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는 구독자에게
구독자의 10월은 어땠나요?
몸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일교차가 커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되는, 건강을 잘 챙겨도 컨디션이 들쑥날쑥해지기 쉬운 단풍철이네요. 얼마 전까지 여름 같더니, 어느새 주변이 알록달록 단풍 옷을 입었어요. 길을 걷다 보면 큰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네요. 날씨가 좋아서인지 집 앞 숲길에는 선생님 손을 잡고 산책 나온 아이들의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저는 의미를 찾는 삶을 지향해요. '위버멘쉬'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니체가 말한 이상적인 인간상이에요. 오늘은 우연히 들은 GD의 'Power' 가사에서 그 단어가 등장해서 반갑더라고요. 저는 의미 없이 사는 걸 못 견뎌요. 모든 일에 의미를 찾으려는 성향이에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도 저의 장점이죠. 모든 것에 의미를 찾다 보면 자연스레 그렇게 되더라고요. 의미를 찾으려면 마음의 틈도 필요하죠. 근데 그런 시간은 따로 없었던 것 같아요. 10월 초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온 이후로 시험, 행사, 과제가 줄줄이 이어졌어요. 이제는 시험 기간이 하나의 루틴처럼 느껴지고 별 생각을 안 하게 됐어요. 슬슬 충전해야 할 것 같아요. 마라톤을 하면 충전될 줄 알았는데, 부족한가 봐요.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 강제로나마 시간을 내서 다행이에요.
여전히 고치지 못하는 습관 하나가 있어요. 모든 걸 꽉 쥐려는 버릇인데, 실수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보다 지나치게 힘을 줘서 무기력해지고 재미가 없어지곤 하네요. 실수를 두려워하면 안 되는데 스트레스를 덜 받는 법을 모르겠어요. 구독자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해요.
특히 뉴스레터 편집장이 된 이후 맞춤법에 예민해져서, 조금이라도 틀린 부분이 있으면 자책하게 돼요. 뭔가에 몰두하면 너무 진지해지는 탓에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거든요. 그러다 보면 너무 무거워져서 한없이 가라앉기도 해요. 그러면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더라고요.
나무는 겨울을 준비하려고 잎에서 줄기와 뿌리로 에너지를 이동시키며, 엽록소를 파괴해 잎을 바싹 말리고 결국엔 하나씩 떨어뜨린다고 해요. 봄에 더 많은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비축하는 거죠. 저도 나무처럼 가벼워지고 싶어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추위에 대비하느라 계속 짐을 챙겨 두다간 봄에 꽃 필 수 없어요.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놓아버려야겠죠. 뭘 내려놓아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얼마 전에 작은 영화제에서 봤던 <you're not ___>의 한 장면이 생각나요. "이 정도만 해도 괜찮아."라고 저에게 말해주면 나아질 것 같아요.
구독자님은 겨울 준비를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몸은 가볍되 구독자님을 지탱하는 마음의 뿌리들은 단단하게 내실을 다지고 계신가요? <인사이드 아웃 2>의 라일리처럼 구독자님도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경험과 그 안의 수많은 의미 덕분에 더욱 다채로워질 거예요.
"나는 나다워서 아름다워."
– GD의 'POWER' 中
지디의 신곡 소식에 들떠 오랜만에 빅뱅 앨범을 정주행하고 있어요. 학창 시절, 모든 노래를 외우고 콘서트에서 따라 부를 만큼 좋아했던 제 모습이 떠올라 그립기도 하네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저만의 세상을 지켜가고 있어요.
11월에는 얽혀 있는 관계 속에서도 제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보려고요. 흔들릴 땐 과감히 멈추는 용기도 가지려 합니다. 구독자님도 지금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우세요. 구독자님도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고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11월에는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요즘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즐겁지만, 정작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는 것 같거든요. TMI만 늘어놓다 대화가 끝나버리기도 하고요. 이번 달엔 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구독자님과 함께 하고 싶네요.
사랑이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간 10월을 뒤로하고,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찾아볼까 합니다. 구독자님도 그 여정을 함께해요. 겨울이 와도 구독자님과 함께할 거예요. 차가워졌다가도 따뜻해지는 이 들쑥날쑥한 가을, 마음의 중심을 잘 잡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종종 실패하곤 하지만 구독자님이라면 잘하실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이번 가을의 의미를 찾아 극복하고 함께 겨울로 나아가요.
이천이십사년 시월에 예빈씀
추신. 이 편지를 구독자님이 읽으실 즈음 저는 아마 고향에 있을 것 같네요. 저를 온전히 나로 바라봐 주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그 감정을 느끼러 가요.
[010dandan] 구독자님 오늘 편지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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