <나는 많이 보고 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공백 <휴식의 말들>. 구월 둘째날, 생일에 받은 책들을 이동할 때마다 꺼내서 읽었어요. 저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에게 너무 고마웠어요. 편지 같은 말들이 모여 마음에 따스함을 안겨주더라고요.
이런 마음들을 품고, 가을의 절정인 시월을 지내볼래요. 시월엔 하루를 온전히 쉬지 못하는 주가 반드시 있을 테니, 매일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꼭 만들어 보자. 자극적인 밝은 스크린에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전에 눈이 편안한 종이책을 읽고 캐모마일 차를 마시고 종이에 연필로 일기를 써보자. 기록을 경신하겠다는 마음보다 천천히 오래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자. 지나가는 짧은 가을을 흘려보내지 말고 머금어보자. 은행은 밟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살아가자.지금 이 편지를 읽고 있는 구독자도 생각하며 축 쳐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힘을 얻자! 구독자, 다채롭게 풍성한 시월 보내세요.
이천이십사년 구월에 예빈씀
추신. '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에서 추천 받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사운드 트랙 놓고 갈게요. 가을에 듣기 좋은 재즈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010dandan]의 구월 편지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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