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 사사의 레터]
🥦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도 '일'하는 중이다
게스트 하우스 주변 베이커리에 이런 리뷰가 달렸어요. “일본 샐러리맨들이 출근하면서 사 먹는 빵. 로컬 맛집임”
우리 여행가면 괜시리 풍경에 녹아들고 싶어서 로컬 맛집에 가잖아요. 아침 일찍 빵집에서 소시지빵 하고 우유를 사며 출근하는 사람. 일하다가 잠깐 점심 먹으러 가게에 들어오는 그 모습들. 왜 이렇게 보기 좋은 걸까요.
방금 게스트 하우스에 오는데 맥주 한 캔을 들고 퇴근하는 직장인을 마주쳤습니다. 집에 갈 때까지 못 참았는지 길에서 벌컥벌컥 들이켜더라고요.
오늘 점심을 먹은 식당.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그 위에 조리복을 입고 스시를 만들었어요.
그저께 먹은 오코노미야키 식당의 학생.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일을 배우고 있었어요. 몇 번 혼나기도 하구요.
어제 탄 택시. 제 또래의 여성분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굽 있는 신발을 신고 운전을 했어요. 어찌나 스무스하게 운전을 하던지, 10분 밖에 이동하지 않았는데 잠이 들 뻔 했어요.
5일간 묵은 게스트 하우스의 아이상. 제가 잠드는 시간인 12시에 자신의 이자카야를 정리했어요. 아침엔 늘 저보다 일찍 일어나 음식 준비를 시작했고요.
교토에서 처음 간 식당 ‘히요코’의 할아버지. 80대로 보이는 그분은 혼자서 오므라이스와 카레를 맛있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리뷰를 보니 몇 년 전엔 할머니랑 같이 음식을 하셨더라고요. 동네를 떠나는 날, 창문 너머로 보니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계셨구요.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도 그들은 ‘일’이란 걸 하면서 살아가겠죠. 그들은 제 눈에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겠죠. 속사정 모르는 순진한 소리라는 것도 알아요. 여행객의 눈에 보이는 ‘일’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 것도 압니다.
하지만 밖에서 봤을 때는요. ‘일’을 하며 삶을 지탱하는 모습은 누구든 멋집니다.
저도 그렇게 보였을까요. 제가 울면서 길에서 노트북을 폈던 날에도, 누군가의 눈에는 열심히 삶을 사는 사람으로 보였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럴 겁니다. 여행객의 눈에는요,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처럼 보일 겁니다.
제가 이름을 ‘사사’로 지은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저는 실은 일 하고 싶습니다. 비록 꿈이 없어도 저는 일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고 누군가 단호히 말하면 무심결에 “그런가?” 하게 될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채소마다 다음이 있고 사정이 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10년 차 근면성실백수의 레터]
사사 : 대신 전합니다. 오늘 근성백은 많이 아파요. 오늘은 쉬어 갈게요.
💌 다음 레터도 내일 밤 9시에 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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