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레터#10] 어느덧 다시 일상

2024.11.07 | 조회 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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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레터 from 교토

[마감] 퇴사 후 떠난 교토에서, 매일 밤 쓴 퇴사레터를 보내드릴게요. (10/28~11/8)

공항 활주로 옆에 이름 모를 풀들이 피어있었습니다.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바람을 후! 불자 마구 흔들렸습니다. 꼭 손을 흔드는 것처럼요. 그리고 다시 한국입니다. 날씨가 많이 춥네요. 지하철에선 다들 겨울옷인데 우리만 가을옷입니다. 다시 이곳의 풍경이 될 준비를 해야겠어요. 2024년 11월 7일 목요일 from 인천국제공항

 

 


[1년 차 사사의 레터]

🛤️ 어느덧 - 교토 - 인천

열흘 간의 여행이 끝났습니다. 이제 교토의 풍경이 좀 익숙해졌습니다. 아픈 몸도 오늘에서야 정상 궤도를 되찾았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오사카와 교토에 도착해서 우리는 열심히 먹었습니다. 구글맵을 검색해가며 40분을 기꺼이 걸었구요. 편의점에 들어가 다 먹지도 못할 만큼 과자와 빵을 샀습니다. 푸딩-몽블랑-모찌-라멘-가츠동… 갖가지 일본 음식을 욕심껏 사 먹었어요. (오하이요 쟈지 푸딩은 정말 맛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부턴가요. 우리는 저녁마다 마트에 들러 아침에 먹을 바나나와 방울토마토를 샀구요. 당이 없는 그릭요거트도 샀습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일본 친구의 제안으로, 아침에 낫또를 먹기도 했어요. 우린 이제 버스도 여유롭게 제때 타고 내리고, 기본적인 여행 일본어도 곧잘합니다.

원래 낯선 환경에 떨어지면 열병을 앓잖아요. 새로운 음식을 먹고 체하기도 하구요. 그게 낯설어서든, 긴장해서든, 때로는 긴장이 풀려서든요. 그러다 사람들이 뭘 먹는지 유심히 바라보게 되구요. 마침내 마트를 발견해 냅니다. 일상적인 음식을 사게 되구요.

오늘 우리는 교토에서 공항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 창문은 이곳의 일상을 슬라이드처럼 촤라락 보여줬습니다. 수만 개의 전봇대-자동차-자전거가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크고 작은 텃밭들-두 곳의 공동묘지-대학교-빨래 너는 할머니-야구하는 학생들-무단횡단하는 자전거가 빨리 감기 하듯 지나가니---

어느덧 공항입니다. 특별-특별-특별해 보였던 풍경도 어느덧-어느덧-어느덧입니다.

익숙함은 좋은 감각입니다. 여행의 특별함은 잠시. 일상의 익숙함은 영원이니까요.

새로운 회사에서의 시작도 마찬가지겠죠. 어떤 열병-배탈-두통을 거친 뒤에 등장하는 어느덧-어느덧-어느덧. 그리고 어느덧 열병마저 익숙해지는 그런 어느덧이 오기를 사회생활 1년 차는 바랍니다. 이번 여행처럼요.

 


[10년 차 근면성실백수의 레터]

🛬 여행의 기쁨과 돌아온 일상

 

오랜만의 긴 여행은 낯설었습니다. 니름 해외여행 좀 다녔다고 생각했으나 코로나가 모든 기억을 삭제한 모양이에요. 하긴 요즘의 저는 기억을 하는거 보다 기억 못하는게 더 많아지긴 했습니다만.

특히 저는 일본 자유여행은 처음이라 허둥댔어요. 사사가 척척 알아서 앞서가면 저는 졸졸 따라갔습니다. 이번에 알았는데 사사가 여행 베테랑이더라고요. 처음 가는 길도 어찌저찌 요리조리 아주 잘 찾아갑니다. 문제가 터져도 어쨌든 해결하구요. 이렇게 멋진 인재를 놓치다니. 회사는 후회할겁니다. 

오늘은 드디어 서울로 돌아갑니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뻔한 표현은 이럴 때 쓰나 봐요. 기차 창 밖으로 보이는 날씨가 아주 맑더라고요. 교토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아기자기한 지붕이 모여 있는 도시 풍경은 언제봐도 정감이 넘쳐요. 그리울 겁니다.

기차에서 내리고, 공항에 도착하고, 탑승수속을 하고, 게이트 앞으로 이동하는 일련의 단계를 통과하며 점점 현실의 무게추가 증가하는 것 같았어요. 게이트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모두 앉아서 폰을 보고 있더군요. 저도 폰을 꺼내어 화면을 켰습니다. 그러자 밀려드는 자극에 모든 생각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폰을 넣었어요. 비로소 조용해지고 머리로 생각이란걸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조용하고 느린 교토로 여행을 갔다오는 와중에도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네요.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되어 사람들의 지갑을 털고 있었고, 미국에선 트럼프가 재당선되었고, 그 영향으로 비트코인이 떡상했다네요. 다시 빨리빨리의 대명사 서울로 돌아가려면 그동안의 소식 팔로업이 필요하겠죠. 여행은 다녀왔고, 이제 내일부터 구직의 세계로 가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비행기모드 중이라 아무런 소식이 닿지 않는 비행기 안에서 저는 그냥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오늘 레터에는 뭘 쓰지? 나는 여행에서 뭘 얻었을까? 뭘 얻어야 했을까? 뭘 생각해야 했을까? ‘했을까?’만 한가득 떠올랐습니다.

‘했을까?’로 끝나는 항목 100개를 떠올리기 전에 다행히, 비행기는 착륙했어요. 비행기에 내리니 익숙한 단어, 익숙한 말소리, 익숙한 옷차림새가 새삼 지각됩니다. 내가 원래 있어야 하는 일상이 이런거였지. 

공항철도 지하철에 탔어요. 앞에 선 직장인 둘이 열심히 승진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옆 사람은 열심히 웹툰을 봐요. 건너편 사람은 흑백요리사 릴스를 보는게 창문에 비치네요. 그 순간 현실감이 확 들었습니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의 소소하고 충만한 기쁨을 찾아내고 만들어 가는 것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의 기쁨은 매일의 일상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그냥 여행을 계기로 원래 내가 가진 일상의 소중함과 소소한 기쁨 같은 알게 같습니다. 

 


💌 내일 밤에는 에필로그 레터를 보낼게요. 마지막으로 만나요.


 

👩‍💻 안녕하세요. 에디터 사사와 기획자 근성백입니다. 우리는 같은 날 퇴사했어요. 그리고 교토로 떠납니다. 퇴사레터는 ‘일이 곧 나’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이지만 누구나 공감할만한 퇴사 이야기를 담아 보낼게요.

🙏 우리의 실시간 여정을 보고 싶거나, 문의하실 점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주세요. 🔗 인스타그램 @ep.11.pj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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